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영 율촌 전문위원 “시장 선점 중요…확실한 플랜 B도 가지고 도전해야"
“한국인에겐 ‘해외 시장 개척 DNA’가 있습니다. 이런 강점에 철저한 사전 준비가 더해진다면 해외 진출 성공 가능성을 더 높일 수 있습니다.”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은 최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만나 “1970~1980년대 ‘중동 붐’ 등을 보면 한국인은 새로운 도전을 주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과거 한국 사회는 시행착오에 너그러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게 달라진 점”이라며 “한국인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탈세계화 등 최근 국제 상황에 맞는 촘촘한 해외 진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위원은 서울대 조경학과와 서울대 환경대학원을 졸업한 뒤 문화체육관광부·국회입법조사처를 거쳐 율촌의 글로벌 법률 및 정책 분석가로 일하고 있다. 구독자 32만 명의 유튜브 채널 ‘최준영 박사의 지구본 연구소’를 운영하는 파워 유튜버이기도 하다. 최근 출간된 한경 무크 ‘해외 진출 성공 전략, 주목해야 할 7개국 비즈니스 가이드’의 핵심 저자 중 한 명이다.
미‧중 갈등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무역 장벽 강화 등 탈세계화의 흐름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에 따른 공급망 재편이 2023년 산업계의 최대 화두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 위원은 “피할 수 없다면 정면으로 부딪쳐야 한다”며 “저항보다 적응하고 시장을 선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보다 성공적인 해외 사업 성공을 위해 최 위원은 ‘해외 진출 5계명’을 제시했다. △한 곳에서의 성공 경험이 반복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진출할 것이면 과감하게 먼저 하는 것이 유리하다 △장밋빛 전망만큼 철수와 청산에 대해서도 공부하자 △현지 적응과 함께 현지 인력의 한국화에도 주력하자 △젊은 세대의 관점과 판단을 존중하자 등이다. 최 위원은 먼저 “탈세계화 시대에선 한 곳의 성공 경험이 다른 시장에서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는 “앞으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처럼 시장과 무역을 맞바꾸는 것을 요구하는 규제가 유럽연합(EU)과 중국 등 다른 주요국에서도 등장할 것”이라며 “국가별 상황에 따른 맞춤형 전략이 꼭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최 위원은 ‘속도’를 주문했다.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 해외 진출을 결정했다면 경쟁사보다 먼저 진출해야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 위원은 “경쟁사보다 좋은 입지와 양질의 노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경쟁력의 핵심”이라며 “그래야 사업 초기부터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외 진출 시 철수·청산 방안에 대해서도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불가피하게 현지 사업을 정리해야 할 때 분쟁 없이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최 위원은 “손해를 최소화해야 향후 재도약·재진출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며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확실한 플랜 B를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방탄소년단(BTS), ‘오징어 게임’, ‘기생충’ 등 K-콘텐츠의 인기는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에 큰 호재라고 최 위원은 분석했다. 그는 “세계 많은 이들이 한국 문화와 한국어에 관심을 갖고 즐긴다”며 “한국 기업에 세계 어느 곳에 진출해도 현지에서 환영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지에서 한국어를 할 수 있는 인력도 수월하게 확보할 수 있다”며 “기업의 현지 적응과 함께 현지 인력의 한국화에도 신경 쓴다면 사업의 효율성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최 위원은 “젊은이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와 임원 등 기성세대들이 과거 해외에 진출할 때 사용했던 방식은 더는 통하지 않는다”며 “현지 인력도 대부분 20~30대로 구성되는 만큼 젊은 직원들이 제안하는 소통 방식, 공감대 형성 방안 등을 주의 깊게 듣고 적극 수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진석 한국경제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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