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구성원을 인간으로 대하고 그들이 성장하고 이바지할 기회를 책임지고 제공해야 한다
[경영 전략] 해마다 하는 일인데 할 때마다 어려운 게 있다. 바로 목표 수립, 성과 평가 등 성과 관리다. 특히 올해는 다양한 위기의 경영 환경으로 더 어렵다고 한다. 그리고 함께 성과를 만들어야 할 요즘 세대들의 다름도 어려움을 더한다. 이처럼 위기 상황에서 달라진 구성원들과 함께 조직의 성과를 만들어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최근 세계적인 경영 석학으로 불리는 게리 하멜 런던 비즈니스스쿨 교수가 한국경제TV 특집 인터뷰 ‘글로벌 구루에게 듣는다’에서 경기 침체기 대응과 미래 성장에 대해 다음과 같이 조언했다.
“앞으로는 조직과 리더십 체계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재설계할지 집중해야 한다. 역할·지위와 관계없이 모두가 기업가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기업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구성원을 도구나 생산 요소 등 인적 자본으로 보는 시선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구성원들을 인간으로서 대하고 그들이 성장하고 배우고 이바지할 기회를 책임지고 제공해야 한다. 회사가 구성원의 도구다.”
여기에서 ‘인간으로 대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백종현 서울대 명예교수는 ‘인간은 무엇이어야 하는가’라는 책에서 인간은 자신이 세운 원칙에 따르는 자율과 자기 지배의 삶을 산다고 했다. 한마디로 어떤 일의 시작과 끝을 스스로 정한다는 것이다.
목표는 제공하는 가치에서 출발따라서 인간으로 대한다는 것은 구성원 스스로 알아서 일하게 맡겨 둔다는 의미다. 그러면 구성원은 자율감으로 내적 동기가 높아지고 즐겁게 일에 몰입하며 그 결과 조직의 성과도 높아진다. 많은 심리학자들의 얘기다. 하지만 구성원 각자가 제멋대로 일하고 서로가 다른 방향으로 일한다면 낭패다. 여기에 목표 수립의 중요성이 있다. 목표 수립을 잘한다면 구성원 스스로 알아서 즐겁게 일하는데 그 결과로 조직의 성과를 높일 수 있다.
목표에 대해 잘 알려진 예시가 있다. 오늘날 성과 관리는 경영학의 구루라고 불리는 피터 드러커가 1954년 ‘경영의 실제’라는 책에서 말한 목표와 자기 관리에 의한 경영(Management By Objective and Self-control)에서 시작됐다. 이 책에 나오는 예시이기도 하다.
세 사람의 석공에게 지금 무엇을 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첫째 석공은 “생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둘째 석공은 “이 나라에서 제일 훌륭한 석공 일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헸으며 셋째 석공은 “사원을 짓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이 중에서 올바른 목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답은 셋째다. 우리는 흔히 둘째 답처럼 최고의 연구·개발, 최고의 품질 등 자신의 전문성과 관련된 목표를 생각한다. 전문성은 중요하다. 하지만 자신이 하는 일 그 자체가 목표가 되고 조직 전체의 성과와 연결되지 않는다면 올바른 목표라고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조직 전체 성과는 누가 결정할까. 내부의 구성원이 아니라 외부의 고객이 결정한다. 내부 구성원들이 열심히 일해도 고객이 찾지 않으면 성과는 나오지 않는다.
반대로 열심히 일하지 않아도 가능성은 낮지만 고객이 몰려올 수도 있다. 따라서 목표는 우리가 하는 일 그 자체가 아니라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치에서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조직의 존재 이유이자 고객에게 주는 가치인 사명에서 출발하면 된다. 그리고 비전 달성을 위한 단계적 목표도 중요하다.
그러면 구성원들에게 의미 있는 목표가 되고 성과의 장·단기의 균형도 맞출 수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다음 세 가지가 중요하다.
첫째, 목표를 상하좌우로 연계하라. 조직의 구성원들은 누구나 하루의 일을 계획하면서 출근한다. 그런데 리더가 다가와 다른 일을 해야 한다고 하면 이내 계획은 틀어지고 짜증이 난다. 즐겁지 않은 하루가 시작되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서로의 우선순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자. 구성원들이 알아서 일하는데 그 결과가 조직(리더)의 성과가 된다면 굳이 간섭할 필요가 없다.
