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침체, 약한 침체 따라 주식·채권 비율 상이, 약한 침체라면 ‘한국 채권’

[머니 인사이트]
2023년 자산 배분 전략 어떻게 짤까[머니 인사이트]
2022년 세계 경제는 고물가와 경기 악화의 이중고인 스태그플레이션을 겪으며 주식·채권으로 대표되는 전통 시장의 조정이 진행됐다. 동시에 세계 경제는 경기 침체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 산업 전반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제조업 경기가 수축 국면에 진입하며 향후 경기 악화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자금 경색 여부가 금융 위기를 예측하는 대표적인 징후인데 이를 판단하는 테드 스프레드(TED Spread)가 최근 임계치를 넘으며 경계감을 높였다. 테드 스프레드는 3개월 리보 금리에서 미국 재무부 채권(Treasury Bill, 미 재무부가 발행하는 단기 채권) 금리를 뺀 것이다. 이 수치가 0.5%포인트를 넘으면 위험 전조를 나타낸다.약한 경기 침체 전후 금융 시장경기 침체는 두 가지 시나리오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로 ‘강한 경기 침체(hard crash)’는 글로벌 주요국이 대부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과격한 경기 침체 상황을 의미한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세계 경제 및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역성장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에 반해 약한 경기 침체(mild recession)는 주요국 성장률이 마이너스까지는 기록하지 않지만 실적이 크게 둔화되며 성장률 또한 크게 하락하는 경우다. 2018년 시작된 미·중 무역 분쟁의 여파로 2019년 당시 국내 상장 기업 실적이 순이익 기준으로 전년 대비 45.3% 감소했다. 전 세계 및 한국 경제성장률은 2%대로 하락했다.

2023년 경기 침체 시나리오는 ‘약한 경기 침체’로 예상된다. 첫째, 경기 침체에 대비하는 정부 정책 기대다. 둘째, 2022년 글로벌 금융 시장 또한 약한 경기 침체를 선반영하기 때문이다. 우선 2008년 금융 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유행)으로 금융 위기 확산을 차단하는 주요국의 중앙은행과 정부의 대응이 상당히 고도화됐다. 특히 양적 완화와 같은 비전통적인 유동성 공급 정책을 빠르게 시행하며 과거 2차례 큰 위기를 진압에 성공한 경험이 존재한다.

또한 2022년 글로벌 증시 수익률 또한 2023년 약한 경기 침체를 반영하고 있다. 2008년 강한 경기 침체 동안 코스피와 글로벌 증시는 각각 40.7%와 43.5% 하락했다. 즉, 통상 강한 경기 침체를 앞두고 주식 시장은 마이너스 30% 이상 조정을 기록한다는 의미다. 한편 2018년 약한 경기 침체 동안 코스피와 글로벌 증시는 각각 17.3%와 11.2% 하락하며 절반 정도에 못 미치는 조정을 기록했다.

그런데 2022년 한때 30% 가까이 하락했던 코스피는 2022년 12월 6일까지의 수익률을 기준으로 코스피와 글로벌 증시는 각각 19.6%와 18.0% 하락했다. 이러한 주식 시장의 조정 폭을 감안할 때 2023년 약한 경기 침체를 전망한다고 해석된다.

약한 경기 침체와 강한 경기 침체 전후로 금융 시장은 특정한 패턴을 보인다. 주식 시장은 2008년 강한 경기 침체 국면에서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선진국 증시가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반면 2009년 반등 국면에서는 강한 경기 침체 이후 강한 부양책으로 선진국 대비 신흥국 증시가 강세를 기록했다.

약한 경기 침체 국면, 즉 2018년 이후 조정과 반등 국면에서는 공통적으로 선진국이 강세를 보였다는 특징이 이례적이다. 이는 약한 경기 침체로 주요국 경기 부양 정책이 강력하지 않은 점에서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경기가 빠르게 반등하지 못하며 신흥국 경기가 크게 개선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의 스타일지수는 약한 경기 침체와 강한 경기 침체 모두 동일한 패턴이 나타난다. 즉, 강한 경기 침체 국면인 2008년에는 저변동성·고배당 스타일과 함께 가치주가 강세를 기록했다.

