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브리핑…지자체들, 기업 유치에 RE100 적극 검토

[ESG 리뷰]
투자 유치 필수 조건 된 ‘RE100’…전남, 무제한 공급 약속
재생에너지 사용은 기업에 필수가 됐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산업 구조상 한국 기업은 애플·BMW 같은 글로벌 기업이 요구하는 ‘100% 재생에너지 사용(RE100)’ 요구에 응하지 못하면 제품 판매에 애로를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필자는 RE100 캠페인의 한국 공식 파트너인 기업재생에너지재단 상임이사로 지난 3년 동안 기업의 RE100 가입과 이행을 지원하면서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이 한국 기업에 얼마나 절박하고 재생에너지를 조달하는 데 얼마나 어려움을 겪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최근 기업들은 신규 투자 대상 국가나 지역을 정할 때 RE100 여건을 검토한다. 현재 한국 23곳의 RE100 선언 기업은 연간 전기 사용량이 60TWh(한국의 전기 총사용량 533TWh의 11%)에 달하는 많은 재생에너지 수요를 창출했다. 그럼에도 재생에너지 전력 공급량은 여전히 부족하고 가격도 비싸 RE100 기업이 재생에너지 조달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업의 100% 재생에너지 달성은 단순히 에너지 문제가 아니라 투자와 고용을 포함한 산업과 수출 경제의 문제가 됐다. 따라서 기업들이 해외로 투자를 이전하는 것을 막기 위해 우리는 한국에서 100% 재생에너지를 달성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해야 한다. RE100은 이제 이러한 여건을 만드는 데 필요한 한국의 정책 및 규제 개선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정책 메시지를 개발했고 이를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RE100 기업 적극 유치 나선 지자체
기업재생에너지재단은 한국 최초로 RE100 기업과 재생에너지 공급 기업을 연결해 주는 시장을 개설했다. 지난 9월 29일부터 30일까지 제주 라마다호텔에서 재생에너지 시장 참여자 7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재생에너지 수요 기업과 공급 기업을 연결해 주는 ‘한국 재생에너지 매칭 포럼(Korea RE-Sourcing Forum)’을 창립했다. 이날 포럼에는 삼성전자·현대자동차·SK텔레콤·롯데화학·네이버 등 재생에너지 수요 기업과 SK E&S·중부발전·노스랜트파워코리아·신성이엔지 등 한국 공급 기업이 참여했고 에저파워(인도)·친트(중국)·MVM그룹(헝가리) 등 해외 공급 기업에서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김앤장법률사무소·미래에셋증권·KB증권·삼성화재·전력거래소 등 다양한 시장 참여자들도 참석해 민간 재생에너지 시장 활성화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번 매칭 포럼에서 발견한 특별한 점은 지방자치단체나 지역 주민의 재생에너지에 대한 인식이 그동안 알고 있던 생각과 전혀 달랐다는 것이다. 통상 지방자치단체들은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 시설에 대해 이격 거리를 둬 설비를 설치하는 것을 제안하고 지역 주민들은 민원을 제기하며 재생에너지 보급을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매칭 포럼에 참석한 전라남도는 RE100 기업을 대상으로 RE100 기업 투자에 가장 적합한 곳이 전남이라고 적극 알렸다. RE100 기업들이 지역 내에 투자하면 공장에서 필요한 재생에너지 전기를 무한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전남의 RE100 기업 대상 재생에너지 공급 제안은 이제 투자 기업에 대한 RE100 지원이 투자 유치에 필수 요소가 되고 있다는 것을 실감나게 했다. 최근 RE100을 선언한 기업들이 RE100을 이행할 수 없는 지역에 투자를 꺼리는 현실을 감안하면 안정적 재생에너지 공급은 매우 중요한 투자 조건 중 하나다. 따라서 전남의 제안은 당연한 기업 투자 유치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아직도 일부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자기 지역에 있는 기업들이 RE100 이행을 위해 얼마나 애로를 겪고 있는지 전혀 모르는 듯하다. 지자체장들은 기업 투자 유치만큼 RE100 이행에 신경 쓰지 않는다면 있는 기업도 떠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지자체에서도 RE100에 관심을 갖고 지자체 내 재생에너지 시설을 적극 확보할 필요가 있다.
해상 풍력 생산 원가, 대만의 2배
이번 매칭 포럼에서는 한국 재생에너지원 중 RE100 재생에너지 수요에 공급 잠재력이 가장 큰 해상 풍력의 생산 원가를 낮추기 위한 토론회도 개최했다. 한국 해상 풍력의 생산 원가는 덴마크·독일·영국 등 유럽 주요 국가뿐만 아니라 대만에 비해서도 2배 정도 비싸다. RE100 기업에 재생에너지 전력을 원활하게 공급하기 위해서는 생산 원가를 낮춰야 한다. 매칭 포럼은 이 같은 인식을 함께하고 재생에너지 수요 기업과 공급 기업 등 시장 참여자 스스로 생산 원가를 낮추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열렸다.

유럽이나 대만은 국가가 인허가·민원·전력 계통을 모두 해결한 후 가격을 입찰함으로써 비용을 낮추고 있다. 반면 한국은 이런 문제를 개발자가 모두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어간다. 따라서 재생에너지 공급을 늘리고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 변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정부 차원에서 해상 풍력의 생산 원가를 낮추기 위해 인허가 등 개발에 대한 제도적 개선이 따라야 하고 이와 함께 건설비와 운영비 등을 낮추는 사업자들의 노력도 필요하다.

RE100은 재생에너지 공급이 충분하고 RE100을 할 수 있는 제도들이 모두 완비되고 나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고 신뢰 받는 기업들이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겠다고 선언함으로써 시장과 정책 입안자에게 시그널을 주고 공급을 늘리고 가격을 낮춰 거래를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캠페인이다. 이를 생각할 때 한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한국 기업들의 RE100 선언은 한국 재생에너지 시장을 활성화하는 길이 될 것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1408호와 국내 유일 ESG 전문 매거진 ‘한경ESG’ 10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더 많은 ESG 정보는 ‘한경ESG’를 참고하세요.)

진우삼 기업재생에너지재단 상임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