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형 확장 더 이상은 어려워…가맹점 수익 확대 위해 마케팅 경쟁 치열

편의점이 고가 제품을 판매하는 이색 시도에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편의점이 고가 제품을 판매하는 이색 시도에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다이아몬드·골드바에 TV·냉장고·세탁기까지…이번엔 자동차를 판다고?”

편의점은 오랜 기간 담배가게로 불렸다. 담배가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가장 높았기 때문이다. 이어 소주·맥주·라면·도시락 등이 편의점을 상징하는 상품이었다.
요즘은 달라졌다. 벤츠 다이아몬드, 이동식 주택, 명품 가방, 수천만원짜리 와인까지 판매하기 시작했다. 한정 판매를 앞세워 어디까지 판매할 수 있는지 도전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생존 전략이다. 5만 개가 넘는 점포들로 시장은 과포화 상태다. 업계의 자율 규약으로 신규 출점도 어렵다. 편의점은 살아남고 지명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이벤트성 판매를 이어 가고 있다. 여기에 ‘외형 성장’이 아닌 ‘가맹점 수익성 개선’이라는 전략에 따라 고가의 제품 판매도 늘려 가고 있다.
벤츠부터 700만원짜리 와인까지편의점들은 설·추석·연말 등 특정 기간에 한정 판매 형식으로 독특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설에 가장 화제를 모았던 판매 편의점은 이마트24였다. 설에 맞춰 명절 선물로 3캐럿 다이아몬드·벤츠·BMW 등을 판매했다. 5990만원의 3.27캐럿 다이아몬드는 한국 최대 보석감정원인 ‘우신’이 감정한 것으로, 전문 요원이 보안 차량으로 고객이 원하는 장소와 시간에 맞춰 안전하게 대면 배송해 줄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제품은 팔리지 않았다.

이마트24는 또 벤츠 E클래스와 BMW 5시리즈 차량도 설에 판매를 시도했다. 벤츠는 최대 100만원, BMW는 최대 1200만원 저렴하게 내놓았다. 이마트24는 지난해 추석에도 전기차 전문 업체 디피코와 포트로 초소형 전기 트럭 2종, 마사다 전기차 3종을 추석 선물로 판매했다.

실제 판매도 이뤄졌다. 판매된 모델은 BMW 520i MSP로, 6740만원 상당의 모델이다. 이마트24 관계자는 “구매 고객은 30대 남성으로 서울 지역에서 판매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CU는 올해 설 선물로 프라임(7430만원), 써밋(8880만원), 에어포스원(1억2000만원) 등 세 가지 모델의 카니발 제품을 선보였다. 이에 앞서 ‘이동형 주택’을 내놓기도 했다. 구성에 따라 1560만원에서 최대 2265만원에 달하는 제품으로, 2021년 주택 3채가 판매되며 관심을 받았다.

GS25는 지난해 신의 물방울이라고 불리는 7900만원 상당의 ‘DRC로마네콩티2017’과 2500만원대 돔 페리뇽 4종을 판매했고 올해 설에도 약 900만원의 컬트 와인 ‘샤토르팽 2014’를 준비했다. 세븐일레븐 역시 2200만원대의 ‘샤토 2017 빈티지’ 와인을 선보였고 지난해에는 구찌·입생로랑·프라다 등 명품 브랜드 제품을 판매했다.

이 밖에 편의점 판매 목록에 골드바·안마의자 등도 올랐다. 물론 현장 판매는 불가능하다. 홈페이지·애플리케이션(앱) 또는 점포에 비치된 카탈로그 등을 통해 주문 후 결제하면 추후 원하는 배송지로 제품을 보내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나심비와 미닝아웃에 대응하는 편의점편의점은 2010년 후반 들어서며 2030세대를 중심으로 ‘나심비(가격보다 소비에 따른 만족도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심리)’와 ‘미닝아웃(생활 속 소비를 통해 자신의 취향과 신념 등을 적극적으로 나타내는 소비) 현상’이 확산되자 이에 맞춰 고객을 잡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기존에 팔지 않은 고가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가격대도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특정 기간에 맞춰 이색 제품을 판매하는 시도는 3~4년 전에도 있었지만 최근 들어 가격대가 크게 높아졌다. 과거 편의점에서 판매된 ‘고가 제품’은 십만원 단위에서 많게는 백만원 단위에 그쳤지만 최근 들어 최대 1억원 이상의 제품도 내놓기 시작했다.