동료 간에도 마찬가지다. 서로의 우선순위가 동일하다면 서로 믿게 되고 협업이 필요하면 더 잘 이해하고 도와줄 수 있다. 따라서 달성해야 할 목표가 상위 조직, 하위 조직, 구성원까지 연계돼 있으면 각자가 알아서 일해도 그 결과는 조직의 성과로 이어지게 된다.
그런데 대개 목표 연계라고 하면 위에서 아래로만 생각한다. 위에서 목표가 내려올 때까지 기다리면 자칫 하위 조직의 중요한 목표가 상위 조직에서 빠질 수도 있다.
목표를 수립할 때는 하위 조직의 리더가 상위 조직의 목표 수립에 참여하는 것이 좋다. 이때 목표 연계는 상하 동일하게 목표를 공유, 상위 목표를 하위 조직에 배분, 상위 조직의 목표 달성을 위한 과제 수행 등으로 진행한다. 그리고 협업이 필요한 조직, 조직 내 구성원 간에 목표를 공유하고 연계하는 것이 좋다. 그러면 한 방향 정렬을 통해 조직 전체의 성과가 높아진다.
성과 관리는 적절한 수준으로 정해야
둘째, 목표의 균형을 맞춰라. 조직의 성과는 여러 분야의 균형된 노력이 있어야 한다. 어느 특정 분야에만 집중하면 다른 분야에 대한 관심이 줄고 그 결과 전체적인 성과는 나오지 않을 수 있다.
흔히 목표의 균형이라고 하면 균형 성과표(BSC : Balanced Score Card)를 말한다. 조직이 하는 일의 결과는 재무적 성과가 된다. 재무적 성과는 고객이 정하고 이를 위한 고객 가치는 내부의 일하는 방식에서 나온다. 그리고 일을 하려면 구성원의 역량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재무·고객·프로세스·학습과 성장의 목표가 균형을 이뤄야 하는 것이다.
또 다른 균형으로는 일의 특성에 따라 기본 업무, 개선 업무, 창의적 업무로 구분하는 것이다. 최근에 필자가 성과 관리 교육에 참여한 한 회사는 ‘오늘 이익을 창출하자, 오늘 미래 기반을 구축하자’와 같은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장·단기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그러면 장·단기의 균형 아래 상위 조직은 재무·고객·프로세스·학습·성장으로, 구성원들은 기본·개선·창의로 큰 균형 아래 세부적인 균형으로 연결할 수도 있다. 이처럼 목표에 균형이 잡혀 있으면 구성원들이 스스로 알아서 일하는 과정에 특정 영역에만 집중하고 다른 영역은 소홀히 하는 경우를 최소화할 수 있다.
셋째, 성과 관리하는 측정 지표를 만들어라. 구성원들이 자기 계획에 따라 열심히 일하다 보면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게 된다. 쉬운 예를 들어 보자. 다이어트를 위해 1주일 내내 식단 조절과 계획된 운동을 한 후 “살이 좀 빠진 것 같아요”라고 물으면 어떻게 답하겠는가. 아마도 몸무게를 재 보라고 할 것이다.
이처럼 구성원이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확인하려면 체중계와 같이 측정할 수 있는 지표가 있어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목표 달성 정도를 확인할 수 있는 핵심 성과 지표(KPI)다. 따라서 KPI는 측정 도구이지 목표는 아니다. 지표가 달성돼도 목표가 달성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잘 살펴봐야 한다.
그리고 KPI는 열심히 노력하면 달성할 수 있는 도전적인 수준으로 정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만 일하는 것에 재미가 생긴다. 노력하지 않아도 달성되는 수준은 재미가 없다. 달성해도 성취감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달성 가능성이 낮은 매우 어려운 수준은 포기하게 만든다. 적정한 성과 수준을 정하는 것은 리더와 구성원이 사전에 합의하고 과정 관리를 통해 끊임없이 확인하고 조정하는 것이 좋다. 다만 신사업과 같이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일해야 한다면 아주 높은 수준이 도움이 된다.
끝으로 구성원 스스로 성과를 측정할 수 있는 정보가 투명하게 공유돼야 한다. 리더가 알려 준다면 구성원의 책임감이 낮아진다. 스스로 관리할 수 있을 때 온전하게 성과에 책임감을 갖게 된다.
김용우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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