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 지역 1~9위 중국, 미국도 위험도 커
기후 취약 정도 투자에 활용해야

미국 캘리포니아주 홍수 피해.사진=AP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홍수 피해.사진=AP연합뉴스
2050년에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중국이 가장 심각하게 맞이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전 세계에서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지역 20곳 가운데 16곳이 중국이었으며 미국 플로리다, 파키스탄 펀자브 등이 20위 안에 들며 위험지역으로 분류됐다.

호주의 기후변화 연구 회사 ‘크로스디펜던시이니셔티브(XDI)’는 20일 2050년까지 기후변화에 따른 재난이 전세계 2639개 지역에 초래할 수 있는 건물, 인프라 손실을 예측, 평가해 발표했다.

이번 발표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기후변화 시나리오 중 금세기 내내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할 경우의 대표농도경로(RCP) 8.5 상황을 가정한 것이다. 이 경우 발생하는 주요 8가지 기후위험이 건물, 인프라 등에 끼칠 수 있는 물리적 피해의 전체 규모, 평균 피해율 등을 기준으로 전세계 지역의 위험도를 평가했다. 8가지 기후위험은 ▲지표면 홍수 ▲하천 홍수 ▲해안 침수 ▲폭염 ▲산불 ▲가뭄 관련 토양 이동(토양 균열, 침식, 압축 등) ▲폭풍 ▲동결·해빙 등이다.

그 결과 중국의 장쑤성이 기후변화에 따른 연간 총 피해 비율(Aggregated Damage Ratio)이 제일 큰 지역으로 꼽혔다. 산둥성, 허베이성을 비롯한 양쯔강, 주장강 인근의 주요 성들이 전세계 위험도가 높은 지역으로 분류됐다. 이 지역들은 중국의 산업, 무역을 주도하는 도시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태풍 및 홍수 등의 기후 재난으로 주기적인 피해를 낳고 있다. 주요 위험 지역 1~9위는 모두 중국이 차지했다.

중국·미국 고위험 지역으로 분류

XDI가 지난 16일 진행했던 사전 브리핑에서 기계공학 박사인 칼 말론 XDI 이사는 “여러 산업의 핵심 공급망의 소재지이고, 인구도 많은 ‘세계 경제의 엔진룸’이 여러 기후 재난에 노출된 주요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다음으로 위험도가 높은 지역은 미국이다. 특히 플로리다 지역이 10위를 차지하며 고위험군으로 분류됐다. 멕시코만 연안에 위치한 플로리다는 매년 폭염, 해안 침수 등의 재난을 직접 경험하고 있는 지역이다.

상위 200개 위험 지역 중 절반 이상인 114개 지역이 아시아 지역에서 발견됐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그중 54곳은 동아시아로, 중국 29곳, 일본 20곳, 한국이 4곳이다. 한국에서는 경기도, 경상북도가 위험도가 높은 상위 10%로 꼽혔다.

글로벌 보험사인 스위스 리(Swiss Re)가 금세기 중반까지 3.2도 온난화가 진행될 경우를 가정해 전세계 경제를 대상으로 실시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중국은 심각한 기후변화 시나리오 상에서 GDP의 24% 가량을, 아세안 국가들은 37.4%를 잃을 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위스 리에 따르면 이 시나리오에서 미국은 10% 가까이, 유럽은 GDP의 거의 11%를 잃을 것으로 보인다.

XDI 측은 이 순위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해서 기후 재난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부연하며 “기후리스크에 취약한 지역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기후리스크가 적은 지역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등 투자 전략에 기후를 활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조수빈 기자 subin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