업계 관계자는 “수천만원대 제품 판매는 실적보다 마케팅 성격”이라며 “상시로 판매하지 않지만 설이나 추석과 같이 특정 기간에 맞춰 여러 가지 시도를 하면서 ‘플랫폼’으로서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전략은 프리미엄 선물을 앞세워 고객을 유인하고 객단가(1인당 구매 금액)를 높이는 효과도 있다. 편의점은 백화점·마트·슈퍼마켓 등을 포함한 오프라인 유통 채널 가운데 객단가가 가장 낮은 채널에 속한다. 편의점의 객단가는 지난해 11월 기준 6890원으로, 전년 동월(6723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업계의 퀵커머스(주문 즉시 배달하는 서비스) 사업 안착을 위해 ‘객단가 상향’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현재는 배달료와 객단가의 차이가 크지 않아 고객들은 편의점 퀵커머스 이용에 부담이 있다. 이를 해소하려면 배달료 부담을 해소할 수 있도록 객단가가 높아져야 하는데 편의점의 이색 시도는 객단가를 높이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한 정체된 편의점 시장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한 전략 변화이기도 하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전국 편의점 점포 수는 2017년 3만9300개에서 2018년 4만2000개로 늘어났다. 2019년 4만4500개, 2020년 4만7500개를 거쳐 2021년 5만500개를 기록하며 최초로 5만 개를 넘어섰다. 같은 기간 시장 성장률은 2017년 19.1%, 2018년 6.9%, 2019년 6.0%, 2020년 6.7%, 2021년 6.3% 등으로 급격하게 감소했다.

또한 CU·GS25·세븐일레븐·미니스톱·씨스페이스24·이마트24 등 6개사가 맺는 편의점 근접(50~100m) 출점 제한 자율규약이 2024년까지 시행돼 신규 출점도 어려운 상황이다. 브랜드별 점포 수는 지난해 말 기준 CU 1만5855개, GS25 1만5499개, 세븐일레븐 1만1034개, 이마트 5818개 등이다. 2020년 기준인 CU 1만4923개, GS25 1만4688개, 세븐일레븐 1만501개, 이마트24 5169개 등과 큰 차이가 없다.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비교해도 실적에 큰 변화가 없고 일부는 수익성이 오히려 악화했다. GS리테일의 편의점 사업부문(GS25)의 지난해 3분기 매출은 2조832억원, 영업이익은 750억원이다. 2019년 3분기에는 매출 1조8178억원, 영업이익 898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BGF리테일(CU)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2조557억원, 915억원이다. 2019년 3분기 당시 매출은 1조5828억원, 영업이익은 648억원이었다. 코리아세븐(세븐일레븐)의 매출은 1조258억원, 영업이익은 70억원이다. 2019년 3분기에는 매출 3조251억원, 영업이익 402억원을 기록했다. 이마트24는 지난해 3분기 매출 5636억원, 영업이익 57억원을 기록했다. 2019년 3분기 매출은 3644억원, 영업 적자 22억원에서 소폭 개선된 수준에 그쳤다.

이에 업계는 시장의 성장 전략을 ‘외형 성장’이 아닌 ‘가맹점 수익 극대화’로 변경했는데 고가의 제품을 판매하는 것도 이 일환이다.

GS리테일은 “향후 한국의 편의점 시장은 외형 성장이 아니라 가맹점의 수익 확대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며 “한국형 모델을 토대로 비대면 일상화 시대에 맞는 다양한 포맷의 편의점을 개발함과 동시에 편의점의 서비스 플랫폼화, 식음료 전문점화에도 한층 다가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단가가 낮은 제품을 판매하는 것보다 비싼 제품을 판매하는 게 수수료 이익이 더 높기 때문에 가맹점에도 좋은 것”이라며 “가맹점을 위해 단가가 높은 제품을 선보이는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