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에 경계는 없다" 강조…'홈웨어'에서 아이디어 얻어

보테가 베네타의 FW 컬렉션 한 장면. (사진=마티유 블라지 인스타그램 갈무리)
보테가 베네타의 FW 컬렉션 한 장면. (사진=마티유 블라지 인스타그램 갈무리)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군 사진 한 장이 있습니다. 패션쇼에서 종아리까지 오는 양말만 신고 나온 모델들의 발을 클로즈업한 사진입니다. 신발도 안신고요.

그런데 이 양말은 사실 양말이 아니라 신발이었던 겁니다. 이 양말같이 생긴 신발.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보테가 베네타' 제품입니다.

특이했습니다. '이게 뭐야' 싶었죠. 그래서 찾아보니, 보테가 베네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 마티유 블라지가 만들었다고 합니다. 꽤 자랑스러운지, 얼마 전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가죽 양말'이라는 글과 함께 이 제품의 사진까지 올렸습니다.

마티유 블라지는 2021년 11월, 보테가 베네타의 새로운 CD로 발탁됐습니다. 보테가 베네타의 모회사인 케어링그룹은 직전 CD였던 다니엘 리가 선임 3년 만에 돌연 사임하자 급하게 블라지를 CD로 발탁했습니다. 당시 보테가 베네타는 "재능있는 인재"라며 "브랜드의 가치를 지켜내고 현대적 연관성을 높일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블라지는 1984년생입니다.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났습니다.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라 깜브르 종합예술대학을 졸업했고요. 보테가 베네타로 오기 전에는 라프 시몬스, 메종 마르지엘라 등을 거쳤습니다. 2014년에는 셀린느 수석 디자이너로 일했으며 2016년부터 2019년까지는 캘빈 클라인에서 라프 시몬스와 다시 일하기도 했죠. 2020년부터 보테가 베네타 RTW 디자인 디렉터로 임명됐고요.

타이밍도 좋죠. 보테가 베네타에 온 지 1년 만에 CD가 됐으니, 초고속 승진한 거나 마찬가지니까요. 그의 첫 컬렉션은 2022년 2월에 나왔습니다. 이번이 두 번째 가을겨울(RW) 컬렉션인 거죠. 그리고 여기서 이번에 큰 관심을 받은 '가죽양말'이 공개된 거고요. 정확히 설명하자면 '가죽으로 만든 니트 양말화'입니다.

블라지가 말하고 싶은 것은 '패션에 경계는 없다'는 것입니다. 이번 가죽양말 역시 집에서 입고 사용하는 모든 것이 외부에서 사용 가능한 패션 아이템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홈웨어 역시 '홈'에서 그치지 않고, 밖에서도 입을 수 있지 않냐는 겁니다. 양말도 잘 만들면 '신발'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인 거죠.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한 것은 블라지가 처음은 아닙니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발렌시아가와 베트멍을 이끄는 패션 디자이너 뎀나 바질리아가 2016~2017년 내놓은 '삭스슈즈' 디자인도 있습니다. 그 당시 뎀나 바질리아는 베트멍과 발렌시아가에서 모두 삭스 슈즈를 내놓았는데, 이게 그야말로 대박이 났습니다. 그 당시 옷 좀 입는다는 '패션피플'들은 다 발렌시아가의 스피드러너(양말처럼 얇고 딱 달라붙는 디자인의 운동화 제품명)를 신었으니까요.

블라지의 가죽양말 역시 평가는 괜찮은 것 같습니다. 다만, '유행'에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가격이겠죠. 아직 정확한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보테가 베네타의 가죽양말도 길에서 볼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