플랫폼의 성격 갖춰…원 소스 멀티 유스 서비스 가능

플랫폼을 100% 활용하면 거대 자본, 영업 리소스, 인맥 없이도 승부할 수 있다. (사진=밀리의서재 홈페이지)
플랫폼을 100% 활용하면 거대 자본, 영업 리소스, 인맥 없이도 승부할 수 있다. (사진=밀리의서재 홈페이지)
전자책 비즈니스는 무궁무진하다. (사진=밀리의서재 유튜브 갈무리)
전자책 비즈니스는 무궁무진하다. (사진=밀리의서재 유튜브 갈무리)
일이 지겨울 때, 배울 게 없을 때 어떻게 성장해야 할까. 지금 일을 두 배로 하면 된다. 두 배로 잘하거나 두 배로 빠르거나….

독서를 두 배로 더 재미있게 해보자. 전자책은 성장세다. 콘텐츠와 단말기 매출 규모는 2013년 100억원 미만에서 2014년 54% 늘었고 2015년 14%, 2016년 80% 증가했다. 모바일에 익숙한 Z세대가 주요 소비층이 될수록 성장세는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전자책은 왜 뜨고 있을까.플랫폼에 올라 사업 기회 제공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 세상을 보라는 말이 있다. 우리 시대 거인은 플랫폼이다. 플랫폼을 100% 활용하면 거대 자본, 영업 리소스, 인맥 없이도 승부할 수 있다. 실력으로 프로젝트를 발굴할 수 있다. 플랫폼에서 꿈을 실현하고 다양한 경험을 쌓고 아이디어를 내고 새로운 일감을 찾을 수 있다.

플랫폼을 개인이 가장 쉽게 체험할 수단은 전자책이다. 큰 자본이 없는 개인이 쉽게 시도할 수 있는 먹거리다. 개인이 만든 전자책을 재능마켓·블로그·스토어팜에서 판매할 수 있다. 부수입·N잡을 원하는 사람들은 전자책을 만들기 쉽다. 빠르고 편하게 정보와 지식을 얻고자 하는 이들도 전자책을 접하기 쉬워진다.

크리에이터가 플랫폼을 만들도록 돕는 스타트업도 등장했다. 크리에이터가 창작 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콘텐츠 배포, 후원, 멤버십, 결제 서비스, 이벤트 기능을 제공해 준다. 그래서 많은 전자책 크리에이터들도 대형 플랫폼에서 인지도를 높이는 동시에 본인 독자 플랫폼 활동도 병행해 가며 독립적인 ‘수익화와 브랜드화’도 놓치지 않는다. ‘책’을 표현할 수 있는 기술의 발달전자책은 두 가지 타입이 있다. 가변적인 전자책 ‘EPUB’ 형태와 고정적인 전자책 ‘PDF’ 형태가 있다. 텍스트가 많으면 가변적인 전자책, 이미지가 많거나 본문 레이어가 복잡하면 고정적인 전자책이 어울린다.

EPUB 형태는 파일 무게가 가볍고 독자 취향과 독서 스타일에 맞게 커스터 마이징이 가능하다. PDF를 쓰면 페이지의 확대 축소도 쉽고 이미지 손실도 없어 원본에 가까운 이미지를 언제 어디서나 본다는 장점이 있다.

본문을 읽다가 각주·미주·참고 문헌으로 바로 점핑한 뒤 다시 본문으로 정확히 되돌아올 수 있다는 점은 전자책이 가져다준 기술이다.

전자 잉크와 전자 종이도 개발됐다. 전자 잉크는 영구적이지는 않지만 활자가 종이 위에 인쇄된 것과 흡사하게 보인다. 전자 종이는 백라이트를 쓰는 평판 디스플레이와 달리 종이처럼 반사광을 쓴다. 그래서 글자와 그림을 전기 소모 없이 디스플레이할 수 있다.풍부한 양질의 고객 데이터 확보 가능전자책은 더 많은 독자, 더 많은 잠재 시장에 다가갈 수 있다. 매개체가 되는 하드웨어 시장, 전자책을 읽을 소프트웨어인 애플리케이션(앱) 시장도 활성화시킨다. 사람들은 전자책을 사고 종이 책을 사고 오디오 북을 사고 리커버 굿즈 에디션을 사고 새 앱을 다운 받고 전자책 리더기를 산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파생 시장이 붐업된다.

