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번아웃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은 조직 전체의 위기로 번진다

[경영 전략]
높은 성과를 내려는가? ‘리더의 에너지’부터 충전하라[김민경의 경영 전략]
아이와 함께 탄 비행기에 비상사태가 발생했다. 부모와 아이 중 누가 먼저 산소 마스크를 써야 할까. 부모는 본능적으로 아이를 먼저 챙기려고 들 것이다. 하지만 안전 수칙에 따르면 아이에게 산소 마스크를 씌워 주기 전에 부모가 먼저 써야 한다. 보호자가 자칫 정신을 잃으면 더 큰 위험이 뒤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대부분의 기업이 처한 상황을 보자. 전 세계적인 금리 인상,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 경기 침체 등 암울한 경제 환경,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기후 위기, 언제 또다시 닥쳐올지 모르는 바이러스의 공포, 디지털 기술 격차에 따른 양극화 심화까지….

‘영구적 위기’가 일상화되며 저마다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있는 지금, 비행 중 산소 마스크 착용 순서와 마찬가지로 조직의 리더부터 먼저 침착하게 대응해야 구성원의 불안을 잠재우고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모을 수 있다. 반대로 리더가 건강하지 못한 상태라면 조직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특히 리더는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밤낮없이 일에 매진하지만 마음처럼 성과는 따라오지 않을 때 겪게 되는 ‘희생 증후군’을 경계해야 한다. 희생 증후군은 리더 역할을 다하기 위해 개인적인 희생을 감수해 가면서 열심히 해 보지만 몸도 마음도 피곤하기만 하고 일이 점점 더 풀리지 않고 대인 관계마저 악화돼 가는 것을 말한다.
희생 증후군 덫에 빠지지 않으려면세계적인 생활 용품 다국적 기업 유니레버의 니얼 피츠제럴드 전 회장은 1970년대 유니레버에 입사해 회장 자리에까지 올랐다. 직위가 오를수록 부담이 커지면서 처절하게 일에 매달렸지만 그만큼 성과가 나지 않았다. 기대만큼 일이 풀리지 않으니 불안하고 예민해진 상태에서 통제할 수 없는 것까지 통제하려고 들면서 직원들에게 큰소리 치는 일이 잦아졌다. 결국 떠나는 직원들이 늘어나고 가정에서는 부인과 이혼에 이르게 됐다.

이처럼 리더가 희생 증후군의 덫에 빠지는 순간 불행은 시작된다. 막중한 책임감으로 인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안간힘을 쓰느라 에너지가 고갈되고 관계까지 챙길 여력이 부족해진다.

일에만 집중하다 보니 직원들에 대한 배려가 없어지고 조직 내 불만이 높아지면서 성과가 떨어지는 것이다. 육체적·감정적·지적·영적으로 탈진하게 되는 ‘번아웃’에 빠지게 되면 리더는 제대로 된 의사 결정을 할 수도, 제대로 된 동기 부여를 할 수도 없다. 리더로서 구성원에게 롤모델이 돼 줄 수도 없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 내지 못하고 희생 증후군이 계속되면 리더의 부정적인 상태는 조직 전체로 퍼져 나가게 된다.

그러면 희생 증후군에서 어떻게 탈출할 수 있을까. 우선 리더는 자신의 상태를 정확하게 알아차리고 에너지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우리가 활동할 때 근원이 되는 힘을 충전해야 하는 것이다.

‘건강하다’, ‘기운이 넘친다’, ‘열정적이다’, ‘밝다’, ‘즐겁다’, ‘행복하다’ 같은 말이 에너지가 가득 찬 상태를 묘사한다. 만약 리더가 ‘피로하다’, ‘힘들다’, ‘의미가 없다’, ‘어둡다’, ‘우울하다’, ‘불행하다’ 같은 상태라면 스스로 위험 신호라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성과에 대한 연구를 하는 심리학자 짐 뢰르와 웰빙에 대한 컨설팅 솔루션 기업 에너지프로젝트의 최고경영자(CEO) 토니 슈왈츠가 제시한 ‘고성과를 내는 에너지 피라미드’를 살펴보면 희생 증후군에 맞서 리더가 에너지를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방법을 찾을 수 있다.

그들은 수천 명의 경영진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에너지 피라미드의 4개 차원이 균형적으로 채워져야 압박 상황에서도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에너지 피라미드는 아래로부터 ‘몸’, ‘마음’, ‘정신’ 그리고 가장 상위의 ‘영혼’까지 4개 차원으로 이뤄져 있다.

‘몸’은 신체적 균형과 건강을 가리킨다. 이 같은 육체적 에너지는 다음 단계인 마음과 정신 회복의 바탕이 된다. ‘마음’의 에너지는 감정 조절을 할 수 있도록 하는데 이를 통해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는 내면의 환경을 조성하는 역할을 한다.

