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사 모두 NPL 비율 상승…고금리 시대, 재정에 어떤 영향 미칠지 눈여겨봐야

[비즈니스 포커스]
중저 신용자 대출 ‘목표 달성’한 인터넷 은행, 건전성은 괜찮을까
제1금융권의 문턱을 넘기 어려운 중저신용자들은 저축은행이나 캐피털사 등 제2·제3 금융권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이를 고려한 금융 당국은 인터넷 전문 은행에 중저신용자를 위한 대출 상품을 확대하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인터넷 은행이 이른바 ‘금융 취약층’을 포용할 수 있는 역할을 해 주길 기대했기 때문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금융 당국은 대출의 일정 비율을 중저신용자에게 할애하고 목표치를 달성하는 것을 인터넷 은행 신사업 인허가의 기준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2021년 인터넷 은행 3사는 중저신용자 대출 비율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했다. 하지만 2022년에는 인터넷 은행 3사가 모두 관리에 집중하면서 목표치에 근접한 수준을 기록했다.

일단 목표치는 채웠지만…

중저신용자 대출 비율은 은행의 전체 가계 신용 대출에서 개인 신용 평가 회사 코리아크레딧뷰로(KCB) 기준 신용 평점 하위 50% 대출자(점수로는 850점 이하)에 대한 대출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2022년 인터넷 은행 3사는 각각 중저신용자 대출에 대한 목표치를 제시했는데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25%, 토스뱅크가 42%였다.

토스뱅크와 케이뱅크는 2022년 모두 목표치를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토스뱅크는 2022년 3분기 39%를 달성했고 4분기 들어 40%를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뱅크도 2022년 3분기 기준 24.7%의 비율을 달성해 사실상 목표치를 채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카카오뱅크는 연말까지 목표치를 채우기 위해 고신용자 대상 상품 판매를 중단하고 중신용 대출 상품도 특별 판매해야 했다. 2022년 9월 기준 카카오뱅크의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 대출 비율은 23.2%로 목표치인 25%를 채워야만 했다. 이에 따라 카카오뱅크는 2022년 12월 21일부터 31일까지 고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신용 대출 상품의 신규 판매를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카카오뱅크 측은 “연말을 맞아 고신용 대출 잔액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부득이하게 한시적으로 중단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틀 후인 2022년 12월 21일에는 최저금리 연 4.45%, 최대한도 1억원의 ‘중신용 대출 상품’도 특별 판매했다. 중신용 대출은 신용 점수 하위 50%(KCB 기준 850점 이하)의 연소득 2000만원 이상, 재직 기간 1년 이상 고객을 대상으로 한다. 대출 금리는 최저 연 4.45%로 기존보다 최대 1.98%포인트 인하했다. 대출 기간은 원리금 균등 분할 상환 방식으로 최대 10년까지다.

이러한 노력을 기반으로 카카오뱅크 또한 2022년 연말까지는 당초 계획한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신증권은 2022년 4분기 기준 카카오뱅크의 중금리 대출 잔액이 3190억원으로 당초 목표치를 무난히 달성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단순히 ‘수치’만 늘린 것은 아니다. 그간 인터넷 은행 3사는 다양한 신용 평가 모델 개발을 통해 중저신용자를 선별하는 데 주력했다. 건전한 중저신용자를 선별해 대출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여기에 IT를 접목해 확대된 인터넷 은행이 보다 정교한 신용 평가 모델을 개발함으로써 금융 시장의 건전성에 기여해야 한다는 시장의 기대도 있었다.

카카오뱅크는 독자적인 대안 신용 평가 모형인 ‘카카오뱅크 스코어’를 2022년 9월 개발했다. 롯데멤버스·교보문고 등 11개 기관의 3700만 건의 가명 결합 데이터를 활용해 개발한 모형이다. 이 모형은 기존 금융 정보 위주의 신용 평가 모형으로는 정교한 평가가 어려운 중저신용 및 신파일러(금융 이력 부족자) 고객을 위해 포인트 적립, 서점 구매 이력 등 대안 정보 위주로 만든 최초의 신용 평가 모형이다. 심사 전략을 정교화하고 금융 이력 부족 고객 중 우량 고객을 추가로 선별한다.

