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수 화우 대표 인터뷰 “건설사·부실채권 문의 급증…고객의 고통 분담해야”

[스페셜 리포트 : 2022 대한민국 베스트 로펌&로이어]
정진수 화우 대표변호사 약력 : 1961년생. 서울대 법대.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사법연수원 22기. 1993년 서울민사지방법원 판사. 1995년 서울지방법원 판사. 2000년 서울서부지방법원 판사. 2005년 법원 재판연구관. 2007년 법무법인 화우. 2018년 화우 대표변호사(현)./이승재 기자
정진수 화우 대표변호사 약력 : 1961년생. 서울대 법대.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사법연수원 22기. 1993년 서울민사지방법원 판사. 1995년 서울지방법원 판사. 2000년 서울서부지방법원 판사. 2005년 법원 재판연구관. 2007년 법무법인 화우. 2018년 화우 대표변호사(현)./이승재 기자
“2022년 인수·합병(M&A) 거래 자문은 큰 건이 별로 없었어요. 그 대신 M&A를 둘러싼 분쟁이나 위기 대응 자문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정진수 화우 대표변호사는 한경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경영 환경이 좋고 기업이 잘나갈 때 로펌이 수혜를 봤듯이 기업들이 어려울 때 고통을 같이 나누는 것이 법무법인이 갈 길”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기업들의 업무를 수임해 돈을 번 만큼 기업들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찾겠다는 얘기다.

로펌업계는 2022년 성장세가 둔화되는 속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다. 경기 침체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자금 시장이 얼어붙자 M&A 관련 자문이나 기업 투자 관련 일감이 줄었다. 그 대신 큰 거래가 깨지면서 M&A를 둘러싼 분쟁이 급증했다.

분쟁에 강한 화우는 2022년에도 굵직한 사건들을 승리로 이끌었다. 특히 2022년 M&A 분쟁 시장에서 가장 뜨거웠던 이슈인 한앤컴퍼니의 남양유업 주식 양도 계약 이행 소송에서 한앤컴퍼니를 대리해 승소했다. 최근 판결이 난 아시아나 ‘M&A 무산 소송’에서는 아시아나를 대리해 2500억원의 계약금을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을 받아 냈다. 화우가 전통적 ‘송무 강자’로 통하는 만큼 정 대표는 분쟁 분야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M&A 거래가 2023년 하반기부터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재무 여력이 충분한 대기업이 부실기업 인수에 나서면 M&A 법률 자문도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22년 하반기에는 부실 채권,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구조 조정 파산 등 위기에서 파생되는 법률 서비스 수요도 함께 늘었다. 정 대표는 “2022년해 성장세는 둔화하겠지만 2023년부터 이해관계인 간 분쟁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화우는 부실 채권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 최고 수준의 구조 조정 파산팀을 통해 이에 대응하고 있다.

규제 대응 일감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화우가 라임·옵티머스·독일 헤리티지펀드 등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한 은행과 증권사에 대한 자문과 소송 대리를 맡으며 두각을 나타내 온 금융 규제뿐만 아니라 최근 기업들의 최대 관심사로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자문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화우는 법무법인 중 가장 먼저 중대재해처벌법 해설서를 기업들에 배포했고 50개 넘는 기업을 자문했다.

2022년 10월에는 두성산업을 대리해 법원에 이 법의 위헌 법률 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법의 주요 내용이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과 과잉 금지 원칙 등에 위배된다고 본 것이다.

정 대표는 “물론 1년에 800명씩 산재 사고가 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고 기업들이 이를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막무가내식 경영 책임자 형사 처분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위헌 제청을 했다”고 말했다.

화우는 2024년 상반기 치러질 총선에 대비한 규제 대응도 채비하고 있다. 정 대표는 “2023년 상반기를 거치며 윤석열 정부가 가진 규제 정책이 현실화되기 시작할 것”이라며 “현 정부의 규제 철학에 대한 준비를 얼마나 잘하느냐가 2023년 로펌이 고객들을 잘 도와줄 수 있느냐 마느냐를 결정 지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 대표를 비롯한 화우 변호사들이 최근 정책 세미나로 바쁜 나날을 보내는 이유다.

2023년은 화우가 설립 20주년을 맞는 해다. 정 대표변호사는 양적 성장보다 질적 성장을 강조했다. 그는 “사회와 기업이 어려운 만큼 로펌도 고객이 겪는 고통을 일정 부분 분담해야 한다”며 “로펌에 대한 충성도와 정직성을 강화하고 법률 서비스를 고도화해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고객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