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손상으로 수출 부진 심화…완전한 정책 변화는 6~9개월 걸릴 듯

[글로벌 현장]
11월 12일 봉쇄된 중국 베이징 아파트로 방역 요원들이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11월 12일 봉쇄된 중국 베이징 아파트로 방역 요원들이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중국이 해외 입국자 격리 기간을 7일에서 5일로 줄이는 내용의 새로운 방역 정책을 내놓았다. 반년 만에 코로나19 신규 감염자가 1만 명을 넘어선 가운데 이런 정책을 내놓은 것은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방역에서 경제로 전환

중국 행정부인 국무원 코로나19 대응 합동방역통제기구는 11월 11일 이런 내용의 ‘과학적이고 정확한 방역 업무 통지’를 발표했다. 이는 전날 최고 지도부인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결정한 ‘방역 정책 최적화를 위한 20가지 조치’의 후속 격이다.

국무원은 해외 입국자, 감염자의 밀접 접촉자, 폐쇄 루프식 사업장에서 일하던 사람 등에 대한 시설 격리 기간을 일괄적으로 7일에서 5일로 단축했다. 다만 시설 격리 후 3일의 자가 격리는 유지한다. 전체 격리 기간이 ‘7+3(시설 격리 7일+자가 격리 3일)’에서 ‘5+3’으로 줄어드는 것이다.

해외 입국자 격리 기간 단축은 지난 6월 21일(시설 14일+자가 7일)에서 10일로 줄인 이후 4개월여 만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내년 여름 이전까지 순차적으로 격리 기간을 줄여 갈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확진자가 나온 항공편에 대한 일시 운항 정지(서킷 브레이커) 규정을 철회하기로 했다. 중국행 항공편이 갑자기 취소될 리스크가 줄어드는 것이다. 이와 함께 탑승 전 48시간 내 2회의 유전자 증폭(PCR) 음성 증명서 제출은 1회로 조정했다.

감염자가 한 명만 나와도 수만 명을 격리시키는 근거가 됐던 각종 조치들도 철폐하기로 했다. 격리 등 방역 통제 대상자를 감염자와 밀접 접촉자로 한정한다. ‘차밀접(밀접 접촉자의 밀접 접촉자)’을 관리에서 제외하겠다는 내용은 그동안의 통제에 비춰 보면 파격적이다. 중국에선 감염자도 아닌 밀접 접촉자와 동선이 겹치는 차밀접과 그 동거인까지 격리하는 게 일상이었다.

한국의 봉쇄 기준인 ‘위험 지역’은 기존 ‘고·중·저’에서 ‘고·저’로 축소했다. 감염자가 나온 아파트나 빌딩을 고위험 지역으로 지정해 봉쇄하는 것은 현행과 같다. 하지만 고위험 주변 지역까지 중위험 지역으로 지정해 2~3주씩 출입을 통제하던 관행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국무원은 감염자가 나온 고위험 지역(건물) 외에는 저위험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고위험 지역을 방문한 사람은 시설 격리에서 자가 격리로 전환했다. 이런 조치들은 차밀접에 대한 관리 폐지와 맞물려 수만 명을 시설에 수용하던 기존 통제 조치를 크게 줄일 것으로 관측된다.

국무원은 지방 정부가 중앙이 정한 기준을 벗어나 임의로 사업장이나 학교를 폐쇄하면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공무원 인사 평가 기준이 방역에서 경제로 다시 전환한다는 의미다.

중국 최고 지도부인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은 11월 10일 회의를 열고 ‘방역 정책 최적화를 위한 20가지 조치’를 내놓았다. 10월 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구성된 20기 지도부의 첫 회의이고 지난 5월 19기 상무위원 회의 이후 6개월 만이다.

회의 주제는 코로나19로 같았지만 지난 5월 회의가 ‘방역 전쟁에서의 승리’를 내걸었던 것과 달리 이번 회의는 ‘최적화된 방역’을 강조했다. 상무위는 이번 회의를 통해 ‘가능한 한 빨리 생산과 생활 질서를 정상화한다’는 방침을 확정했다.

상무위는 ‘중점 지역의 전염병 퇴치에 총력을 집중하고 확산을 조속히 억제하며 가능한 한 빨리 생산과 생활 질서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격리·검사·의료 서비스 등에서 보다 정확한 조치를 취할 것’, ‘형식주의와 관료주의에서 벗어나 일률적 관행을 시정할 것’ 등도 주문했다.

