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각각 11위, 14위
1위도 37점, 공급망 관리 더욱 박차 가해야

자동차 제조업체의 기후, 인권 환경을 독려하는 글로벌 캠페인 ‘리드 더 차지(Lead the Charge)’.사진 제공=리드 더 차지
자동차 제조업체의 기후, 인권 환경을 독려하는 글로벌 캠페인 ‘리드 더 차지(Lead the Charge)’.사진 제공=리드 더 차지
글로벌 기후, 인권 연대체가 자동차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선정한 ‘기후·인권 대응 순위’ 1위 기업은 메르세데스-벤츠였다. 현대자동차, 기아는 각각 11위, 14위로 10위권 밖의 점수를 기록했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로 주목받았던 테슬라와 토요타도 각각 9위, 13위로 저조한 수준에 머물렀다.

기후 위기 시대를 맞아 자동차 제조업체가 기후, 환경, 인권 측면의 책임 있는 전환의 주체가 되도록 독려하는 글로벌 동시 캠페인 ‘리드 더 차지’(Lead the Charge)가 7일 시작했다. 한국의 기후솔루션을 비롯한 글로벌 기후, 인권 연대가 함께 탄생시킨 이 캠페인에서는 같은 날 글로벌 18개(제조 부문별) 대표 자동차 제조기업의 기후, 인권 대응 순위를 분석한 업계 리더보드(Leaderboard)를 발표했다.

전기차 전환은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완성차 업체는 전기차 전환 및 생산뿐 아니라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공급망 내 인권 이슈 등의 과제도 함께 맞닥뜨린 상황이다. 주요 국가에서는 이미 자동차 분야에 제품 라이프사이클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평가하는 전과정평가(LCA)를 시행하고 있다.

이번 리더보드 평가 역시 글로벌 동향을 고려해 자동차 제조 전 과정의 기후 영향을 평가했다. 특히 강철, 알루미늄, 배터리 등 재료 및 부품의 공급망(supply chains)의 탈탄소를 위한 기업의 노력을 중점적으로 살폈다.

이번 분석은 각 제조업체가 제공하는 공개된 자료를 바탕으로 진행됐다. 리드 더 차지 연대 단체 전문가들은 각 제조사가 ‘자사의 제조 공급망 전반에서 얼마나 공정한지(각 지역 원주민, 노동자, 지역 공동체를 얼마나 존중하는지)’, ‘지속가능한지(환경과 건강 영향 피해를 줄이고 생물다양성을 지키는지)’, ‘탈 화석연료를 지키는지(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공급원을 이용해 100% 전기로 생산하는지 여부)’ 등에 대해 평가했다. 부문별 실행 정책의 평가뿐 아니라 해당 정보 공개 여부도 평가 점수에 포함했다.
리드 더 차지에서 발표한 순위 세부 내역.사진 제공=기후솔루션
리드 더 차지에서 발표한 순위 세부 내역.사진 제공=기후솔루션
‘Lead the Charge’ 자동차제조 업계 리더보드
*점수(%)는 소수점 이하 반올림

리더보드 1위는 37점을 기록한 독일의 메르세데스-벤츠(Mercedes)에 돌아갔다. 메르세데스는 기후 및 환경영향 평가에서 타 기업 대비 월등히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2위에 오른 미국의 포드(Ford)는 자사와 협력업체 전반의 노동자 인권 분야에서 뛰어난 성적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3위 볼보(Volvo)는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청정 철강 및 알루미늄 분야에서 선두를 달렸다.

한국 대표 완성차 브랜드인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100점 만점에 11점, 6점을 차지하며 11위, 14위에 올랐다. 리더보드 보고서는 “세계 3위의 자동차 제조업체이자 전기차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는 현대-기아차는 지속 가능한 원재료 확보를 하고 있긴 하지만, 큰 그림에서 기회를 놓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세부적인 문제점으로는 협력업체와 미국 내 자회사의 아동 노동 문제(현대자동차), 국내 철강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 등을 지적했다.

기후 대응의 선두 주자로 알려져 있는 테슬라와 공격적으로 하이브리드차를 출시해 온 일본 토요타의 낮은 점수도 눈에 띈다. 보고서는 “토요타는 타 기업 대비 부품 공급망의 탈탄소 기여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테슬라도 배터리 공급망 일부는 좋은 점수를 받았지만 그 외의 부품 공급과 인권 측면 등에서 전반적으로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1위 기업인 메르세데스-벤츠 역시 총 점수가 37점으로 높지 않다. 완성차 기업의 탈탄소 노력이 더욱 가속화되어야 하는 이유다. 분석을 이끈 유럽의 교통 분야 전문 기후 단체인 트랜스포트&인바이런먼트의 줄리아 피올리스카노바 수석 이사는 “자동차 산업은 전기차 전환을 통해 거대한 산업 변화를 겪고 있다. 이런 변화는 자동차 제조업체들에게 공급망을 재구축해 화석 연료, 환경 피해 또는 인권 침해 없이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는 전례 없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진정한 ‘깨끗한 자동차’(클린 카)로의 전환은 배기관을 없애는 것뿐만 아니라 그간 지속돼왔던 공급망을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조수빈 기자 subin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