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지수 밴드는 2062.5~2642…물가·금리 등 리스크는 2분기 이후 안정될 듯

[비즈니스 포커스]
2023년 코스피, 다시 ‘박스피’로?
2023년도 온통 빨간불이다.

투자 전문가들은 2023년에도 글로벌 경기는 인플레이션과 긴축 그리고 침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하반기에는 경기가 조금씩 회복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문제는 실물 경제에 미칠 영향이다. 2022년 인플레이션과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인해 악화된 금융 여건과 심리가 직접적으로 실물 경제에 타격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재테크에도 뾰족한 묘수가 보이지 않는다. 투자자들에게 가장 큰 공포는 ‘불확실성’이다. 안갯속 대내외 경제의 길잡이가 돼 줄 2023년 투자처는 어디일까. 5대 증권사(삼성증권·NH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KB증권)의 투자 전문가들이 전망하는 글로벌 경제 흐름과 함께 2023 유망 종목을 소개한다.‘상저하고’ 증시 전망증권가의 2023년 증시 예측은 상당수 해가 그렇듯이 ‘상저하고’다. 여기에서 주요한 지표는 물가와 금리다.

첫째 주요 지표는 금리다. 투자 전문가들은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이 2023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미래에셋증권은 금리가 5% 위로, 2023년 2분기까지 지속될 것이란 의견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제롬 파월 Fed 의장의 최근 발언을 볼 때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낮아지지 않으면 2023년 상반기에 리세션(경기 침체)이 오더라도 금리 인상을 계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투자증권은 그 시점을 1분기로 앞당겨 예측했다. 최제민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Fed가 물가에 기반해 금리 인상을 멈출 수 있는 시기를 2023년 1분기로 보고 있다”며 “경기가 나빠지는 상황에서 물가 둔화 흐름이 확인되면 Fed 역시 금리를 더 인상하기보다 유지하려는 유인이 더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상황도 엇비슷하다. 그는 “미국만큼 경기 여건이 좋지 못한 유로존과 영국은 금리 인상을 이어 나가기 어려운 환경이고 한국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금리 인하가 아닌 금리 동결 전환도 시장 금리의 하락 전환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삼성증권은 “실제 1985년 이후 미국 10년 국채 금리 고점은 Fed 금리 동결 전환이 전 시점에 형성됐고 이후 시장 금리는 금리 동결 기간 중에도 대부분의 경우 하락했다”며 Fed가 2023년 2월 50bp(1bp=0.01%포인트) 인상 이후 금리 동결 전환 가능성을 예상했다.

둘째는 2022년 경제를 좌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인플레이션’이다. 2023년에도 물가 향방이 긴축 강도와 침체 깊이를 결정하기에 그 무엇보다 중요한 변수다. 물가 향방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한국투자증권의 최제민 애널리스트는 “불확실성이 여전하지만 강력한 긴축이 물가를 누르는 힘이 시차를 두고 더 강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주거비·임금·의료비 등과 관련된 서비스 물가는 한 번 올라가면 잘 내려가지 않는 경직적 속성을 가졌지만 경기 둔화와 선행 지표의 흐름을 감안하면 점차 하락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점은 2023년 1월을 정점으로 점차 하락할 것이란 분석이다.

반면 미래에셋증권은 “상품 인플레이션은 공급망 정상화와 상품 소비 둔화로 하향 안정화 추세를 이어 갈 것으로 기대되지만 서비스 인플레이션은 상대적으로 강한 서비스 소비와 임금 상승세 등으로 잘 꺾이지 않는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Fed의 인플레이션 목표가 2%인 만큼 이를 위해서는 월간 물가 상승률이 0.2%보다 낮아져야 하는데 그러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NH투자증권은 “Fed의 최종 금리 수준이 확실해지는 시점은 2023년 중반으로 예상된다”며 “물가 상승률과 금리는 2023년 중반 이후 안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2023년 코스피, 다시 ‘박스피’로?
잿빛 박스피 투자 전략상저하고 증시에 코스피는 어떤 춤을 출까. 한국 5대 증권사는 2023년 코스피가 평균 2062.5에서 2642선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이들이 예측한 코스피 밴드 하단 평균(2062.5)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이는 올해 코스피 연저점이었던 2155.49보다 4.51% 낮은 수준이다. 올해 연고점은 3029.57로 2023년 코스피 예측 밴드 상단 평균(2642)보다 높은 수치다. 불과 1년 전 2022년 코스피 전망이 3000선을 뚫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잿빛 전망이다. 12월 7일 코스피 종가는 2382.81이다.

5대 증권사 중 가장 높은 상단을 예측한 곳은 NH투자증권이다. 배당 할인 모형을 통해 향후 12개월 적정 코스피지수 상단을 2750으로 제시했다. 하단 역시 2200으로 5개사 중 가장 높다.

반면 삼성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가장 낮은 2600을 상단으로 예측했다. 삼성증권은 글로벌 경기 침체 현실화, Fed의 통화 정책 방향 전환 가능성 미미, 수출 부진과 기업 실적 불확실성 추가 심화 등을 2023년 시장의 변수가 아닌 ‘상수’로 설정했고 미래에셋증권 역시 향후 이익이 마이너스 5%~마이너스 10% 하향 조정됨을 고려하면 추세적 상승보다 박스권 흐름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주가 저점은 내년 1~2분기 형성된 뒤 하반기부터 상승하는 상저하고 형태를 띨 것으로 내다봤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상반기에는 통화 긴축 충격이 경제 전반에 스며들어 주식 투자에 불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면서도 “2023년 2분기 말 긴축 사이클 종료에 발맞춰 위험 자산 선호 심리가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의 이익은 2022~2023년 전년 대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증시를 끌어올릴 업종으로는 반도체·2차전지·정보기술(IT) 등이 꼽혔다. 한국투자증권은 미국 행정부의 외교와 경제 정책 변화로 반도체·2차전지 등은 반사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예측했다. KB증권 역시 ‘큰 정부’ 시기에 수혜 업종은 2차전지 등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과거에도 대공황과 전쟁 이후 큰 정부의 시대가 나타났고 B2B 투자는 필연적으로 정부 주도로 이뤄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삼성증권은 한국 IT 기업의 성공 방정식은 경기 불황기에 투자를 확대한 이후 경기 회복기에 시장 장악력을 확대하는 전략이었다며 주가 모멘텀 부활의 단초라고 분석했다.

NH투자증권은 꾸준한 이익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2차전지·은행을 제외하면 조선·화학의 흑자 전환을 예상했고 유틸리티·디스플레이 등도 적자가 축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IT 수요 감소에 투자 규모 축소로 대응하고 있는 반도체와 저가수주 물량의 수익성 훼손이 해소되고 있는 조선 등의 턴어라운드가 기대된다는 것이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