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4년 추위 속 일하는 노동자 위해 내놓은 ‘퀼팅 다운 재킷’, 산악 등반대 사이에서 인기

류서영의 명품 이야기
몽끌레르 ①
몽끌레르, 산악용 텐트·침낭에서 출발해 패딩 대명사로[류서영의 명품 이야기]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모 방송 TV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주인공인 송중기 씨가 1990년대를 배경으로 학생으로 환생해 입은 모직 더플코트가 향수를 느끼게 했다. 1990년대에는 교복 위에 혹은 캐주얼 웨어로 모직 코트를 많이 입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모직 코트는 점차 줄어들고 패딩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2010년대를 뜨겁게 달군 노스페이스의 패딩은 중·고등학생들에겐 교복처럼 여겨졌다. 부모들은 주머니 사정상 다소 과도한 지출인 줄 알고도 자식들의 요구로 마지못해 구매했다. 패딩을 둘러싸고 학생들 간 폭행 사건과 갈취에 대한 뉴스를 종종 접하곤 씁쓸해 했던 기억이 난다.

소비자들은 무거운 모직 코트보다 가볍고 보온성이 뛰어난 패딩과 경량 다운을 선호한다. 아마 이 유행은 당분간 지속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패딩의 최고 명품브랜드 중 하나는 처음 프랑스에서 시작되었으나 1992년 이탈리아 회사인 페퍼 컴퍼니가 인수한 몽끌레르다.

몽끌레르는 1952년 르네 라미용과 앙드레 뱅상이 함께 만들었다. 당시 33세의 라미용 창립자는 산악 장비를 고안하며 다수의 특허를 보유한 발명가이면서 산악인이었다. 26세의 뱅상 창립자는 스키 강사이자 스포츠 유통업자였다. 몽끌레르라는 브랜드 이름은 그들이 회사를 설립한 지역명 모네스티에르 드 클레르몽(Monastier de Clermont)에서 첫 세 글자와 뒤에 네 글자를 따서 합성해 지은 것이다. 모네스티에르 드 클레르몽은 프랑스 쪽 알프스에 접한 그르노블 지역에 있다.
1954년 이탈리아 탐험가인 아칠레 꼼파노니와 리노 라치델리가  카라코람 정상을 정복할 때 입은   몽끌레르의 퀼팅 다운 재킷
사진 출처 moncler.com
1954년 이탈리아 탐험가인 아칠레 꼼파노니와 리노 라치델리가 카라코람 정상을 정복할 때 입은 몽끌레르의 퀼팅 다운 재킷 사진 출처 moncler.com
유명 스키 선수가 애용하면서 인지도 높아져
몽끌레어를 입은 프랑스 스키 국가대표 선수들 
사진 출처 :moncler.com
몽끌레어를 입은 프랑스 스키 국가대표 선수들 사진 출처 :moncler.com
브랜드를 만든 1952년 초기에는 산악용 텐트와 침낭류 등 캠핑 관련 제품을 주로 만들었다. 산악용 침낭은 퀼팅(원단과 원단 사이에 솜이나 충전재를 넣고 누벼 주는 것) 소재로 만들었다. 커버 안에 접어 넣을 수 있는 텐트도 제작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외부 덮개가 달려 있고 사이즈 조절이 가능한 텐트는 기능성을 인정받아 이를 만든 라미용 창립자의 이름을 따 ‘레 라미(Le Ramy)’라는 상품명을 붙였다.