서비스 관점의 비즈니스도 가능하다. 온라인 전자책 서점 서비스, 전자책 구독·월정액 서비스, 콘텐츠 큐레이션·마케팅 서비스, 웹툰·웹소설 사업, 지식재산권(IP) 비즈니스 사업이 좋은 예다. 오리지널 IP를 새로운 곳에 적용해 2차, 3차 창작물과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

전자책 구독 서비스는 풍부한 양질의 고객 데이터를 확보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 데이터를 분석하면 새 책을 기획하고 재고 관리도 할 수 있고 고객 맞춤형 마케팅 전략도 짤 수 있다. 이는 전자책 서비스를 제휴처 확대, 이벤트 개최, 쿠폰 발행, 패밀리 멤버십 혜택 같은 비즈니스까지 확대할 수 있게 해준다.

원 소스 멀티 유스, 모든 비즈니스업계가 가장 좋아하는 전략이다. 전자책이 바로 이 규칙이 가장 쉽고 빠르게 적용되는 베스트 샘플이다. 전자책 크리에이터들은 조회수 상승→구독자 확보→커뮤니티 활성화→팬덤 결성→IP 확보라는 루트를 따라 세계를 확장한다.편의 기능, 재미 기능종이 책은 특유의 물성이 있어 오감을 써 책을 읽는 재미가 있다. 하지만 무겁고 휴대하기가 어렵다. 각주나 참고 문헌까지 가려면 페이지를 여러 번 넘겨야 하고 중간에 책을 덮고 다른 일을 하려면 책갈피를 끼워 둬야 하는 등 번거롭다.

전자책은 편리하다. ‘구매 목록이 업데이트됐습니다’ 문구가 뜨면 새로 구매한 책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고 기존 책에 업데이트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미 구매한 책도 새로운 배포본이 나오면 최신 본을 볼 수 있다.

QR코드를 활용한 퍼포먼스 마케팅도 가능하다. 책 중간, 혹은 마지막에 QR코드만 간단히 넣고 여기를 통해 관련 페이지로 점핑할 수 있게 독자를 유도할 수 있다. 광고 페이지가 될 수도 있고 더 깊은 관련 자료가 있는 페이지가 될 수도 있고 이 책의 팬들이 만든 2차 저작물 페이지가 될 수도 있다.

디자이너가 정해 놓은 기존 폰트·여백·공간·이미지를 자기 마음대로 바꾼 뒤 뷰어를 조정해 책을 볼 수 있다는 것도 전자책의 굉장한 장점이다. 취향을 저격하는 이런 개인화 기능은 최고 트렌드다.영구 보관 가능전자책은 물리적 제한 없이 정보를 보관할 수 있다. 보관 역시 안전하고 간단하게 훼손 없이 영구적으로 할 수 있다. 사소한 정보라도 필요한 독자에게 정보가 제대로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급히 정보가 필요할 때 무한대의 정보를 신속히 확인하고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은 전자책의 강력한 경쟁력이다.

디지털 환경은 아카이브화를 한결 쉽게 해준다. 여러 개인이 자신의 일상적인 하루 보내는 에세이, 시험 합격 노하우, 취업 노하우, 좋은 부업 리스트 등을 쉽고 빠르게 만들어 서로에게 공유할 수 있다. 남들에게도 도움이 되지만 전자책 저자 스스로에게도 자기의 정보를 멋지고 안전하게 기록·보관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이런 작업이 모이고 모이면 이는 ‘퍼스널 브랜딩’의 한 축이 된다.

콘텐츠는 전문가만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전자책은 소소한 팁 수준도 충분하다. 고급 정보가 아니어도 일상 속 필요한 것을 검색하는 경우가 많다. 2단계 초보자가 1단계 초보자에게 알려주는 팁, 일상에 힐링을 주는 글도 전자책이 된다.

‘정보’도 있다. 전자책은 빅데이터를 담을 수 있는 그릇이 되기도 한다. 성별·나이·지역·주제 등 다양한 데이터가 전자책을 통해 쌓인다. 종이 책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데이터다. 요즘의 전자책은 책을 선택한 사람이 끝까지 다 읽는지, 중간 어느 쯤에서 멈추는지, 어느 시기까지 후기가 올라오다 조용해지는지 등 굉장히 디테일한 데이터를 모을 수 있다. 이는 전자책 비즈니스를 확대하는 데 아주 큰 소스가 된다.

정순인 ‘당신이 잊지 못할 강의’ 저자·IT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