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스·한결 ‘한집 살림’ 결정…LKB파트너스·린도 합병 관련 협의 진행
[비즈니스 포커스] 법무법인(유한) 클라스와 법무법인 한결은 최근 합병을 결정했다. 클라스와 한결은 서울 강남구 클라스 사무실에서 1월 16일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본격적인 ‘한집 살림’에 나서기로 했다.두 로펌은 올해 상반기에 통합 법인을 공식 출범시킬 계획이다.
법무법인 LKB파트너스와 법무법인 린도 합병을 추진한다. 현재 LKB와 린은 합병을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약 6개월 전부터 합병 구조와 시기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만간 공식 업무협약을 맺고 구체적인 합병 일정을 논의할 예정이다.
중견 로펌들의 합병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각각의 로펌이 갖고 있던 장점을 결합해 대형화하는 것이 경쟁에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합병을 통해 새로운 대형 로펌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잠잠했던 로펌업계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날지 관심이다. 로펌 양극화가 배경으로 지목클라스와 한결은 합병을 통해 송무와 자문 쪽에서 뛰어난 전문성을 가진 대형 로펌의 탄생을 기대하고 있다.
클라스는 2018년 출범한 신생 로펌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장·감사원장을 지낸 황찬현 변호사와 SK텔레콤 사장·대륙아주 대표변호사를 지낸 남영찬 변호사가 공동 설립했다. 법원·검찰·행정부·기업 출신 등 각 분야 출신의 변호사들이 모여 설립 당시부터 주목받았다.
출범 약 1년 만에 법무법인 충정 강남 분사무소와 합병하며 한국 변호사 수가 100여 명에 달하는 중견 로펌으로 빠르게 도약했다. 전관 출신이 대거 포진한 강점을 잘 살려 송무 분야에서 활약하며 이 부문의 신흥 강자로 불렸다.
한결은 한결은 송두환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등이 1997년 만든 로펌이다. 인수·합병(M&A), 건설·부동산, 노동 등의 분야에서 꾸준한 활약을 펼쳐 왔다. 한국 변호사 수는 약 60명이다.
두 로펌이 합쳐지면 대형 로펌과 중견 로펌을 나누는 기준이라고 할 수 있는 변호사 수 150명을 넘어서게 된다. 두 로펌 모두 매출은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합병 후 최소 2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합병을 협의 중인 LKB와 린 역시 성공적으로 합병이 마무리되면 대형 로펌으로 거듭나게 된다.
LKB는 판사 출신인 이광범 대표변호사가 2012년 설립한 로펌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 당시 정치인들과 관련한 대형 사건을 연달아 수임하며 ‘서초동의 김앤장’이란 별명을 얻기도 했다. 한국 변호사 수는 약 60명 수준이다.
2017년 문을 연 린은 김앤장 출신인 임진석 대표변호사가 설립한 로펌으로 정보기술(IT) 분야에서 다수의 자문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급성장했다. 현재 변호사 수 100명을 돌파했다. 두 로펌 역시 합병되면 변호사 수가 150명을 넘어서는 만큼 기존의 강자들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로펌으로서의 전력을 갖추게 된다.
중견 로펌들이 합병을 추진하는 이유는 확실하다.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는 법률 시장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몸집 불리기’에 나선 것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한국의 로펌 시장 규모는 6조원대로 추정된다. 이 중 절반 이상을 덩치가 큰 이른바 ‘10대 로펌’이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펌업계에 따르면 기업 경영과 관련한 사건이나 자문이 점차 복잡해지고 글로벌화되면서 고객의 요청이 더 다양해지고 있다. 대형 로펌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진 수많은 변호사들을 보유한 덕분에 복잡한 사건들을 한 번에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 대형 로펌의 문을 두드리는 대기업들이 점점 늘어나는 이유다. 반대로 공정거래, 국제 분쟁 등 한 부문에 특화된 중견 로펌들을 둘러싼 경영 환경은 점차 악화되고 있다.
한 로펌업계 관계자는 “대기업과 관련된 굵직한 자문은 로펌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대기업들이 대형 로펌에 자문을 맡기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흐름 속에서 각각의 부문에서 강점을 가진 중소형 로펌들이 지속적인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서로 가진 역량을 합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종·광장·화우 등도 합병 앞세워 성장
로펌들의 합병이 성공적인 대형 로펌의 탄생이라는 마무리로 귀결된 사례가 많다는 점도 최근 중견 로펌들의 합병 러시에 영향을 미쳤다.
현재 10대 로펌으로 분류되는 곳들도 합병을 통해 대형화를 이뤄낸 곳들이 많다. 세종·광장·화우·지평·대륙아주 등이 합병을 통해 대형 로펌으로 도약했다.
세종은 업계에서 처음으로 합병을 통해 몸집을 불린 사례다. 2001년 한국 법률 시장 개방을 앞두고 열린합동법률사무소와 합병했다. 합병으로 당시 세종은 규모로 따졌을 때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이은 2위 로펌에 등극했다.
다만 2위 자리는 오래가지 못했다. 약 1년 뒤 국제 중재에서 두각을 보이던 한미와 송무 분야 강자이던 광장이 합병하며 로펌업계 순위(변호사 수 기준)를 뒤바꿨다. 합병을 통해 광장은 세종을 밀어내고 변호사 수 기준 2위 로펌이 됐다. 현재도 광장은 영문명은 ‘Lee&Ko’인데 이는 당초 한미가 사용하던 영문명이기도 하다. 두 로펌이 합병하면서 한글 이름으로는 광장을 영문 이름으로는 Lee&Ko를 각각 사용하기로 했다.
화우의 출발도 지금의 클라스·한결과 비슷했다. 송무에 강점을 지니고 있던 화백과 자문 분야의 강자 우방이 손잡고 2003년 탄생했다. 또한 화우는 2006년 김·신·유 법률사무소까지 품으며 굴지의 대형 로펌으로 부상했다.
지평도 마찬가지다. 2008년 법무법인 지평과 지성이 합병을 통해 몸집을 불렸다. 지평 관계자는 “다른 로펌들이 몸집을 불리면서 대형화 경쟁이 치열해졌다”며 “10대 로펌의 지위를 유지하고 더 큰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합병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지평지성이라는 이름을 계속 쓰다가 2014년부터 사명을 지금의 법무법인 지평으로 바꿨다.
한국 10위 규모의 로펌인 대륙아주도 법무법인 대륙과 아주가 2009년 합병해 만들어졌다. 중견 로펌이던 대륙과 아주가 합병하고 지속 성장을 이뤄내며 현재 대형 로펌 대열에 합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 로펌업계 관계자는 “백화점이 영업 면적에 따라 매출 규모가 늘어나는 것과 마찬가지로 로펌의 매출은 변호사 수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며 “중견 로펌들이 합병을 통해 몸집을 불린 만큼 로펌업계 순위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라고 내다봤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