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의 보상→수용 재결→이의 재결→행정 소송…어떤 단계든 ‘감정 평가’의 역할 중요

[똑똑한 감정평가]
‘무시무시한 일’…강제 수용의 네 가지 과정[감정 평가]
개인의 재산을 강제 수용하는 것은 무시무시한 일이다. 일반적으로 공용 수용이라고 하는데 사전적인 의미로는 공익 사업이나 공공 목적을 위해 개인의 재산권을 법률로서 강제로 취득하는 일이나 그 제도를 말한다. 정리하면 개인의 부동산이 공익성 있는 사업에 포함되면 개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소유권이 강제로 이전된다는 것이다.

필자가 보상 평가 업무를 하며 만났던 전국의 많은 피수용자는 공통적으로 ‘재산을 빼앗긴다’는 표현을 썼다. 수용 대상인 목적물은 개인과 한 가족이 소유한 가장 큰 재산이자 삶의 터전이었다. 공익 사업으로 인한 수용이 아니고서야 소유권이 바뀔 이유가 없는 부동산이었기에 더욱 큰 상실감을 느끼는 것 같다.

‘빼앗기다’는 ‘가진 것을 억지로 남에게 잃게 되다’라는 뜻으로 ‘빼앗다’의 피동사다. 강제 수용의 의미와 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토지나 건물에 강제 수용이 이뤄지면 살던 집이든 장사하는 상가든 농사짓는 땅이든 수용 대상 부동산의 소유자가 누구인지, 취득하고 보유한 경위가
어떠한지 등은 무관하다. 당하는 쪽에서는 굉장히 강압적인 절차다.

강제 수용 과정에서 피수용자는 보상금을 책정받는다. 이때 정부·지자체·공기업·조합 등의 사업 시행자는 감정평가사에게 보상 평가를 의뢰한다. 공익 사업을 위한 토지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정해진 절차를 거쳐 보상금 감정 평가를 총 4번 받아볼 수 있다. 바로 협의 보상, 수용 재결, 이의 재결과 행정 소송 등 4단계에서 각각 보상 평가를 받게 되는 것이다.

협의 보상은 법적 성질이 사법상 매매 계약이다. 개인 간 매매와 동일하다는 것인데 실질은 그렇지 않다. 먼저 사인의 매매에서처럼 가격 흥정이 없다. 사려고 하는 측에서 제시하는 보상 평가액에 동의하면 매매가 성립되지만 미동의하면 강제로 소유권을 취득하는 단계로 넘어간다는 점에서도 다르다. 일방통행적이다.

‘협의’라는 단어 때문에 많은 피수용자가 사업 시행자와 가격을 협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실상은 강제 수용 전에 거쳐야 하는 단계 정도에 불과한 것이 대부분이다.

협의 보상액으로 소유권을 이전하지 않으면 다음 단계인 수용 재결로 넘어간다. 이때 재결 평가가 이뤄지고 보상 평가의 기준 시점은 ‘재결일’이 된다. 피수용자로서는 전 단계인 협의 보상액으로 협의할 수 없었던 사유, 말하자면 협의 보상 평가에 대한 이의 신청을 통해 수용 재결 평가를 잘 받도록 노력해야 한다.

수용 재결에 대해 이의 신청하는 방법은 재결서 정본을 송달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 이의 신청서를 제출하는 것이다. 전문가의 의견이 필요하다. 이윽고 이의 재결이라는 셋째 감정 평가 절차가 시행된다.

피수용자가 알아야 할 사실은 설령 이의 재결 감정 평가가 수용 재결 후 6개월 후, 1년 후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보상 평가의 기준 시점은 수용 재결의 재결일이다. 감정평가사는 전 단계와 동일한 가격 시점의 동일한 물건을 평가하는 것이다.

이의 재결 보상액에 불복하면 이의 신청에 대한 재결서를 받은 날부터 60일 이내에 행정 소송, 이른바 보상금 증액 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이 모든 절차에서 감정 평가로 결정된 보상금에 대한 이의 신청의 권리는 사업 시행자에게도 동일하게 보장된다. 따라서 사업 시행자가 보상금 감액 청구 소송을 제기하기도 한다.

여기까지 오는 모든 단계에서 보상금 감정 평가에 대한 이의가 주를 이뤘는데 행정 소송에서도 감정 평가로서 보상금이 결정된다. 보상금 결정의 기준이 되는 시점은 여전히 ‘수용 재결일’이다. 이쯤 되면 사업 시행자에게로 소유권이 이전됐던 보상 대상물이 이미 철거돼 사라져버린 경우도 왕왕 있다.

전국의 많은 공익 사업지에서 피수용자가 해당 사업을 무산시키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사업이 무산되지 않는다면 강제 수용 절차가 진행 된다. 따라서 피수용자는 강제 수용의 각 단계에서 자신이 받을 보상금이 감정 평가액으로 결정된다는 것을 알고 보상 평가를 잘 받을 수 있는 길도 함께 모색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박효정 로안감정평가사사무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