1954년 몽끌레르는 첫째 퀼팅 다운 재킷을 시중에 내놓았다. 몽끌레르의 공장이 들어선 그레노블은 프랑스 남동부의 알프스 산맥을 구분한 아제르강과 드라크강 가까이에 있는 고도가 높은 산지에 자리해 있어 매우 추웠다. 처음 퀼팅 다운 재킷은 이런 냉혹한 추위 속에서 일하는 공장의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공장 노동자들은 몽끌레르의 퀼팅 다운 재킷을 작업복 위에 걸쳐 입었다. 노동자들이 방한 목적으로 입었던 퀼팅 다운 재킷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 사람은 프랑스의 유명한 등반가이자 알파인 스키 선수인 리오넬 테라이였다. 테라이 선수는 몽끌레르 브랜드를 만들기 전부터 라미용과 뱅상 창립자와 친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테라이 선수는 캐나다 원정 등반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라미용 창립자를 만나 등반 시 마주하게 되는 극한의 추위를 견딜 수 있도록 보호 기능을 강화한 재킷을 비롯해 다양한 방한 용품을 만들어 줄 것을 요청했다. 그 결과 몽끌레르는 퀼팅 다운 재킷과 살로페트(가슴 부분에 천을 덧대고 등에서부터 양 어깨 너머로 멜빵을 걸쳐 단추 등으로 가슴 부분을 고정하는 멜빵 스타일의 작업복), 장갑, 침낭 등을 새롭게 개발했다. 몽끌레르는 이 제품들을 ‘리오넬 테라이를 위한 몽끌레르(Moncler pour Lionel Terray)’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여 출시했다.

‘리오넬 테라이를 위한 몽끌레르’의 모든 제품들은 실제 열악한 환경에서 테스트를 통해 점차 기능성이 개선되면서 완벽한 형태를 갖추게 됐다. 이들이 만든 제품은 테라이 선수가 애용하면서 인지도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이처럼 실제 테스트를 통해 기능성이 개선된 몽끌레르의 제품들은 세계 각국의 산악 등반대 사이에서 크게 인기를 끌었다.
1950년대 카라코람·마칼루 정복 때 입어
1964년 리오넬 테레이가 알레스카 원정 때 입은 몽끌레르의 다운 재킷 
사진 출처 : moncler
1964년 리오넬 테레이가 알레스카 원정 때 입은 몽끌레르의 다운 재킷 사진 출처 : moncler
1954년 이탈리아 탐험가인 아칠레 콤파노니와 리노 라치델리가 세계에서 둘째로 높은 티베트 서남쪽 산맥인 카라코람의 정상 K2를 정복하기 위한 원정을 떠날 때 몽끌레르의 퀼팅 다운 재킷을 입었다. 1955년 히말라야산맥 가운데 있는 세계 제5 고봉인 해발 8481m 높이의 마칼루를 정복한 프랑스 원정대 또한 몽끌레르의 퀼팅 다운 재킷을 입었다.

1968년 프랑스 남동부 그레노블에서 열린 동계 올림픽에 참여한 프랑스 스키 국가 대표팀의 공식 후원사로 몽끌레르가 선정됐다. 프랑스는 알파인 스키 부분에서 금메달을 수상했다. 이 일을 계기로 몽끌레르는 세계적으로 유명해지기 시작했고 새로운 로고를 만들게 됐다. 몽끌레르 마을 뒤쪽의 작은 산인 몽 에귓의 산 형태의 로고 대신 프랑스의 국조인 수탉 형태로 새롭게 변경해 만든 로고를 사용하기 시작했고 이는 지금까지 몽끌레르의 로고로 이용되고 있다.

프랑스 알파인 스키 국가 대표팀은 1972년 몽끌레르의 퀼팅 다운 재킷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알파인 스키 국가 대표팀이 기존의 2중 재킷 대신 보다 움직임이 편안하고 가벼우며 경기 규정에 적합한 싱글 재킷이 필요하다고 제안한 것이다.

몽끌레르는 스키를 탈 때 옷감이 상하지 않도록 어깨에 가죽 패드를 댄 다운 재킷을 개발했는데 이는 이전의 산악복을 뛰어넘는 몽끌레르의 혁신적인 새로운 제품이 됐다. 이렇게 프랑스 알파인 스키 국가 대표팀을 위해 새롭게 만든 싱글 재킷에 ‘후아스카란(Huascaran)’이라는 이름을 붙였고 후에 ‘네팔’로 개명됐다. 이 시기에 유럽에서는 겨울 여행이 유행했고 이는 몽끌레르가 세계적인 브랜드로 자리 잡고 유명해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류서영 여주대 패션산업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