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그레 마케팅 팀

[이승윤의 지금은 세계관의 시대]
빙그레는 왜 지금 빙그레 왕국을 건설하는가?[이승윤의 지금은 세계관의 시대]
많은 기업들이 상징적인 브랜드 캐릭터를 만들 때 기업의 핵심 가치를 대변하는 브랜드 스토리를 해당 캐릭터에 입혀 광고 메시지를 담아 내곤 한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지나치게 노골적으로 기업의 광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브랜드 캐릭터들은 오히려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게 좋지 못한 반응을 얻을 때도 적지 않다. 브랜드 캐릭터를 통한 마케팅을 성공시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짐작하게 한다.

이와 비교해 빙그레는 빙그레 왕국의 왕자인 ‘빙그레우스’라는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빙그레 왕국’이라는 세계관을 구축하고 있는 ‘브랜드 유니버스(Brand Universe : 브랜드 세계관)’ 전략의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을 수 있다.

빙그레의 마케팅팀은 철저하게 소비자들과 쌍방향으로 소통할 재밋거리를 던져주고 함께 세계관을 만드는 형태를 선택해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빙그레의 광고 캐릭터는 철저하게 B급 콘셉트로 의도적으로 계산돼 만들어졌다. 단순하게 하나의 캐릭터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것이 아니라 중심 캐릭터를 둘러싼 서브 캐릭터들도 소비자들과 끊임없이 교류하며 함께 만들어 나간다. 이를 바탕으로 빙그레 왕국이라고 불리는 가상 세계를 뚝심 있게 그려내고 있다.

‘브랜드 유니버스’에서 세계관은 특정한 지식이나 관점을 가지고 세계를 근본적으로 인식하는 방식이나 틀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결국 브랜드의 정체성·철학·신념·관점들이 자연스럽게 묻어 나는 유니버스를 구축하는 것이 관건이다. 그리고 브랜드 세계관이라는 그 틀 안에서 함께 어우러지며 활동하기를 원하는 팬들을 확보해 나가는 작업이다.

한국 브랜드 중 비교적 빠르게 ‘세계관’이란 개념을 마케팅 요소에 도입한 빙그레의 사례를 분석해 보면 기업이 어떤 방식으로 젊은 소비자들과 소통하고 세계관을 발전시켜 갈 수 있을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빙그레 마케팅팀의 소속으로 아이스크림 브랜드를 담당하고 있는 냉동 BM1팀 임태을 팀장과 홍보 파트의 C&C팀의 조수아 팀장을 만나 ‘브랜드 세계관’ 마케팅에 대해 들어봤다.
빙그레는 왜 지금 빙그레 왕국을 건설하는가?[이승윤의 지금은 세계관의 시대]
-2020년 2월 24일 빙그레 왕국의 왕자인 빙그레우스 캐릭터가 탄생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기업들이 세계관을 만드는 시도는 활발하지 못했습니다. 이전 빙그레 인스타그램은 평범한 인스타그램이었죠. 빙그레가 이와 같은 커뮤니케이션을 시작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조수아 팀장(이하 조수아) “2020년으로 되돌아가 보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기존의 웹브로슈어 형태에서 조금 벗어난 방식으로 제작해도 되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었습니다. 당시 SNS 키워드로 생각해 보면 인플루언서가 실제 상품도 제작하고 판매까지 이어지는 경우들이 좀 많았거든요.”

-빙그레우스 같은 캐릭터가 브랜드들을 대표하는 인플루언서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 거겠군요. 우려하는 의견이 나오지는 않았나요.

조수아 “순정 만화 캐릭터 콘셉트에 B급이라 이런 비주얼과 소통 방식이 낯설어 초반에는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당시 빙그레 인스타그램 운영자가 회사를 설득하느라 애를 많이 썼습니다. 지금은 빙그레우스가 빙그레를 대표하는 캐릭터를 넘어 모델까지 하고 있는 것을 보면 놀랍죠.”

-빙그레우스가 소개되자마자 빠른 시간 내에 반응이 있었습니다. 다른 반응을 체감했나요.

임태을 팀장(이하 임태을) “당시만 해도 빙그레에는 장수 브랜드들이 많다 보니 젊은 소비자들에게 올드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다고 봅니다. 하지만 젊은 감각의 콘텐츠를 기반으로, 장수 브랜드 각각을 대표하는 만화 캐릭터들이 나오면서부터 오히려 회사의 이미지를 바꿀꾸는 계기가 됐습니다. 오래된 브랜드만 있는 회사에서 새로운 것을 계속 시도하는 회사라는 이미지를 갖게 됐죠.”

-빙그레가 다루는 브랜드 60개 중 20개가 넘는 브랜드들을 대표 만화 캐릭터가 있더군요. 캐릭터를 구축하는 데 추구하는 전략이나 우선순위가 있나요.