다음으로 ‘정신’ 에너지는 주의 집중에 쓰인다. 그리고 가장 꼭대기의 ‘영혼’ 에너지는 삶의 목적의식을 찾는 데 쓰이며 동기 부여·결단력·인내력의 원천이 된다. 정리하면, 하위 차원의 에너지는 다음 단계의 에너지 수준에 영향을 끼치고 4개 에너지 차원이 모두 동시에 작동할 때 고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4개 영역별 에너지 충전을 위해 리더가 가장 신경 써야 할 것은 무엇인지 하나씩만 살펴보자.
리더의 분노는 직원에게 상처를 준다먼저 ‘몸’의 에너지를 채우려면 규칙적이고 균형 잡힌 식습관과 운동이 중요하다는 것을 누구나 다 알고 있다. 그런데 리더의 신체 건강을 해치는 가장 심각한 문제가 있다. 수면 부족이다.

잠 잘 시간이 부족해 혹은 사업 걱정에 불면증이 생겨 잠 못 이루는 리더가 많다. 잠을 많이 자면 게을러 보이고 적게 자야 부지런한 것 같아 일부러 잠을 줄이는 사람도 있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나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은 평균 4시간 정도를 잔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은 선천적으로 적게 자도 활기차게 하루를 보낼 수 있는 쇼트 슬리퍼(short sleeper)일 수 있다. 현실에 쇼트 슬리퍼는 극히 드물다. 보통 사람이 4시간 수면으로 잠이 부족하면 이는 혈중 알코올 농도 0.1%, 면허 취소 수준의 상태와 다름없다고 한다.

특히 리더의 잠이 부족하면 다음날 참을성이 떨어지고 예민해져 직원과의 관계 악화, 업무 몰입도 저하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수면 과학자들에 따르면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수면 시간은 8시간이 적당하다.

세계 최대의 온라인 쇼핑몰 기업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창업자는 “8시간 수면이 나의 경쟁력을 만들어 주기 때문에 잠자는 시간을 우선으로 만들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마음’ 에너지가 가득하다는 것은 삶에서 전반적으로 높은 수준의 긍정적인 감정을 유지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직위가 높아질수록, 스트레스가 많아질수록 잘 다스려야 할 감정이 있다. 바로 ‘화’다. 치열한 경쟁을 거치며 높은 자리에 오를수록 통제하려는 경향이 강해진다.

또 기대감은 점점 높아지는데 직원들의 태도나 성과가 성에 차지 않으면 싫은 소리를 하면서 화가 나고 그냥 참고 넘어가도 화가 날 수 있다. 세계적인 심리학자 대니얼 골맨(Daniel Goleman) 씨는 전기 합선이 기기를 고장 내고 심하면 화재를 일으키듯이 리더의 분노는 ‘감정 합선’을 일으켜 직원에게 상처를 입히고 조직 전체에 악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를 밝힌 바 있다.

분노의 함정에 빠지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습관성 분노에 중독되면 가정이나 일상에서도 거듭 화를 내게 되고, 이는 본인의 신체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스트레스 호르몬이 과잉 방출돼 심장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고 기억력 등 인지 능력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정신’ 에너지는 주의를 집중해 좋은 의사 결정을 하는 데 필요하다. 정신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가장 효과적인 훈련으로는 명상을 추천한다. 명상은 육체적·감정적·지적·영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생각·느낌·감정·행동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과 주변 사람들·자연환경·세계·사건들에 주의를 기울이고 알아차리는 것이다.

마음 챙김과 명상의 세계적 권위자인 존 카밧 진 매사추세츠 대 교수는 “명상은 궁극적으로 리더십 훈련”이라고 했다. 자신을 들여다보는 훈련이 깊어지면 타인의 욕구를 들여다보고 자비와 연민을 느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업에서는 임직원들에게 의도적으로 명상 시간을 갖게 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영혼’의 에너지를 강화하는 힘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나온다. 인간은 나를 넘어선 관계 속에서 충만함의 가치를 느낀다고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기에서 타인으로 시야를 확장해야 하는데 가까운 사람들과 주기적으로 깊은 대화를 하거나 스스로 남을 돕는 자가 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콜린 바렛 사우스웨스트항공 명예회장은 이른 아침을 ‘회복 시간’으로 정해 놓고 에너지를 충전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녀는 그 시간에 직원과 고객에게 온 감사 편지를 읽고 답장하면서 삶의 목적의식과 비전이 더욱 뚜렷해졌다고 한다.

불확실성만이 유일하게 확실하고 위기는 파도처럼 밀려오는 오늘날, 어떤 어려움에도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는 조직을 원하는가. 그렇다면 리더 본인부터 “나는 괜찮다”고 할 수 있는 힘을 기르자. 몸과 마음, 정신과 영혼이 방전되지 않도록 평소 에너지를 고속 충전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김민경 IGM세계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