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처분계획 수립 전 배치·설계·구조 등 바뀔 수 있어 주의해야

[법으로 읽는 부동산]
서울의 한 상가 건물.   사진=한국경제신문
서울의 한 상가 건물. 사진=한국경제신문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분양 신청 단계에서 다수의 조합원은 아파트 분양을 신청한다. 하지만 근린생활시설(상가) 분양을 신청하는 조합원들도 있다. 이들을 흔히 상가 조합원이라고 한다.

조합에 따라서는 독립 정산제를 채택해 상가만의 관리처분계획을 별도로 수립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조합은 상가에 대한 부분을 편입시켜 사업을 진행한다.

그런데 상가는 아파트와 달리 관리처분계획 수립 단계에서도 개별 분양가나 상가 배정 기준을 추후 확정한다고 정해 두는 경우가 많아 문제가 된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74조 제1항은 분양 신청 기간이 종료된 때는 분양 신청의 현황을 기초로 분양 대상자별 분양 예정인 대지 또는 건축물의 추산액(종후 자산 가격) 등을 포함한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하도록 정하고 있다.

위 법 규정 문언만을 보면 분양 대상이 아파트든, 상가든 관리처분계획에 종후 자산 가격이 각각 제시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하급심 판례는 ‘상가의 경우 관리처분계획의 수립 및 인가 이후 이뤄질 분양 계약에 따라 수분양자가 결정되고 나서야 비로소 수분양자별 입점 계획 등을 반영해 상가의 면적, 구조, 위치 등을 구체적으로 확정할 수 있는 특수성이 있는 점’ 등을 이유로 상가는 그 통지 의무를 상당히 완화해 해석하고 있다.

문제는 분양 신청 이후부터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하기까지 상가의 배치·설계·구조·평형 등이 상가 조합원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바뀔 수 있다는 점이다.

설계 변경은 조합 사업 전체의 수익성 증대를 위해 추진되므로 전체 조합원 중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아파트 조합원들로서는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그 결과로 상가 조합원들의 개별 부담금은 분양 신청 당시 예상한 바와 달리 확 늘어나기도 한다.

개별 점포의 면적이 커지면서 총분양가가 늘어나는 식이다. 설계 변경의 유불리는 사람마다 판단을 달리할 수 있지만 몇몇 상가 조합원들은 이렇게 크게 바뀔 줄 알았다면 처음부터 상가로 분양 신청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한탄한다. 아파트로의 분양 신청 변경을 받아주는 사례도 있지만 이는 조합의 재량에 달려 있다.

또한 상가의 입지 배정도 예측할 수 없다. 상가는 층이나 위치에 따라 임대 수익률이 크게 차이가 나기 마련이라 좋은 입지의 상가에는 경합이 발생한다.

이렇게 되면 조합원 간 순위를 매겨야 하는데 그 기준을 종전 상가의 현황이나 권리가액 순서 등으로 명확하게 제시해 두는 조합도 있지만 관리처분계획 수립 시까지도 기준이 모호한 조합도 있다.

‘추후 MD 구성시 확정’이나 ‘분양 계약 체결시 확정’ 등의 문구만 기재해 놓았다가 관리처분계획 인가 후 시간이 한참 흐른 후 내용을 정하는 식이다. 사실상 상가에 관해서는 구체적인 내용의 확정을 유보하는 셈인데 이런 관리처분계획의 위법성이 다퉈지면서 사업이 지연되기도 한다.

이처럼 상가에 대해 분양 신청을 할 때 분양 신청 당시 예상한 바와 다르게 흘러갈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조합에 따라서는 상가 조합원들과 구체적인 내용을 두고 미리 협의하기도 한다. 이때 합의서 작성 단계부터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고 필요하다면 관련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진행하는 편이 안전하다.

최유민 법무법인 센트로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