조수아 “우선순위가 있죠. 빙그레 제품 중 상대적으로 독특한 형태를 띠고 있거나 상징적인 제품 컬러를 갖고 있는 것들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래야 사람들이 다른 경쟁사 제품이 아니라 TOM(top of mind)으로 빙그레 제품을 먼저 떠올릴 수 있으니까요. 비비빅이나 메로나 같은 아이스크림이 대표적입니다. 독특한 모양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사랑 받아 온 브랜드라는 점에서 소비자들에게 확실히 각인돼 있는 브랜드들이니까요. 이런 브랜드들이 캐릭터화돼야 캐릭터만 보더라도 소비자들이 손쉽게 머릿속으로 해당 캐릭터와 연결된 실제 제품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메인 캐릭터인 빙그레우스 외에 내부적으로 반응이 가장 좋은 캐릭터는 뭔가요.

임태을 “메로나 아이스크림을 의인화한 ‘옹떼 메로나 부르쟝’ 캐릭터가 가장 인기있습니다. 얼마 전 엘르 코리아가 30주년 매거진 특집 기사를 하는데 먼저 빙그레에 제안했고 순수 애드버토리얼(advertorial)로 옹떼 메로나 부르쟝 캐릭터가 엘르 코리아 매거진에 모델화돼 좋은 반응을 이끌어 냈습니다. 캐릭터 자체가 워낙 패션 센스가 좋은 형태로 구축되었거든요. 우리가 이런 시도를 하지 않았다면 패션 매거진에 광고가 아닌 형태로 우리 브랜드가 등장하기는 쉽지 않았을 겁니다.”

조수아 “최근 가상 세계인 제페토 메타버스 플랫폼에 들어가 빙그레 왕국 세계관을 알린 시도도 팬들에게 좋은 반응을 불러왔습니다. 가상 세계에서 활동하는 젊은 고객들이 자신들의 아바타를 만들고 아바타에 커스텀 아이템을 입히는 데 돈을 쓰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잖아요. 이런 점에 착안해 빙그레 캐릭터들을 중심으로 아바타를 꾸밀 수 있는 20종의 아이템들을 마련했고 3개월 정도 판매도 하고 리워드 형태로도 뿌렸습니다. 그 결과 112만 개 정도가 판매됐죠. 실제 아이템들 중 판매가 된 것들도 많았고 그중 커스텀은 조금 비싼 가격에 판매했음에도 불구하고 반응이 좋았습니다. SNS 중심의 캐릭터 소개가 밀레니얼 세대를 타깃으로 하고 있다면 가상 세계의 빙그레 왕국은 알파세대나 제트세대들에게도 빙그레의 세계관이 통할 수 있을지 가늠해 보는 테스트나 다름없었죠. 결과적으로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내부적으로도 만족하고 있습니다.”
빙그레는 왜 지금 빙그레 왕국을 건설하는가?[이승윤의 지금은 세계관의 시대]
-빙그레는 만화 캐릭터를 중심으로 세계관이 구축되고 있습니다. 세계관이라는 게 다양한 방식으로 구축할 수 있을 텐데 ‘만화 캐릭터’, 그중에서도 특히 ‘순정 만화풍’을 선정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조수아 “만화 캐릭터도 다양하잖아요. 캐릭터 설정 전에 B급 유머가 가능한 캐릭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다음 중요한 부분이 지속성. 그러니까 세계관을 확장시키는 과정에서 들어가는 비용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정해진 광고비나 제작비로 1년 혹은 그 이상을 끌어갈 수 있어야 하는 거죠. 실존 모델을 쓰거나 3D 캐릭터는 비용이 더 커지겠죠. 동시에 스토리 형태로 제작할 수 있는 이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줘야 하는데 적절한 방향을 찾다 보니 만화 캐릭터가 됐습니다. 또 순정 만화 캐릭터는 의외성이 자연스럽게 묻어난다는 점에서도 장점이 컸어요. 굉장히 잘생겼는데 허당이라는 느낌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니까 그런 캐릭터가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또한 MZ세대를 타깃으로 하기 때문에 B급 정서를 전달하지만 조금 더 연령대가 있는 이들도 받아들이기 쉬운 캐릭터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순정 만화 캐릭터에서 어렸을 때 봤던 캔디나 테리우스를 연상하는 이들도 많아 선정한 이유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미래의 빙그레 팀이 그려가는 세계관의 방향은 무엇인지요.

조수아 “과거의 브랜드 전략이 빙그레우스 중심이었다면 이제부터는 브랜드 중점으로 이 세계관이 어떻게 긍정적으로 사용될 수 있을지 고민해 보려고 합니다. 빙그레우스는 캐릭터성으로 봤을 때는 모든 제품들을 다 달고 있어 전체 기업 브랜딩 역할을 할 수 있는데 이게 지식재산(IP)화돼 어떤 제품과 컬래버레이션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거든요. 제품 카테고리별 마케팅 담당자들의 관점에서는 담당 제품을 잘 팔기 위한 다른 마케팅 계획이 다 있을 것이므로 이런 부분들과 세계관이 잘 연결될 방법을 고민하는 게 앞으로 중요해 보입니다.”

이승윤 건국대 경영대학 마케팅분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