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싱 DPA로 젊은 아세안 소비자에게 우리 기업이 직접 다가설 토대 마련
영국과 데이터 이동 협약으로 금융 투자 수월

[경제 돋보기]

산업통상자원부는 11월 21일 싱가포르 정부와 ‘한국·싱가포르 디지털 동반자 협정(DPA : Digital Partnership Agreement)’에 서명했다. 한·싱 DPA는 2020년 7월 제1차 공식 협상이 개최된 이후 총 10차례 진행됐고 2021년 12월 협상이 타결됐다. 그 이후 양국 정부는 협정문 법률 검토와 국내 심의 절차를 진행했고 이번 서명으로 양국 간 협상 절차가 완료됐다. 이 협정은 향후 국회 비준 절차를 거쳐 발효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싱 DPA가 발효된다면 아세안의 디지털 허브인 싱가포르와 디지털 협력이 강화돼 양국 간 디지털 교역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동 협정 제14.5조에 따르면 ‘전자적 전송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어 디지털 전송에 대한 영구적 무관세로 양국 간 디지털 콘텐츠 비즈니스의 안정적 환경을 마련했고 동남아 지역의 한류 열풍을 고려할 때 한국의 문화 콘텐츠가 더욱 확산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질 것이다. 또한 쇼피(shopee), 라자다(lazada) 등 아세안 전역의 네트워크를 보유한 싱가포르 전자 상거래 플랫폼을 활용해 한류 콘텐츠를 좋아하고 인터넷 쇼핑에 익숙한 젊은 아세안 소비자에게 우리 기업이 직접 다가설 토대가 구축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최근 스타트업의 성지로 떠오른 싱가포르와 DPA를 통해 디지털 협력이 강화된다면 우리 제조업체 역시 기술 혁신과 데이터를 활용한 비즈니스 협력을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싱가포르는 높은 디지털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디지털 규범 형성을 선도하고 있어 싱가포르·뉴질랜드·칠레 등이 참여하는 디지털 경제 동반자 협정(DEPA : Digital 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의 확대,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에서의 디지털 통상 논의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디지털 통상 질서 확립과 관련된 논의에서 양국의 공조와 협력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와의 디지털 협정에 이어 11월 23일 영국 정부는 한국과 데이터 이동 협약을 연내 발효한다고 선언했다. 지난 7월 이후 영국은 한국의 개인 정보 보호 관련 법적 제도를 평가했고 그 평가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타나 한국과 데이터 이동 협약을 체결하기로 한 것이다. 이 협약은 영국이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한 이후 처음 체결하는 것으로 그 의미가 크다. 이 협약을 통해 양국 기업은 현지 거주민의 금융 정보를 공유할 수 있어 현지 진출 기업의 대출·투자·보험 관련 업무가 훨씬 원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일련의 디지털 무역 관련 협정과 협약 체결은 더 이상 국제 통상 이슈가 상품이나 서비스 무역에만 초점을 둬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디지털 전환(DX)을 어떻게 활용하는지가 기업의 미래를 결정하는 요소라는 것을 고려할 때 한국 정부 역시 시장 개방 중심의 자유무역협정(FTA) 통상 협상 전략에서 벗어나 디지털 협력의 장을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

정부는 과학 기술, 디지털 전환, 미·중 기술 패권, 공급망, 인권, 환경 등 다양한 분야를 통섭하고 전략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통상 정책을 수립해 협상에 임해야 한다. 특히 디지털 전환이 경제 전반에 어떠한 파급력을 가지고 앞으로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 정부는 시장 참여자와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파악해야 한다. 이러한 현장의 목소리를 파악한 후 디지털 통상 협상의 목표를 정하고 우리의 원칙을 정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구축된 디지털 통상 규범 아래 우리 기업이 적극적으로 혁신하고 관련 비즈니스를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강문성 고려대 국제대학 학장 겸 국제대학원 원장
기업에 이익 되는 디지털 협상[강문성의 경제 돋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