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 전자 기기 시장 넘어 전기차·자율 주행차 시장까지 진출
3D 검사 장비 전문 기업 펨트론이 코스닥시장 입성에 도전한다. 정보기술(IT) 전자 제품을 비롯해 반도체와 2차전지 부품 등의 검사 장비를 개발하는 회사다. 이 회사는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연평균 성장률 23.3%로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 왔다. 상장 후 전기차와 자율 주행차 전장 분야로 검사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최근 탄소 나노튜브 제조사 제이오와 전자책 플랫폼 밀리의서재가 잇달아 상장을 철회한 가운데 기업공개(IPO) 시장의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IPO 시장 분위기 반전 노리는 알짜 기업 2002년 설립된 펨트론은 3D 검사 장비를 제조·판매하는 검사 장비 전문 기업이다. 이 회사가 제조하는 장비는 크게 SMT·반도체·2차전지 등 세 가지 부문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SMT는 표면 실장 기술로 IT 전자 제품을 자동 조립하는 공정을 말한다. SMT 장비는 주로 스마트폰·냉장고·TV 등 사물인터넷(IoT) 분야 기기를 검사하는 데 사용한다. 이 장비는 인쇄회로기판(PCB) 위의 납 도포 상태를 검사하는 3D SPI, 부품의 실장 상태를 검사하는 3D MOI, 장착 부품을 검사하는 3D AOI 검사 장비로 구성된다. 펨트론이 공급하는 AOI와 MOI 장비는 8방향에서 동시에 조명을 비춰 부품을 촬영하는 ‘모아레 8-웨이 프로젝션 ’ 3D 기술이 적용됐다. 이를 통해 더욱 선명한 3D 이미지를 구현하고 높은 검사 정확도를 제공할 수 있다.
다양한 크기의 장비를 제조할 수 있다는 것도 펨트론의 강점이다. 이 회사는 소형 장비부터 중대형 장비까지 다양한 크기의 장비를 제작한다. 고객사는 맞춤형 크기의 장비를 주문해 공간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펨트론은 반도체 후공정 검사 솔루션도 제공한다. 반도체 웨이퍼 범프, 와이어 본딩, 패키지 외관, 메모리 모듈 등을 검사하는 것이다. 펨트론은 해외 경쟁사들이 독점적으로 제공하던 검사 장비를 국산화했다. 회사 측은 “자체 개발한 검사 장비는 세계 최고 속도의 웨이퍼 검사 능력과 고속·고해상도 범프 검사, 높은 패키지 검사 등에서 높은 정확도를 보여주고 있다”며 “웨이퍼 검사 장비 중 하나인 플립칩 볼 그리드 어레이(FC-BGA) 범프 검사 장비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상하면 동시 검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2차전지 검사 장비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2차전지 수요가 급증하자 2019년 세계 최초로 2차전지 리드 탭 인라인 검사 장비를 개발했다. 자체 개발한 자동 비전 검사 시스템을 통해 리드 탭의 표면 결함과 치수 등 형태를 자동으로 검사하고 제조 과정 후 생기는 불량을 파악해 양품과 불량품을 선별, 적재하는 장비다. 펨트론은 개당 1.6초의 검사 속도를 구현하고 고객사 시스템별 맞춤 검사가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이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리드 탭 제조 장비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회사 측은 지속적인 연구·개발(R&D)을 통해 2024년 2차전지의 다양한 분야의 검사 장비를 내놓을 계획이다.
펨트론은 회사의 경쟁력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융합 기술력으로 꼽는다. 검사 장비를 직접 제조할 뿐만 아니라 3D 체계 알고리즘과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를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는 것이다. 이 회사는 하이브리드 3D 첨단 광학 설계 기술 등을 자체 개발하고 이를 활용해 3D 검사 역량을 고도화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상하면 동시 검사 솔루션 개발에 성공한 것도 이런 기술력이 뒷받침됐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하이브리드 3D 광학 설계 기술은 펨트론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기술”이라며 “높은 신뢰도의 데이터와 외관 검사 무인화 솔루션을 제공하며 3D 검사 효율을 극대화했다”고 말했다.
펨트론은 3D 검사 장비 분야에서 60여 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기술력 확보를 위해 R&D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2021년엔 매출의 15%를 R&D에 투자했다. 최근 연구 인력도 늘렸다. 2004년 설립된 기술연구소의 연구 인력은 전체 임직원(190명)의 절반 이상인 100명이다. 그중 60% 이상이 소프트웨어 전문 연구원으로 구성됐다.
R&D 투자는 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펨트론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577억원, 42억원으로 나타났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연평균 20% 이상 성장했다. 올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42억원과 15억원으로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 가고 있다. 상반기 수주 잔액은 전년 동기 대비 17.9% 증가한 303억원으로 나타났다.
이 회사는 상장 후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펨트론은 전 세계 20개국, 300여 개 기업에 장비를 수출하고 있다. 중국·대만·일본을 포함한 아시아를 비롯해 유럽·미국·캐나다·멕시코 등 글로벌 기업에 연간 400대 이상을 공급하고 있다. 중국 가전 기업 메이디(MIDEA)와 전자 제품 제조 기업 카이파(KAIFA)와는 2011년부터 오랜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다.
회사 측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대하기 위해 우량 고객사를 중심으로 협력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국내외 대기업들과는 솔루션을 공동 개발하고 반도체 후공정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 이 밖에 1차 협력사에 장비 공급을 추진하는 등 단·중기 전략을 통해 고객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융합 기술로 승부 펨트론은 이번 상장으로 총 110만 주를 공모해 110억~121억원을 조달한다. 상장 주간사 회사인 하나증권은 펨트론의 기업 가치를 1454억원으로 평가했다. 비교 기업인 고영·엔시스·이엘피·디아이 등 7개 사의 평균 주가수익률(PER) 26.58배를 적용해 기업 가치를 도출했다. 공모가는 주당 평가액에서 19.22~26.56% 할인한 1만~1만1000원으로 제시했다. 공모 후 예상 시가 총액은 1067억~1174억원이다.
투자은행(IB)업계는 펨트론의 상장으로 주간사 회사인 하나증권이 상당한 투자 수익을 올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나증권은 2018년 9월 펨트론에 약 20억원을 투자해 52만6315주(지분율 5.51%)를 보유하고 있다. 주당 취득가액은 3800원이었다. 공모가가 희망 가격 범위에서 결정되면 투자 대비 약 세 배의 시세 차익을 올릴 수 있는 셈이다. 다만 하나증권이 보유한 주식은 상장 후 6개월간 매도가 불가하다.
펨트론은 11월 15~16일 일반 청약을 진행하고 11월 중 코스닥시장에 상장한다. 상장 후 유통 가능 물량은 36.81%로 다소 많은 편이다. 유영웅 펨트론 대표는 “펨트론의 목표는 반도체·2차전지까지 모든 분야의 1위 3D 검사 기업이 되는 것”이라며 “이번 코스닥시장 상장을 통해 최첨단 3D 검사 장비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전예진 한국경제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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