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일 법무법인 화우 명예대표변호사 인터뷰

[스페셜리포트 : 2022 대한민국 베스트 로펌&로이어 : 창업자 인터뷰]
윤호일 화우 명예대표변호사./이승재 기자
윤호일 화우 명예대표변호사./이승재 기자
1970년 스물일곱 살에 판사로 임관한 청년은 1년도 되지 않아 법복을 벗었다. 사회에 팽배한 권위주의로 인해 판결에 제약이 있었고 젊은 법조인은 회의를 느꼈다. 판사로서의 사명을 다하기에 버거운 시대였다. 청년은 선진 법률 문화를 경험하기 위해 미국 유학을 택했고 미국 로스쿨에서 JD(Juris Doctor)를 취득했다. 사회와 민족과 나라에 기여하겠다는 다짐은 변함이 없었다.

16년간 미국 초대형 로펌에서 변호사로 일하고 돌아온 청년은 ‘윤리적이고 민주적인 로펌’을 만들겠다고 다짐하며 한국에서 로펌을 설립했다. 윤호일 법무법인 화우 명예 대표변호사는 이렇게 한국에 새로운 로펌 문화를 만들어 가기 시작했다.

윤 대표는 미국 대형 로펌 베이커앤 매켄지에서 16년간 변호사로 일하며 로펌의 사명과 사회적 역할을 배웠다. 그가 귀국해 1989년 설립한 법무법인 우방이 화우의 전신이다.

그는 “계속 판사를 했어도 잘살았겠지만 배우고 성장했으면 사회와 나라와 민족을 위해 뭔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윤 대표 혼자 시작했던 우방은 국제 업무와 자문 분야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한국 로펌으로서는 후발 주자였지만 인수·합병(M&A)을 통해 빠르게 성장했다. 창업 14년 만인 2003년 소송 업무에 강했던 법무법인 화백과 통합하며 몸집을 키웠다. 자문 중심의 우방과 송무 중심의 화백이 통합하면서 화우는 6대 로펌 자리에 올라선다.

권위주의에 염증을 느껴 판사복을 벗었던 그는 인터뷰 내내 ‘윤리’와 ‘민주성’을 강조했다. 화합과 자율이 화우의 DNA로 자리 잡은 것도 그의 이런 철학 때문이다. 우방과 화백이 통합할 때도 두 로펌의 화학적 결합이 완벽하게 이뤄질 수 있었던 배경에도 민주성을 강조하는 윤 대표의 경영 철학이 녹아 있다. 개인의 자율성을 중시하면서도 법인 전체의 이해관계, 고객을 위한 이해관계를 중시하는 풍토를 만들었다.

그는 “로펌처럼 능력 있는 전문가들이 모인 집단에서 변호사들이 다 자기 잘났다고 하면 공동체 의식이 결여되기 쉽다”며 “화우는 조금 느리더라도 제대로 된 결정을 하고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더라도 가장 많은 인원들이 만족할 수 있는 결정을 내리며 공동체 의식을 키워 나갔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적인 ‘공정거래법(경쟁법) 대가’로 통한다. 경쟁법의 발상지이자 선도 국가인 미국에서 기업법 업무, 국제 업무, 공정거래법(경쟁법) 업무 등을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로 16년간 일한 경험이 토대가 됐다.

당시 공정 거래 분야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한국에서는 ‘공정거래법 1호 변호사’로 활동하며 공정거래법 발전에 기여했다. 공정거래위원회 비상임위원, 한국경쟁포럼 초대 회장, 아시아경쟁연합 초대 회장 등을 지내면서 한국에서 공정거래법이 자리 잡을 수 있게 지원했다. 2020년에는 세계적 경쟁법 전문 매체인 GCR의 ‘GCR 2020 평생 업적상’을 수상했다. 한국인으로는 처음이었고 아시아인으로는 둘째 수상이었다. 그가 이끌었던 화우 공정거래그룹이 최고의 경쟁력을 인정받는 이유다.

윤 대표는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의 촉진이 경제 발전과 민주화에 기여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공정한 경쟁의 촉진을 추구해 온 그는 2009년부터 점진적으로 시행된 법률 시장 개방 당시에도 위기가 아닌 기회라고 봤다. “법률 시장 개방은 한국 로펌과 외국 로펌의 협력과 경쟁을 부추겨 우리 로펌과 법조계의 윤리 의식과 서비스 품질, 전문성을 높이는 발전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봤다”고 했다.

매년 ‘공급 과잉’ 논란이 있는 변호사 수에 대해 그는 “매년 나오는 변호사 수는 대체로 적절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적정한 경쟁을 통해 사회 약자에게까지 닿을 수 있는 법조 서비스가 발전할 수 있다”며 “결국 행정도 법 집행에 포함되는 영역인 만큼 변호사 자격을 가진 공무원도 더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후배들에게 사회적 역할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그는 “법률가로서 선구적이고 모범적인 역할을 하며 법의 지배와 법률 문화의 향상 및 사회 발전에 크게 기여해 주기를 바라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도 게을리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