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국민연금과 기후대응(석탄 투자제한 기준 도입을 중심으로)’ 주제로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사진=조수빈 기자
14일 ‘국민연금과 기후대응(석탄 투자제한 기준 도입을 중심으로)’ 주제로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사진=조수빈 기자
국민연금의 탈석탄 선언이 올해로 2년을 넘겼다. 지난해 4월 석탄 투자 제한 전략에 대한 용역까지 마쳤으나, 석탄 기업에 대한 분류나 투자 제안 기준안 의결은 아직이다. 국내 주식시장 6%, 채권시장 10%를 보유한 거대한 영향력을 가진 기금이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라는 것에 다양한 비판이 쏟아졌다.

한정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4일 열린 ‘국민연금과 기후대응(석탄 투자 제한 기준 도입을 중심으로)’ 국회 토론회에서 “탈석탄은 시장에 명확한 신호를 주는 것이다. 국민연금이 변화하겠다는 신호를 준다면 기업 스스로도 내부적인 구조와 비즈니스 전환을 이룰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회 보건위 소속인 최영희 국민의 힘 의원 역시 “국민연금은 자본시장의 가장 큰 상징으로서 갖는 영향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지난 5월 탈석탄 선언 시행 후 구체적인 석탄 투자 제한 정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며 “탈석탄선언 이행에는 여야가 따로 없고 정부, 금융기관, 기업이 모두 협업해야 한다. 2040년 이후 기금 고갈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탈석탄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2021년 5월 탈석탄 선언 이후 지난해 4월 석탄 투자 제한 전략에 대한 연구용역 최종 보고서를 제출했다. 보고서 이후 석탄발전 사업에 대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투자 제한 외 투자 제한 기준안 의결 등 구체적인 움직임은 멈춘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축소되지 않는 국민연금의 석탄 투자 현황도 문제다. 강훈식 의원실에서 파악한 국민연금의 석탄 투자 현황은 석탄 자산의 정의나 조사 방식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대략 6~10조원으로 추산된다. 해외 부문 투자는 탈석탄 선언 이후에도 꾸준히 증가세다.

전문가들은 여러 시각의 정책적 제언을 내놓으며 국민연금의 빠른 행동을 촉구했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기후변화와 고령화는 전부 자산부채관리(ALM)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국민연금이 대응하지 않으면 전 국민을 대상으로 리스크를 전파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미국 최대 연기금인 캘리포니아 공무원 연금(캘퍼스)의 사례를 제시했다.

캘퍼스는 2017년 포트폴리오 내의 처분 대상 석탄 기업 목록을 공개하고 이 분류의 기업에 대한 투자를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넷제로 선언은 아직이다. APG를 비롯한 유럽 연기금 등은 이미 넷제로를 선언한 상태이며 주주관여 및 투자 목표도 비교적 적극적이다. 이는 각 국가별 석탄 발전 현황과 재생에너지 발전 현황도 영향을 미친다. 반면 국민연금은 아직 금융 배출량 산정, 주주관여, 넷제로 선언, 투자 목표를 마련하지 못했다.

국민연금이 석탄 투자를 제한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도 이어졌다. 김태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수석연구원은 석탄 투자 제한 기준을 조속히 마련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기준은 석탄 기금 운용 원칙에 따라 석탄 등 발전 산업이 매출 비중 중 30% 이상을 차지할 경우 투자를 제한하도록 함이 골자다. 다만 기업의 녹색채권 등 녹색금융상품 투자는 녹색 분류체계에 한해 허용하는 등 기업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게 했다.

김 수석연구원은 “30% 기준은 수익성, 안정성, 공공성 측면을 고려한 결정이 될 것이다. 삼성화재, 한국투자증권 등 선도적인 민간금융기관은 이미 30%의 기준을 수립하고 실행 중”이라며 “국민연금이 50%로의 낮은 기준을 채택한다면 선제적으로 나아가고 있는 전략을 다시 퇴행시키는 파급효과를 일으킬 것”이라고 조언했다.

청년들은 국민연금의 연금 고갈은 결국 기후 위기와 같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김민 기후변화청년모임 빅웨이브 공동 대표는 “연금 고갈과 기후 위기를 동시에 악화시키는 원인이 화석연료 투자”라며 “기성세대가 책임지지 않고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회피한 결과다. 공적연금으로서 지속가능성 강화는 탈석탄 선언의 이행부터 시작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박민정 보건복지부 연금재정과장은 “국민연금은 기금의 수익성과 국내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글로벌 에너지 위기, 한국전력의 채무 악화 등의 전례 없는 현 시장 상황에서 투자 제한 전략이 끼치는 영향과 단계적 이행 방향에 대해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좀처럼 속도는 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달 28일 예정된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석탄 투자 제한 전략’이 안건으로 상정되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 박 과장은 “일정은 조율 중이며 해당 안건은 올라가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조수빈 기자 subin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