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익숙함·다름 등 창조를 위한 세 가지 연결 고리…작은 것에서부터라도 시작해야

[경영 전략]
‘연결’,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방법[김한솔의 경영 전략]
“뭐 새로운 거 없을까.”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숙제’ 같은 질문이다. 특히 조직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더더욱 와 닿는 질문일 것이다. 최고경영자(CEO)나 리더라면 ‘조직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새로운 아이템을 끊임없이 고민한다.

실무자들은 윗 리더들의 ‘쪼임’을 이겨내기 위해서라도 조금이라도 새로운 기획을 만들어 내기 위해 애쓴다. 신입 사원들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사람’에게 쏠리는 시선의 부담 때문에 혹은 ‘난 다르고 싶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라도 신선한 아이디어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새로운 것을 마음먹은 대로 만들어 내는 사람은 흔하지 않다. 그래서 결국 포기해 버린다. “창조는 ‘되는 사람’만 할 수 있는 거야”라는 자조 섞인 푸념과 함께 말이다.

과연 그럴까. 세상에 없는 무엇인가를 만들어 내는 것은 물론 어렵다.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해야 할 만큼 넘기 어려운 산도 아니다.

이를 위해선 창조가 무엇인지에 대해 먼저 생각해 봐야 한다. 대부분 사람들의 손에 들려 있는 스마트폰은 고(故)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창조한 덕분에 대중화됐다. 아이폰은 세상에 없던 새로운 것을 창조한 것이 맞다. 하지만 아이폰에 들어간 기술들, 즉 터치스크린, 위성항법장치(GPS), 무선 통화 등은 이미 다 존재하고 있었다.편집을 통해 만든 창조물 ‘아이폰’스티브 잡스가 한 것은 각각의 기기에서 따로따로 쓰이고 있던 기술을 아이폰이라는 하나의 물건에 잘 담아낸 것이다.

이를 두고 언론인 출신 베스트셀러 작가 말콤 글래드웰은 “스티브 잡스의 천재성은 기존 제품을 개량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편집 능력”이라고 말했다.

기존에 있던 것을 엮어 새롭게 재구성하는 ‘편집’이 창조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뜻이다. 어떤가. 막연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것보다 창조가 조금은 ‘해 볼만 한 과제’로 다가오는가.

그렇다면 ‘편집을 통한 창조’를 위해 어떤 것들을 엮고 연결해야 할지 3가지 측면에서 알아보자.

창조를 위한 첫째 연결은 ‘사람’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사람이 많이 모이면 새로운 게 만들어질 확률이 높아진다. 그리고 그 파급력은 생각 이상이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도시의 크기가 10배 늘어날수록 그 도시의 창조성이 17배 늘어난다고 한다. 사람이 늘어나는 수에 비례해 창조성이 커지는 게 아니라 ‘복리’의 마법처럼 창조성의 상승 폭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는 ‘이질적 사람들’이 많을 때 더 커진다.

아무리 사람들이 모여도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면 새롭게 ‘튀는 아이디어’가 나올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이를 알고 있어서일까. 스티브 잡스가 직접 설계한 건물로 알려진 ‘픽사’의 본사는 이질적 사람들이 ‘만날 수밖에 없도록’ 지어졌다. 픽사는 작가·디자이너·컴퓨터 과학자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모여 하나의 애니메이션을 창조해야 한다.

그래서 스티브 잡스는 이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많이 ‘연결’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 결과물이 건물 중앙의 커다란 ‘광장’이다. 언뜻 보면 정말 비효율적 공간 구성이다.

수많은 작업 공간을 설치할 수 있는 곳에 카페테리아나 커피 바 등을 만들어 ‘놀게’ 만들어 둔 셈이었다. 또한 많은 회의실과 화장실도 몰아 놓았다. 하지만 그 덕분에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매일 수시로 그곳에 와야 했고 우연한 만남이 ‘자주’ 이뤄질 수밖에 없었다.

물론 불편하다. 시간 낭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창조가 중요했던 스티브 잡스에게 필요한 것은 사람 간의 연결이었고 이 덕분에 픽사는 세계 최고의 창조적 집단이 될 수 있었다.

