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스 스터디 - 아모레퍼시픽
[ESG 리뷰]
단풍이 절정에 이른 11월 초 찾은 아모레 뷰티파크는 언뜻 보면 공장으로 여겨지지 않을 만큼 자연의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본격적으로 자연을 만날 수 있는 곳은 원료식물원. 1만8000㎡ 규모에 1480여 종의 식물이 자라고 있는 어엿한 ‘식물원’이다. 기업의 뿌리와 맞닿은 공간으로, ‘좋은 원료에서 좋은 제품이 나온다’는 철학을 지닌 서성환 아모레퍼시픽 창업자가 조성한 ‘태평양 인삼 재배지’를 모태로 설계했다.
기업의 헤리티지를 녹여 낸 곳이기에 계절별 식물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 공간일 뿐만 아니라 식물의 활용 가능성을 연구·교육하고 미래의 식물 자원을 수집·보존하는 사회 공헌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꽃을 비롯한 다양한 식물 소재에서 피부 효능을 발굴하고 이를 제품에 활용하고 있는데 이곳 원료식물원에서는 다양한 품종의 재배법, 환경 변화, 식물의 부위에 따라 얻을 수 있는 성분과 효능의 차이를 연구한다.
첫째 공간인 ‘입구 마당’에 들어서자 12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향나무가 방문객을 맞이했다. 원료식물원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로, 용인에 있는 연구·개발(R&D)센터에 같은 나무가 식재돼 있다. 바로 옆에선 가을 국화가 진한 향기를 냈다. 또 아모레퍼시픽의 역사적 식물인 동백나무와 녹차나무를 볼 수 있다. 화장품의 원료로 많이 사용하는 동백은 씨에서 나온 오일이, 녹차는 제품에 따라 잎뿐만 아니라 하얀 꽃과 갈색 열매까지 쓰임새가 다양하다.
“이러한 헤리티지 원료는 방문객에게 체험 요소가 된다”며 “이곳에선 연구나 보전을 위해 키우고 있다면 실제로는 제주도의 오설록 다원과 전남 강진 다원 등에서 녹차를 채취하고 또 지역 상생의 일환으로 제주도 동백마을과 ‘아리따운 구매’ 업무 협약을 맺어 주민들이 채취한 동백씨를 구매해 지속 가능한 원료로 사용하고 있다”고 팩토리 투어 담당자가 설명했다.
‘장미원’, ‘허브원’, ‘전시온실’, ‘한방약초원’ 등 총 18개 소정원으로 이뤄진 식물원은 공간마다 다른 콘셉트로 꾸며 놓았다. 원료식물원이 문을 연 것은 아모레 뷰티파크가 준공된 2012년이지만 2016년 리뉴얼 공사를 시작해 2019년 7월 재개관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당초 식재 계획은 수분·유분·항산화 등 효능을 지닌 기능성 식물 자원으로 전체를 꾸미는 것이었지만 날씨와 계절에 민감한 식물의 특성을 고려해 약 70%를 화장품 원료로 활용되는 식물을 심었다. 점차 그 비율을 늘려 나가는 게 목표다.
이러한 원료 식물을 찾아보는 것도 아모레 뷰티파크를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 나뭇잎이 말의 이빨을 닮은 마가목도 이 무렵 예쁘게 피는 원료 식물이다. 한약재로 많이 쓰는 식물로 아모레퍼시픽 건강기능식품 바이탈뷰티에 활용되고 있다. 또 탈모 샴푸의 원료로 쓰는 약모밀, 선크림과 토너에 즐겨 쓰는 자작나무, ‘마몽드’의 주원료인 장미, ‘설화수’와 ‘프리메라’에 활용되는 연자육 등이 대표적이다.
김성민 아모레퍼시픽 공간기획팀 선임 조경사는 “단순히 조경 지역이 아닌 식물의 가치를 존중하는 의미에서 원료식물원이라고 이름 지었다”며 “계속해 새로운 식물과 미래 자원을 찾아 수집·전시·교육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소에서 필요로 하는 식물을 함께 재배하면서 수확 시기나 품종, 재배법, 식물 부위에 따른 효능 성분 함량 등을 연구하기도 한다.