지난 5월 회의까지 일관되게 유지했던 ‘제로 코로나’ 옹호 내용 상당수가 이번에 삭제됐다. ‘통제 정책을 왜곡 또는 거부하는 모든 발언에 맞서 싸운다’, ‘봉쇄 전략이 역사의 시험을 견딜 수 있다’ 등 강경한 발언이 사라졌다. 노인 인구가 많고 의료 기반 시설이 부족하다는 내용도 없었다.

중국 지도부의 이런 조치가 현장에 얼마나 빠르게 적용될지는 미지수다. 여전히 다수 지방에선 봉쇄식 관리가 진행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책임을 물어 주요 관료를 경질하는 사례가 최근까지 이어졌기 때문에 여전히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맥쿼리는 “중국 지도부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할 것”이라며 정책 전환에 6~9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훙하오 그로우인베스트 이코노미스트는 “당국이 제로 코로나 해제를 고려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수출 부진 지속되면 경제 악화는 불 보듯 뻔해”

중국 경제 지표는 악화하고 있다. 중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 온 수출마저 지난 10월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선진국 수요 부진에 중국 내 코로나19 통제가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중국 관세청에 따르면 10월 수출은 2983억 달러(약 418조원)로 작년 같은 달보다 0.3% 감소했다. 9월 5.7% 증가에서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물론 시장 예상치인 4.3%도 크게 밑돌았다. 중국의 월간 수출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코로나19 충격이 한창이던 2020년 5월(-3.3%) 이후 29개월 만이다.

중국의 3대 교역국 가운데 미국과 유럽연합(EU)으로의 수출은 각각 12.6%, 9.0% 급감했다. 10월 수입은 2132억 달러로 0.7% 줄어 시장 추정치(0.1% 증가)를 밑돌았다. 무역 흑자는 851억 달러로 예상치(959억 달러)보다 100억 달러 정도 적었다.

수출은 부동산·인프라 투자와 함께 중국의 3대 성장 축이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 안팎으로 추산된다. 이 수출마저 꺾이면서 한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에 상당한 여파가 미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1위 수출 대상이었던 미국으로의 수출액은 10월 470억 달러로 12.6% 급감했다. EU로의 수출도 441억 달러로 9% 감소했다.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이 20.3% 늘어난 488억 달러로 1위로 부상했다.

전자 제품 등 고부가 가치 상품을 미국과 유럽에 직접 선적하는 게 중국의 주력 수출 모델이다. 의류와 완구 등 저가 제품은 원재료를 아세안에 수출하는 가공 무역 형태로 전환하고 있다. 대미·EU 수출이 줄고 아세안 수출이 늘었다는 것은 주력 수출 모델이 위축되고 있다는 얘기다. 제품별로도 최대 수출품인 PC 등 정보 처리 장치 수출이 16.6% 급감한 195억 달러에 그쳤다. 가전 제품이 마이너스 25%, TV·오디오가 마이너스 13.5%, 조명 장치가 마이너스 15.7%의 감소세를 보였다.

중국의 전체 수입액이 0.7% 줄어든 가운데 미국산 수입은 1.5%, EU산 수입은 5.1% 감소했다. 반면 아세안은 수입도 4.6% 늘었다. 중국의 대한국 수출은 7% 늘어난 133억 달러, 한국에서의 수입은 13.9% 감소한 181억 달러였다.

중국의 수출 부진은 선진국의 긴축과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중국 내 공급망 손상이 중첩된 결과로 분석된다. 이런 원인이 수개월 동안 지속되면서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장즈웨이 핀포인트자산운용 수석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침체와 함께 중국의 수출 부진도 수개월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외국인 투자자는 중국 채권을 8개월 연속 순매도했다. 9월 말 기준 외국인 투자자의 중국 채권 보유액은 3조1715억 위안(약 621조원)으로 8월 말보다 616억 위안 감소했다. 지난 2월부터 9월까지 8달 동안 누적 순매도는 5620억 위안에 달한다. 외국인의 중국 채권 시장 직접 투자가 시작된 2018년 1월 이후 최장기 순매도다.

베이징(중국)=강현우 한국경제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