2018년 약한 경기 침체 기간에도 한국 증시 스타일은 저변동성·중소형주와 함께 고배당·가치주가 강세를 기록했다. 증시 조정 국면은 저변동성·고배당과 가치주 스타일이 상대적 강세를 기록한다는 점이다. 한편 강한 경기 침체 이후 반등 국면인 2009년에는 가치주·낙폭 과대와 대형주가 강세를 기록했다. 약한 경기 침체 이후 반등 국면인 2019년에도 가치주·대형주와 함께 낙폭 과대주가 강세를 기록한다. 공통적으로 조정 국면에서는 저변동성·고배당, 밸류에이션이 싼 가치주가 상대적인 강세를, 반등 국면에서는 경기 회복 기대로 경기 관련 가치주·대형주와 함께 낙폭 과대주가 상대적인 강세를 보인다는 것이다.

채권 시장은 2008년과 2018년 주식 시장이 큰 폭의 조정을 기록하는 동안 안정적인 수익률을 기록했다. 강한 침체 국면에서는 듀레이션이 짧은 한국 채권이 강세를 기록했다. 한국 채권 시장에서는 안정성이 높은 국공채 등이 강세를 기록했다. 반면 반등 국면에서는 조정 국면에서 부진했던 미국·글로벌 등 채권 수익률이 강세를 나타냈다. 한국 채권 시장에서는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며 신용 스프레드가 하락해 여전채·회사채 등의 수익률이 강세를 보였다.

2018년 약한 경기 침체 국면 글로벌 채권 중 한국 채권의 강세가 지속됐다. 2018년 한국 채권 내에서는 국공채가 상대적 강세를 기록했다. 2019년에도 미국 채권이 강세를 기록했는데 한국 채권 시장에서는 2019년 반등 국면에서 약한 경기 회복으로 안전 자산인 국공채가 상대적 강세를 나타냈다는 특징이 있다.

2022년 금융 시장 동향을 보면 글로벌 주식 시장은 상품 가격 강세에 따른 남미 신흥국 그리고 엔데믹(주기적 유행) 이후 관광·서비스업 개선으로 유럽 증시가 상대적 강세를 기록했다. 한국 증시 스타일은 조정 국면이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하는 저변동성·고배당·가치주가 역시 강세를 보였고 2022년 10월 이후 성장·대형·낙폭 과대주(모멘텀)가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하며 반등 국면의 시장 특성을 보였다. 채권 시장은 역시 조정 국면에서 강세를 나타내던 한국 국채가 가장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2022년 연초 이후 한국 채권 수익률은 그중에서도 듀레이션이 가장 긴 국공채가 부진한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같은 해 10월 이후 금리가 빠르게 하락하며 국고채가 가장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향후 경기 침체 시나리오에 따른 전략은2021년 하반기부터 둔화되기 시작한 글로벌 경기는 2023년 상반기를 저점으로 하반기에는 회복되기 시작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코스피 이익 전망인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12M FWD EPS)은 2021년 고점 이후 마이너스 20.5% 하향 조정됐다. 과거 경험치를 고려할 때 추가적으로 마이너스 10% 정도 하향 조정된 이후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2023년 1분기 중 코스피의 이익 전망 하향 조정 마무리 이후 코스피의 밸류에이션 부담은 완화될 것으로 판단되고 이후 주식 시장은 반등할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2022년 10월 이후 미국 중앙은행(Fed) 금리 피벗 기대에 따른 반등 국면 금리에 민감한 대형 성장주가 강세를 기록했다면 2023년 상반기 경기 저점 기대에 따른 반등 국면은 경기 관련 가치주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2023년 경기 침체 우려 이후 반등 국면이라는 점에서 대형주와 낙폭 과대주에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2023년 글로벌 경제가 1분기 경기 침체 이후 경기가 강하게 반등한다면 자산 배분 내 주식 전략은 2024년 EPS 증가율이 높은 스타일과 지역이 유리하다고 판단된다. 2023년 경기가 강하게 반등한다면 한국 스타일은 가치 대비 성장주 비율 확대, 해외 주식은 선진국 대비 신흥국 비율을 확대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2023년 약한 경기 침체와 함께 약한 경기 회복이 예상되는 점에서 신흥국 대비 선진국이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 중에서는 2023년 실적 개선 기대가 선진국 중에서 높은 미국 주식이 유리할 것이다.

채권 시장은 2023년 강한 경기 침체로 Fed의 긴축이 조기에 종료된다면 상대적으로 2022년 부진했던 미국과 해외 채권이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2023년도 약한 경기 침체와 함께 약한 경기 회복이 예상되고 있어 글로벌 채권 지수 중에서는 2022년 상대적 강세를 기록했던 한국 채권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투자전략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