토스뱅크는 자체 신용 평가 모형인 TSS(Toss Scoring System)를 운영 중이다. 전 금융권의 금융 데이터와 고객의 소비·생활 패턴을 고려한 비금융 데이터를 모아 만들었다. ‘상환 능력이 있는’ 건전한 중저신용 고객을 발굴하는 것이 목표다.

케이뱅크도 2022년 2월부터 중저신용자와 신파일러 등 고객군별 특성을 반영한 특화 신용 평가 모형(CSS)을 적용했다. 케이뱅크 측은 “CSS의 도입 후 중저신용 고객의 대출 승인율이 높아지면서 중저신용 고객 대상 신용 대출 공급이 확대됐다”고 밝혔다.

중저신용자에겐 점점 높아지는 은행 문턱

동시에 인터넷 은행은 다양한 정책으로 중저신용자의 금융 건전성에 기여하고 있다. 3사 중 비율이 가장 높은 토스뱅크는 중도 상환 수수료를 대신 부담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2022년 10월부터 11월 말까지 토스뱅크의 대출 서비스를 이용 중인 고객 가운데 중도 상환을 선택한 고객은 총 8만6500명에 달했다. 이들에게 제1금융권 평균 수수료율(0.7%)을 적용하면 부담해야 하는 중도 상환 수수료 총액만 총 139억원에 달한다. 1인당 평균 부담액은 16만1000원이었다.

이들 가운데 42%에 달하는 3만8300명이 중저신용자다. 중저신용 고객들의 1인당 평균 수수료 부담액은 12만3000원으로, 토스뱅크의 수수료 무료 혜택에 따라 고객들은 대출 상환 과정에서 수수료를 절약했다. 가령 토스뱅크 사장님대출을 이용했던 자영업자 A 고객은 1년간 총 1억5250만원을 상환하는 과정에서 115만원의 수수료를 면제 받았다.

금융 취약자를 포용하는 것은 인터넷 은행의 설립 취지 중 하나다. 하지만 최근 경기가 가라앉고 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 늘어난 중저신용자 대출 비율이 향후 인터넷 은행의 재정 건전성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러한 조짐은 사실 2022년부터 시작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인터넷 은행 3사의 고정 이하 여신(NPL) 비율은 2021년 말 평균 0.26%에서 2022년 9월 기준 0.48%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4대 은행 NPL 비율이 0.23%에서 0.2%로 떨어진 것과는 대조적이다. NPL 비율은 연체된 지 3개월이 넘은 대출 비율을 뜻한다. 흔히 은행의 재정 건전성을 판가름하는 지표로 여겨진다. 업계는 인터넷 은행 3사의 NPL 비율이 높아진 것이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린 것에 영향을 받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인터넷 은행 측은 대손 충당금을 늘리며 꾸준히 대비해 왔고 앞서 언급한 각 사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신용 평가 모형을 통해 적절하게 대출 규모를 늘렸다고 밝혔다.

한편 저축은행 등 제2 금융권은 개인 신용 대출 금리를 법적 마지노선인 20% 가까이 인상하고 있다. 이유는 재정 건전성 관리와 가계 대출 한도를 초과하지 않기 위해서다. 은행 문턱이 더욱 높아져 중저신용자들의 어려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업계는 인터넷 은행이 그간 늘려 온 중저신용자 대출이 2023년부터 은행 재정에 어떤 방향으로 적용할지 눈여겨보고 있다. 이홍재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카카오뱅크에 대해 “2023년 카카오뱅크는 경기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목표 수준인 30% 달성을 위해 중저신용자 대출 비율을 높여야 하기 때문에 자산의 건전성 리스크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게 약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