또 화장품 소재로 활용 가치가 높은 국외 반출 승인 대상 식물 자원 품종에 대해서도 국내 대량 증식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야생 채취가 아닌 안정적인 국내 재배를 통해 환경 보호와 국내 생물 다양성 보존 활동에도 기여하고자 한다고 아모레퍼시픽 측은 설명했다.
원료식물원을 지나 아모레 뷰티파크의 제품 생산 스토리 체험관인 ‘아모레 팩토리’로 들어가면 총 3개 층에서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 요소를 경험할 수 있다.
1층 ‘팩토리 스테이션’에는 30일 이내에 생산된 신선한 화장품을 체험할 수 있는 팩토리 라이브러리가 자리한다. 2층 ‘팩토리 아카이브’는 1945년 ‘태평양화학공업사’로 시작한 설립 초기부터 사용한 설비 체제 변천사가 전시돼 있다. 3층 ‘팩토리 워크’에서는 실제 ‘설화수’ 자음 라인 생산 작업이 한창이었다. 투명한 유리벽 너머 자동화 설비를 통해 내용물을 주입하고 검수를 거쳐 포장까지 완료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흥미를 더한다.
아모레 뷰티파크는 친환경 설계가 돋보이는 공간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친환경 경영 활동은 뷰티업계 최초의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가입으로 대표된다. 아모레 뷰티파크는 올해 ‘사업장 RE100’을 달성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지속 가능 경영 5대 약속인 ‘2030 어 모어 뷰티풀 프로미스(2030 A MORE Beautiful Promise)’를 선언하면서 세부 이행으로 2021년 3월 ‘글로벌 RE100’에 동참했다. 최근에는 100% 재생에너지를 2025년까지 조기 달성하기 위해 새로 개정된 한국 재생에너지 정책을 다양하게 활용하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특히 지난 3월 SK E&S와의 한국 최초 직접 재생에너지 공급 계약 체결(PPA)이 화제를 모았다. 또 지난 6월 한국전력·에코네트워크와 제3자 PPA를 체결했다. 아모레 뷰티파크는 물류동 옥상에 태양광 모듈을 설치해 이미 약 2.6MW 규모의 자체 발전 인프라를 확보한 상태다. 이어 PPA 계약을 통해 아모레 뷰티파크는 2021년 한국전력의 공급 에너지양 기준 약 21%의 재생에너지를 추가로 확보해 올해부터 모든 제품을 재생에너지로 생산하게 된다.
또 아모레 뷰티파크는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심야 전기를 활용한 수축열 시스템도 구비하고 있다. 심야에 냉수를 저장한 후 주간에 냉방용으로 활용하는 시스템이다. 이 시설은 자연 채광을 최대화하도록 설계했고 인공지능(AI) 조명 등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였다. 수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빗물 저장소’와 ‘정화 처리 시설’을 설치했고 이를 통해 상수 사용량과 상수 생산을 위한 에너지를 감축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밖에 태양광 패널 확대, 에너지 절감용 공조기 인버터 적용 확대, 우수 저장 시설 확대, 히트파이프 개발, AI 조명 사용 확대, 에너지 저장 장치(ESS) 등을 통해 친환경 시설을 지속적으로 확산해 나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글로벌 생산 사업장의 탄소 중립 실현과 폐기물 매립 제로화 달성”을 천명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아모레퍼시픽은 2030년까지 국내외 전 생산 사업장의 재생에너지 사용률을 100%까지 끌어올리고 한국 물류 차량의 100%를 전기차 같은 친환경 차량으로 전환, 매립 폐기물의 재활용 자원화 등 실천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인터뷰]오정화 아모레퍼시픽 지속 가능 경영 Division장
“올해 전사 재생에너지 35% 달성이 목표”
