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T우주', LG유플 '유독'... '생활밀착형' 구독 서비스로 '비통신' 비중 늘린다

[이명지의 IT뷰어]
(사진=SK텔레콤)
(사진=SK텔레콤)
요새 구독 서비스 끊는 분들 많으시죠? 난방비부터 택시비까지 안 오른 것이 없는 상황에서 구독 서비스는 ‘사치’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이래저래 살기가 쉽지 않습니다.

구독경제 시장은 좋지 않은 이유는 물가 상승 뿐만이 아닙니다. 거리두기 해제 영향도 있다고 합니다. 대표적인 구독 경제 모델인 ‘OTT’ 시장도 주춤하기 시작됐는데요, 넷플릭스는 구독자가 감소하자 급기야 ‘4인팟’을 막는 방안을 준비 중이죠. 북미 지역에서는 광고형 요금제까지 꺼내들었다고 하네요.

이러한 구독 상품들을 비교적 저렴하게 제공하는 기업들이 있습니다. 바로 전 국민이 1개 씩은 무조건 가입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통신사’입니다. 형태는 이렇습니다. OTT나 프랜차이즈 카페, 편의점 할인, 생필품 배송 등 원하는 서비스를 묶어서 할인 혜택을 제공하죠. 이왕 쓸 구독 서비스라면 한꺼번에 묶어 신청하고 할인까지 받으라는 거에요.

2021년 시작된 SK텔레콤의 ‘T우주’는 라인업도 4가지로 늘어났는데요, 우주패스 ‘올’과 ‘미니’에 이어 고객 일상 혜택 중심의 '우주패스 라이프', 커머스에 특화한 '우주패스 슬림'이 더해졌습니다. 제휴사도 48곳으로 늘었죠. 연간 구독 상품도 눈에 띕니다. 아마존의 ‘아마존프라임’ 모델을 본 뜬 것인데 월간 구독료보다 연간 구독료를 저렴하게 책정했죠. 고객들을 오래 붙잡아두기 위한 의도입니다.

LG유플러스는 배우 손석구를 앞세워 지난해 ‘유독’을 출시했습니다.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필요한 제휴 서비스만 골라 구독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타사보다 서비스 가입과 해지가 간편하게 설계했다고 해요. 제휴사는 넷플릭스 등 OTT를 비롯해 배달, 쇼핑, 뷰티, 청소, 반려동물 등 70여종 입니다. 하나의 서비스만 택해도 최소 5%, 2개 이상 선택한다면 절반으로 할인이 가능하다고 하네요.

KT는 플랫폼은 없지만 요금제에 구독 서비스를 더해 선택권을 넓히고 있습니다. 지난 2월에는 ‘티빙·밀리 초이스’ 요금제 3종을 선보였습니다. 또 KT 홈페이지에서는 ‘KT OTT’를 통해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7개 OTT를 신청하도록 묶어 놨습니다.

통신사들이 왜 이런 서비스를 내놨을까요? 정답은 소비자들을 묶어 둘 ‘락인 효과’를 창출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미 ‘1국민 1스마트폰’ 시대에 돌입한 상황에서 통신사가 신규 고객을 끌어들이는 방법은 ‘번호 이동’밖에 없죠. 그런데 단통법의 영향으로 통신사를 바꾸는 고객들에게 주는 보조금의 제한이 생기면서 번호이동 비율이 크게 줄었습니다. 지난해 이통3사와 알뜰폰을 포함한 번호이동건수는 452만건으로 전년 대비 10.9% 감소했습니다.

게다가 스마트폰의 스펙도 커다란 차별화를 꾀하기 어려워지면서 고객들의 스마트폰 기기 교체 주기도 길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통신사들은 고객을 서로 뺏고 뺏기기 보다는 있는 고객을 지키자는 것으로 방향을 돌렸습니다. 고민 끝에 탄생한 게 구독 서비스입니다. 통신비에서 차별화를 꾀하는 게 어려우니 ‘생활 밀착형 상품’을 통해 소비자들을 붙잡아두겠다는 의도지요.

가장 먼저 출시된 ‘T우주’가 출시된 지 벌써 2년이 흘렀습니다. 성과는 어떨까요? SK텔레콤의 ‘T우주’는 지난해 기준으로 총 상품 판매액 5700억원, 가입자는 160만명을 확보했습니다. 타 산업군의 유료 멤버십인 쿠팡의 ‘와우멤버십’ 회원수가 1100만명, 네이버플러스멤버십 회원수가 800만명인 것에 비하면 가입자 수는 조금 아쉽네요.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어떨까요. 지난해 SKT의 영업이익은 두자릿수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매출의 84%가 여전히 통신에서 나왔어요. KT의 경우 사상 최초로 비통신 부문이 40%를 차지했습니다. 이에 따라 KT는 '디지코 전략'의 성공을 자축하기도 했죠. 통신 3사는 너도나도 ‘비통신’, 아니 '탈통신'을 외치고 있습니다. 스스로를 통신사가 아니라 'ICT기업', '디지코 기업'으로 부르는 것도 그 이유 때문이에요.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허리띠를 졸라 메면서 각종 유료 멤버십을 해지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은 구독 경제의 앞날을 어둡게 합니다. 넷플릭스를 싸게 보는 방법을 찾는 대신, 아예 안보는 것을 고려하는 거죠. 또 어디가서 못봤다는 소리 하기 싫어 유튜브에 넘쳐나는 요약 영상을 보는 사람들도 주변에 수두룩합니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2023년은 통신사 구독 서비스가 옥석을 가리는 시기가 될 것 같네요. 얼마나 매력적인 구독 상품을 설계하느냐가 성패를 좌우하겠죠?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