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실적 발표하면서 '빈폴·에잇세컨즈' 매출 신장 콕 집어 언급

삼성물산과 에잇세컨즈가 매출 신장을 기록했다. (사진=SSF 홈페이지 갈무리)
삼성물산과 에잇세컨즈가 매출 신장을 기록했다. (사진=SSF 홈페이지 갈무리)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자체 브랜드 가운데 '아픈 손가락'으로 언급되는 브랜드가 몇 있습니다. 빈폴과 에잇세컨즈가 대표적입니다. 그런데, 이 브랜드들이 지난해 매출이 늘었습니다. 손해 보며 장사하던 몇 년 전과 비교하면 꽤 긍정적인 성적표입니다. 신기한 일입니다.

어제(1일)죠. 삼성물산이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여기에는 패션부문 실적이 별도로 나왔는데요. 지난해 4분기 매출 542억원과 영업이익 48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 28% 증가했습니다.

이 가운데 주목할 것은 자체 브랜드입니다. 삼성물산은 호실적의 이유로 빈폴과 에잇세컨즈를 콕 집어 언급했습니다. 해외명품, 남성·여성복뿐 아니라 이 두 브랜드가 전년 대비 두 자릿수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게 왜 놀라운 일이냐 하면 두 브랜드 모두 사람들이 삼성이 포기할 것이라고 예상한 브랜드 앞순위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예상도 일리는 있었습니다. 빈폴은 삼성물산이 1989년 론칭한 대표 패션브랜드입니다. 다만, 30년이 넘으면서 브랜드 이미지가 노후화돼 예전의 명성은 잃은 지 오래입니다. 회사도 알고 있습니다. 2019년에는 디자이너 정구호 씨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영입하고 브랜드 리뉴얼도 해봤지만 큰 효과를 본 것 같지는 않습니다.

'소비자를 8초 만에 사로잡겠다'는 의미가 담긴 에잇세컨즈도 비슷합니다. 지금은 업계를 떠난 이서현 당시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이 기획 단계부터 론칭을 주도한 브랜드로, 2012년 세상에 나왔습니다. 다만, 유니클로, 스파오 등 기존 SPA 브랜드와의 차별화에 실패하며 큰 성공은 거두지 못했습니다. 시장이 침체되지 않았던 코로나19 이전에도 적자를 냈으니까요.

이런 브랜드들이 지난해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좋은 실적을 이끌었답니다. 계절적 성수기와 수입브랜드의 영향도 있겠지만, 자체브랜드의 매출 성장세도 한몫했다고 합니다. 실제, 4분기 영업이익률은 8.9%입니다. 빈폴, 에잇세컨즈가 까먹으며 1%대 영업이익률로 고전해온 3~4년 전과 비교하면 더 놀라운 성적입니다.

빈폴은 골프를 비롯한 스포츠라인이 젊은 디자인으로 승부한 것이 효과를 발휘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재용 삼성 회장도 얼마전 빈폴골프 옷을 입고 마케팅에 기여하기도 했지요. 실제 골프장에서 거의 안보이던 빈폴골프 옷을 입는 사람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에잇세컨즈는 그동안 거기서 거기였던 디자인에서 벗어나 더 젊은층은 공략한 것이 효과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매장에 가보면 과거보다 좀 영해진 느낌을 받습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빈폴과 에잇세컨즈의 부활을 꿈꾸고 있습니다. 올해 내놓은 사업 목표 중 하나도 '자체 브랜드의 상품력 제고'입니다. 이윤을 내려면 가만히 있어도 장사가 되는 수입 브랜드보다 조금 힘들더라도 자체 브랜드가 잘 돼야 하기 때문이죠.

올해는 제 주변에서도 "얼마 전에 빈폴에서 옷 하나 샀잖아"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요. 노후화된 브랜드가 다시 살아나는 것은 경영서적에 나올 정도로 힘든 일입니다.

작년에 선전했지만 두 브랜드가 삼성물산의 '아픈 손가락'에서 벗어나 삼성물산의 패션부문을 이끌수 있을지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이건희 회장이 살아있을 때 진짜 잘해보려 했지만 안 된 게 패션 사업입니다. 그래서 여전히 삼성의 패션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최수진의 패션채널] 삼성물산 패션부문, '아픈손가락'이 달라졌다니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