“아모레퍼시픽은 1993년 최상의 서비스와 최고 품질, 건강한 환경 보호를 내포한 무한 책임 주의를 선언한 이후 ‘사람을 아름답게, 세상을 아름답게’라는 기업 소명을 바탕으로 다양한 지속 가능 경영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환경·사회·지배구조(ESG)는 선의의 개념을 넘어 기업이 비즈니스를 이어 갈 수 있는지 결정하는 주요 지표가 됐습니다. 뷰티 산업에서 고객들에게 가치 소비는 당연한 일이 됐고 사회적·환경적으로 더 높은 수준의 가치를 제공해야 할 시기가 빠르게 다가왔습니다. 아모레퍼시픽은 뷰티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것에서 나아가 ‘고객’의 지속 가능한 소비를 촉진하고 모두가 함께하는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책임감을 갖고 ESG를 추구하는 비즈니스를 펼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기업 생태계 모두에 대한 적극적 공감을 기반으로 지난해 ‘2030 어 모어 뷰티풀 프로미스’를 선언했습니다. 아모레퍼시픽 전 구성원이 함께 노력과 실천을 이어 가겠다는 다짐이자 향후 10년간 추진해 나갈 지속 가능 경영 5대 약속을 세상에 공표한 것이에요. 지속 가능 경영 약속의 두 필러인 ‘고객 및 사회와의 동행’과 ‘대자연과의 공존’을 바탕으로 고객의 지속 가능한 삶을 증진하고 이해관계인과 포용적으로 성장하는 사회를 만들어 가며 기후 위기 대응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자원 순환성을 제고하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 아모레퍼시픽은 선제적 재생에너지 계약 체결을 통해 대전·오산 사업장의 RE100을 달성했습니다. 재생에너지 사용에서 어떤 노력이 돋보인다고 자평하십니까.
“아모레퍼시픽은 기후 위기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2025년까지 전 사업장에서 필요로 하는 전력 수요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기 위해 청정 에너지원 확보에 집중하고 있어요. 또한 100% 재생에너지를 통해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하겠다는 지속 가능 경영 약속을 지키고자 합니다. 올해 오산 뷰티파크 주차장 등에 1.5GW 규모의 태양광 설비 추가 착공에 이어 3월과 6월에 한국의 첫 태양광 직접 전력 구매 계약(PPA)과 한국전력과의 제3자 전력 구매 계약을 진행했습니다. 최근 11월에는 제주도 북촌리의 마을 풍력과 한국 최초로 가상 전력 구매 계약(VPPA) 체결을 통해 한국에 재생에너지 공급을 위한 새로운 방법론을 도입하고 제주도와의 재생에너지 거래 시장 체계 마련을 위한 협약을 추진했습니다. 또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기 위한 여러 방안을 모색한 결과 태양광 에너지에 국한하지 않고 지열 에너지·태양열 에너지·풍력 발전·소수력 시스템 등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2021년부터 총 3차에 걸친 녹색 프리미엄 전력 구매에 참여해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고 있어요. 한국 최초로 도입된 다양한 시도를 통해 한국에서 도입할 수 있는 대부분의 재생에너지 확보 방법론을 적용한 유일한 기업이 됐어요.”
- 기후 변화 못지않게 물 그리고 폐기물도 E 부문에서 중요한 관리 항목입니다.
“아모레퍼시픽은 생산 사업장에서의 용수 모니터링 체계를 자동화하는 등 사용처별 점검을 강화함에 따라 사용 용수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있어요. 또한 주 생산 사업장인 오산 뷰티파크에서 확보한 빗물 저수조를 세탁 용수 등으로 전환하고 중수를 사업장 화장실에서 재활용하는 등 용수의 사용량을 감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 폐기물의 자원 순환을 위해 일회성 폐기물이 최대한 발생하지 않도록 폐기물 배출량을 줄이고 발생한 폐기물은 유형별로 특성을 고려해 재활용하는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오산 뷰티파크는 원부자재의 공장 운반 시 사용하던 일회용 포장재 등을 다회용 플라스틱 박스로 교체했고 소량 매립하던 분진 폐기물 2.2톤을 도로공사의 기초 공사용 토사로 사용하는 등 폐기물을 재활용했습니다. 그 결과 아모레퍼시픽은 폐기물의 94%를 재활용하며 폐기물 매립 제로 국제 검증에서 실버 등급을 획득했습니다.”
