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하기 싫은 ‘발치’, 어떤 경우에 꼭 해야 하나[건강]
옛말에 ‘신체발부 수지부모’라는 말이 있다.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몸을 소중히 여기라는 말이다. 옛 어르신들은 머리카락을 자르는 일도 효를 어기는 일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머리카락보다 제거할 때 더 큰 충격을 받는 것은 치아다.

치아를 발치하는 일은 잇몸병이 심하거나 충치가 심해 더 이상 치아를 유지하기 어려울 때 발치하게 된다. 발치에 대한 상실감은 대부분의 환자에게서 나타난다. 적게는 불편감부터 화남 그리고 분노를 넘어 우울증까지의 반응을 보인다는 보고가 있다. 그만큼 치아를 빼게 된다는 이야기는 심리적으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이야기다.
이런 상황이 되면 환자들은 꼭 치아를 발치해야 하는지 물어본다. 당연하게도 모든 경우에 무조건 발치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면 치아를 어쩔 수 없이 꼭 빼야 하는 할 때는 언제일까.

20대에 가장 많이 발치하게 되는 치아는 바로 사랑니다. 예쁘게 구강 내 치열에 똑바로 잘 올라온 사랑니는 발치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주로 아래턱 쪽 사랑니는 옆으로 누워 있는 것이 많다. 이 경우에는 앞 치아에 충치가 생기는 원인이 되거나 물혹 등으로 변할 수 있어 사랑니 발치를 권하게 된다. 많은 이들이 겪는 상황이고 또 치열에 포함되는 것도 많지 않아 상대적인 상실감이나 박탈감은 적은 편이다.

사랑니 외에 치아를 발치하는 가장 많은 사례는 잇몸병이 생겼을 때다. 잇몸병이 생기면 잇몸이 붓고 아프다가 잇몸이 내려가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잇몸의 문제만 있다가 차차 진행되면 치아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치아가 흔들리는 정도는 옆으로 살짝 밀면 느끼는 정도와 아래위로 누르면 움직이는 정도로 구분한다. 옆으로 밀 때 느껴지는 정도라면 한두 번 정도는 잇몸 치료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아래위로 움직이는 치아는 이미 잇몸뼈가 모두 상실됐다는 뜻이다. 치아를 더 이상 보존할 수 없다. 때로는 염증이 옆에 건강한 치아에도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이때는 발치하고 임플란트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둘째는 충치가 심해졌을 때다. 일반적으로 충치가 생기면 레진이나 인레이 등으로 충치 치료를 하거나 신경 치료와 크라운 치료로 해결한다. 하지만 충치가 잇몸뼈 부분까지 진행된다면 일반적인 치료로 충치로 상한 부분을 메울 방법이 없다. 이렇게 되면 비싼 치료를 하더라도 치료한 치아의 수명이 짧아지기 때문에 치아를 발치할 수밖에 없다.

또한 치아가 수직으로 파절되면 발치할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치아가 부러졌다라고 하는 것은 치아가 수평으로 부러지는 것을 이야기한다. 수직으로 파절된 것은 치아가 통나무 쪼개지듯 두 부분으로 치아 머리에서 뿌리 부분으로 쪼개지는 경우다. 수평으로 파절됐다면 치아를 살리는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수직으로 파절됐다면 치아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결국은 치아를 발치해야 한다.

물론 앞서 치아가 수평으로 부러졌어도 치아의 중앙 부위가 부러지면 그 어떤 방법도 쓸 수 없어 결국 치아를 발치해야 한다. 많은 이들이 치아를 살릴 수 없는지 문의하지만 마치 나무의 중요한 밑둥 부분이 잘리는 것 같이 치아를 더 이상 보존하기 어렵다.

또 치아를 발치할 때는 치아 염증으로 신경 치료를 하는데 계속되는 통증이 있을 때다. 이는 치아의 건강을 다시 회복할 수 없다는 신호다. 그래서 치아에서부터 생기는 통증을 조절하기 어려워 발치하는 경우가 많다.

그다음 발치하게 되는 경우는 흔히 고름이 생기는 농양의 중심에 치아가 있거나 턱뼈에 생기는 물혹의 중심에 치아가 있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농양의 치료나 물혹의 치료를 위해 치아를 발치해야 한다.

치아를 발치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대부분의 환자들은 낙담한다. 그래서 좀 더 꼼꼼하게 꼭 치아를 발치해야 하는지, 치아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치아는 최대한 보존하고 쓸 수 있을 때까지 잘 치료해 오랫동안 쓰는 방법이 있다면 그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김현종 서울탑치과병원 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