우리 조직을 한 번 생각해 보자. 자기와 다른 생각 혹은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그렇다면 자신은 그들의 생각을 제대로 이해하고 들으려고 노력하고 있을까. 새로운 것을 멀리에서 찾으려고 하지 말자. 어쩌면 자기 옆 자리, 자기 옆 부서의 동료가 창조의 불씨가 돼 줄지 모른다.고민에 대한 집착에 익숙해져야둘째 연결은 ‘익숙함’이다. 쉽게 말하면 ‘벤치마킹’이다. 그게 뭐 창조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맞다. 자기와 같은 일을 하는 회사나 업무를 따라하는 것은 모방일 뿐이다.

익숙함을 연결하는 창조는 ‘이종 간의 결합’이다. 업무와 직접적 연관은 없어도 주변의 익숙한 것을 자기 일에 접목해 보는 노력이 창조로 이어질 수 있다.

‘겐로쿠 스시’라는 초밥집을 알고 있을 것이다. 최초로 ‘회전초밥’을 고안해 낸 초밥 체인이다. 1958년 처음 벨트컨베이어 형태의 초밥집을 열고 10여 년 만에 200개가 넘는 지점을 세웠다.

1970년 오사카 만국 박람회에 출품까지 할 정도로 획기적인 방식이었다. 이를 고안해 낸 시라이시 요시아키는 이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어디에서 얻었을까. 바로 ‘맥주 공장’이다.

우연한 기회에 아사히맥주 공장에 견학 갔는데 맥주병이 벨트컨베이어에서 한 방향으로 돌아가는 것을 보고 초밥집에 적용한 것이다. 자신의 고민인 초밥을 주변에서 관찰한 맥주 공장의 시스템과 연결한 덕분에 새로운 시스템을 창조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익숙함을 연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자기가 갖고 있는, 풀어내야 하는 문제에 대한 집착이다.

아르키메데스가 ‘유레카’를 외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머릿 속에 ‘왕관이 순금으로 만들어진 것을 어떻게 확인하지’라는 고민이 계속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사과’를 통해 만유인력을 발견한 아이작 뉴턴 역시 마찬가지다. 새로운 것을 찾기 전에 해야 할 것은 ‘고민’에 대한 집착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창조를 위한 마지막 셋째 연결은 ‘다름’이다.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것들을 조합하는 과정에서 전에 없던 새로운 게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설명한 아이폰도 다름의 연결로 설명할 수 있다.

다름을 연결하는 것으로 유명한 CEO가 있다.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이다. 그가 아이디어를 찾는 방법 중 하나로 알려진 것은 ‘단어 연결하기’다.

아무 상관없어 보이는 단어들을 연결해 새로운 아이템을 만들어 보는 것이다. 어느 날 무작위로 3개의 단어를 뽑았는데 ‘사전’, ‘음성 발신기’, ‘액정 화면’이 나왔다. 이것을 보고 어떤 생각이 떠오르는가.

손정의 회장은 이것들을 연결해 사업성을 가진 첫 제품을 만들어 냈다. 이후 전자 사전으로 발전한 ‘다중어 번역기’였다.

관성적으로 이어지는 생각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이처럼 의도적 다른 생각이 필요하다. 이질적인 것을 이어 보려는 작은 시도가 자기 업무에서도 큰 변화를 이뤄 낼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눈치 챘을지 모르겠지만 이 글에선 창조와 비슷하게 여겨지는 말, ‘창의’를 한 번도 쓰지 않았다. 창의는 ‘생각’이기 때문이다. 창조는 이와 달리 ‘만들어 내는 것’을 포함한 단어다.

조직에서 필요한 것은 생각을 넘어선 ‘행동’이다. 그래서 더 어렵다. 하지만 창조를 위한 3가지 ‘연결’을 알았으니 지금까지 해 보지 않았던 작은 ‘연결’이라도 자기 업무에서부터 시작해 보면 어떨까.

김한솔 HSG휴먼솔루션그룹 조직갈등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