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지의 IT뷰어]
선조왕릉의 카카오맵 별점은 왜 1.4인가 [이명지의 IT뷰어]
조선의 14대 왕 선조는 임진왜란 당시 군주의 도리를 하지 않고 한양 도성을 떠났습니다. 그 결과 선조는 역대 조선왕들 중 ‘최악의 왕’을 꼽으면 상위권을 당당히 차지하고 있죠.

2023년에도 선조를 향한 분노의 민심을 볼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선조가 잠든 목릉선조왕릉의 카카오맵 별점인데요, 3월 13일 기준으로 평균 별점이 1.4점입니다. 카카오맵 리뷰에는 선조를 향한 분노의 민심을 볼 수 있는데요. 역대 최악의 조선의 왕, 도망을 뜻하는 ‘런조’까지... 역사 덕후들의 토로가 목릉선조왕릉의 카카오맵 별점에 잘 나와있네요.

최근 일부 커뮤니티에서 카카오맵의 날것의 별점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떠드는 중학생들 때문에 공원 리뷰에 1점을 주는 가차없는 평가부터 기흥IC를 향한 ‘대한민국 최악의 나들목’이라는 운전자들의 분노에 가득찬 리뷰도 볼 수 있죠.

카카오맵에는 왜 신랄한 리뷰들이 오가게 되었을까요? 이걸 알려면 국내 양대 IT회사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운영하는 네이버지도와 카카오맵의 별점 정책을 살펴봐야 합니다.

선조야 자신의 능에 대한 별점이 1.4여도 신경을 안 쓰겠지만, 자영업자들에게 별점은 영업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알 수 없는 별점 테러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자영업자들도 대다수죠. MZ세대들이야 인스타그램으로 맛집을 찾는다 쳐도, 여전히 별점이 갖는 영향력은 큽니다. 유저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지도앱에 노출되는 별점은 사장님들에게는 큰 고민거리죠.

특히 사용자가 많은 네이버지도 별점에 신경을 쓰는 사장님들이 많습니다. 고심 끝에 자영업자들은 음료수나 사이드메뉴 증정 등을 통해 리뷰를 유도하기도 하죠. 네이버페이 포인트를 쌓기 위해 네이버페이로 결제를 하면 사장님 눈 앞에서 별점을 남겨줄 것을 요청받는 경우도 있어요. 이 때문에 네이버지도의 별점에는.'마케팅의 냄새'가 난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죠.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네이버지도 사용자수는 2371만명, 카카오맵은 1069만명이라 합니다. 자영업자들이 상대적으로 사용자가 많은 네이버지도 리뷰에 신경을 쓴 사이, 카카오맵에는 날것의 리뷰가 쏟아지기 시작했죠. 이 때문에 카카오맵에서는 별점 3점만 받아도 꽤 괜찮은 식당이라는 ‘꿀팁’까지 돌 정도입니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별점 정책은 2021년부터 갈리기 시작했습니다. 네이버지도는 지난 2021년부터 별점을 없애고 키워드로 리뷰를 남기는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보는 네이버지도의 별점은 2021년까지 축적된 데이터에요. 개편된 키워드 리뷰는 친절해요, 특별한 메뉴가 있어요, 가성비가 좋아요 등 키워드를 노출해 맛집의 특성을 볼 수 있게 했죠.

지난 3월 9일, 네이버 측은 리뷰개선 작업이 로컬사업자로부터 호응을 얻고 사업환경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별점 테러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과 함께 리뷰가 축적되면 그만큼 방문 수도 늘어나는 효과를 거뒀다고 하네요.

반면 아직까지 카카오맵은 별점 정책에 대해 개편을 밝힌 적은 없습니다. 여전히 카카오맵의 후기는 솔직함, 그리고 아슬아슬한 무례함이 판을 칩니다. 키워드로 무장한 네이버의 리뷰에서는 마케팅의 냄새가 여전합니다. 별점 테러로 인해 속앓이를 하는 자영업자들, 객관적인 후기를 원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중심을 잘 잡는 게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