- 생물 다양성 보전 및 생물 자원 활용을 위해 최근 주목할 만한 활동이나 성과가 있다면 한 말씀 부탁합니다.
“아모레퍼시픽은 2021년 국립생물자원관과 국립백두대간수목원과 협약을 체결하고 파트너십을 통해 한국 자생 식물의 산업적 가치를 발굴하는 한편 다양한 생물 자원 보존 및 지속 이용을 위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또 아모레퍼시픽은 오래전부터 한국의 자생종을 보존하고 활용하는 연구를 지속해 왔습니다. 핵심 원료인 인삼·녹차·동백·아시안 시드뿐만 아니라 한국 재래종과 고유종 발굴 및 새 품종을 개발하고 멸종 위기의 흰 감국을 복원해 화장품 소재로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멸종 위기 제주 야생화를 복원하고 피부 효능에 뛰어난 소재인 무궁화와 녹차를 화장품 원료로 사용하는 등 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한 활동을 전개해 왔습니다.”
- 환경 분야 소셜 벤처 육성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는데 어떤 성과가 있습니까.
“올해 최초로 실시한 ‘어 모어 뷰티풀 챌린지(A More Beautiful Challenge)’는 임팩트 창출 및 성장 가능성을 보유한 소셜 벤처를 발굴하고 오픈 이노베이션 연결 및 투자 기회를 제공하는 아모레퍼시픽만의 소셜 벤처 육성 프로그램입니다. 친환경 분야의 시너지 창출 및 성장 가능성을 평가한 결과 5개 스타트업을 선정했고 이후 4개월 동안 각 스타트업 대표, 아모레퍼시픽 임직원과 함께 ESG 교육, 멘토링, 현업 일대일 미팅, IR 피칭 컨설팅, 데모데이 등 프로그램과 소셜 벤처 역량 강화를 위한 액셀러레이팅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환경 분야 임팩트 평가를 통해 3개 스타트업을 최종 투자처로 선정했고 3개 기업의 성장과 소셜 벤처 생태계 성장을 지원하려고 합니다. 또 첫해의 성과를 바탕으로 환경적·사회적 문제를 더욱 구체화하고 협업 체계를 지속적으로 고도화할 예정입니다. 소셜 벤처의 비즈니스가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아모레퍼시픽이 지향하는 ESG 임팩트를 외부로 확산하며 내부 임직원과의 네트워킹 및 협업을 통한 내부 인식 제고로 ESG 문화 내재화에도 기여해 나갈 예정입니다.”
- 올해 가장 큰 성과와 내년도 주안점을 무엇인가요.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지표들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아모레퍼시픽은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행보에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3월 한국 뷰티업계 최초로 글로벌 RE100 캠페인 가입 후 올해는 전사 재생에너지 35%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2025년까지 생산 사업장을 포함해 본사·연구소·영업소 등 비제조 사업장까지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해 제품을 생산할 계획입니다. 아모레퍼시픽은 내년에도 글로벌 기업 시민의 일원으로 모두가 공존하고 상생할 수 있는 지속 가능 경영 전략을 펼치고자 합니다. ‘2030 어 모어 뷰티플 프라미스’를 바탕으로 기후 위기를 다 함께 해결하기 위해 전 사업장의 탄소 중립을 실현하고 플라스틱 폐기물 이슈에 대응하는 등 대자연과 공존하기 위한 과업들을 수행해 나갈 예정입니다. 또 제품 포장재의 환경, 사회 영향을 개선하는 것에서 나아가 환경적·사회적 이슈 해결에 적극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 계획입니다. 다양성과 포용성의 가치를 담은 상품과 커뮤니케이션으로 사회 인식 제고에 기여하는 등 고객이 지속 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고 이해관계인과 함께 조화롭게 성장해 나갈 계획입니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1411호와 국내 유일 ESG 전문 매거진 ‘한경ESG’ 10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더 많은 ESG 정보는 ‘한경ESG’를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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