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상자산 시장 규모 한국보다 작지만 ‘디파이 거래량’은 중국과 맞먹어

일본 가상 자산 거래량 증가율, 한국보다 8배 높은 이유[비트코인A to Z]
가상 자산 약세장에서도 투자 열기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자들이 가상 자산 하락장 이후 시장 회복에 기대를 걸고 있는 모습이다. 체이널리시스가 발표한 ‘글로벌가상자산도입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가상자산도입지수는 2019년 이전보다 훨씬 높았다.

체이널리시스는 단순히 가상 자산 거래량을 비교해 작성하지 않고 개인과 일반 투자자의 가상 자산 활용도에 가중치를 두고 가상자산도입지수를 조사하고 있다. 각국의 가상 자산 시장 도입 실정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다.

체이널리시스의 글로벌 가상자산도입지수는 크게 5가지 하위 지표로 구성된다. 온체인 가상 자산 가치(중앙화거래소 사용자가 받은 총 가상 자산 가치), 온체인 소매 가치(일반 개인 사용자가 중앙화 거래소에서 거래하는 가상 자산 가치), 개인 간 거래량(P2P 플랫폼을 통한 거래량), 디파이 온체인 가상 자산 가치(사용자가 받은 총 디파이 가치), 디파이 온체인 소매 가치(일반 개인 사용자가 거래하는 디파이 가치) 등이다.

각 하위 지표는 국가별 평균 국민 재산과 화폐 가치에 기반해 국가별 구매력평가지수(PPP)를 고려한 가중치가 부여된다. 또 가상 자산 생태계에서 탈중앙화 금융, 즉 디파이(DeFi)가 가지는 중요성을 고려해 하위 지표에서는 실제 거래량이 동일하더라도 디파이도입지수가 높은 국가가 가중치를 받아 상위에 오르는 방식으로 측정된다.
일본 가상 자산 거래량 증가율, 한국보다 8배 높은 이유[비트코인A to Z]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중반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했던 가상자산도입지수의 상승세가 2021년 들어 급변했다. 2021년 2분기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3분기에는 가상 자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도입 지수 또한 하락했고 다시 가상 자산 가격이 반등한 4분기에는 도입 지수도 반등했다.

올해 들어서는 가상 자산 가격이 약세로 돌아섰고 그 결과 지난 두 분기 동안 도입 지수도 모두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계속되는 약세에도 불구하고 가상자산도입지수는 여전히 2019년 이전 수준을 훨씬 웃돌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를 통해 약세장인 가상 자산 시장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시장의 역사가 되풀이되듯이 지난 하락장 이후 보여줬던 시장 회복력을 다시 경험할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 가상 자산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상자산도입지수 순위 상위권을 신흥국이 장악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작년에도 비슷한 양상이었지만 이러한 추세는 올해 더 뚜렷하다. 이에 대해 체이널리시스가 밝힌 주요 원인으로는 활발한 가상 자산 송금, 법정 화폐 변동성 회피, 기타 재정적 요구 해결 등으로 나타났다. 신흥국들은 또한 다른 국가에 비해 비트코인과 스테이블 코인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였다.

베트남은 2년 연속 체이널리시스 가상자산도입지수 1위를 기록하며 대표적인 가상 자산 신흥국으로 자리 잡았다. 2020년 실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베트남 소비자의 21%가 가상 자산을 사용하거나 보유하고 있다고 답했는데 이 수치는 지금은 훨씬 더 증가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베트남 현지 언론은 가상 자산의 인기 요인으로 ‘게임을 하면서 돈을 버는’ P2E(Play to Earn) 게임을 꼽았다. P2E(Play to Earn), M2E(Move to Earn) 모델 기반 게임에서 사용되는 가상 자산은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특히 인기가 높다.한국, 디파이 채택률 최하위 수준 최고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 P2E 게임인 엑시 인피니티(Axie Infinity)는 베트남 호찌민에 본사를 두고 있고 엑시 인피니티의 성공은 베트남 내 많은 가상 자산 게임 스타트업의 탄생을 이끌었다. 한국이 속한 동아시아 상황은 사뭇 다르다. 동아시아에서 가장 큰 중국 시장에서 정부 규제가 시행됨에 따라 31.1% 역성장을 기록해 동아시아 전체 가상 자산 시장 거래량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4%에 불과했다. 이는 체이널리시스가 분석한 지역 중 가장 낮은 수치다.

한국의 가상 자산 거래량 증가율은 13.2%로 집계됐고 이는 일본이 113.2%의 가상 자산 거래량 증가율을 기록한 것과 대조된다. 동아시아 지역은 디파이 채택률이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아시아 지역의 디파이 채택률은 28%로 최하위인 동유럽(27.3%)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한국의 디파이 채택률은 14%로 상당히 낮은 편에 속하고 일본은 중앙화 금융인 시파이(CeFi)에서 디파이로 이동하면서 1년 새 가상 자산 거래량이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일본은 가상 자산 시장 규모가 한국보다 작지만 디파이 거래량은 한국의 두 배에 가까운 567억 달러(약 80조6217억원)를 기록하게 됐다. 이는 중국 내 전체 디파이 거래량인 676억 달러(약 96조1200억원)에 육박하는 수치다.

가상 자산 생태계에서 디파이는 블록체인의 특성을 가장 잘 활용한 분야로 볼 수 있다. 가상 자산의 탄생 배경과 취지를 미뤄 볼 때 블록체인의 특성이 반영된 탈중앙화 서비스가 활발해질수록 다양한 가상 자산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

현재 한국의 디파이 시장은 가상 자산 시장의 14%로 전 세계 평균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여러 서비스와 연계된 디파이가 속속 등장하며 디파이 활용도가 점차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향후 디파이의 성장 가능성을 십분 발휘할 수 있도록 민·관이 협력해 여러 제반 사항이 마련될 것으로 예상된다.

백용기 체이널리시스 한국 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