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경 주기 관리 앱 ‘W케어’ 론칭…80조원 펨테크 시장 공략 나서

CJ올리브영이 W케어 서비스를 앞세워 펨테크 시장에 진출했다. (사진=올리브영)
CJ올리브영이 W케어 서비스를 앞세워 펨테크 시장에 진출했다. (사진=올리브영)
CJ올리브영(이하 올리브영)이 ‘여성 건강’에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앞으로 80조원 규모까지 커질 것으로 관측되는 펨테크 시장을 선점해 새로운 먹거리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펨테크는 여성(female)과 기술(tech)의 합성어로 여성을 위한 기술이라는 의미로, 10대부터 중·장년층의 여성 고객을 모두 확보할 수 있어 사업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CJ올리브영, W케어 서비스 론칭올리브영이 최근 펨테크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첫 결과물은 3월 10일 론칭한 월경 주기 관리 서비스 ‘W케어(W Care) 서비스’다. 올리브영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이용할 수 있고 여성 고객들은 월경·배란·가임·월경 전 증후군(PMS : Premenstrual syndrome)까지 개인별로 월경 주기를 간편하게 관리할 수 있다.

기존 월경 주기 앱과의 차이점은 올리브영이 직접 주기별로 맞춤형 상품을 큐레이션해 제공한다는 점이다. 고객은 W케어 서비스에서 보이는 상품을 바로 구매할 수 있다. 또한 주기별 증상이나 건강 관리에 도움이 되는 코멘트와 함께 맞춤형 상품도 추천해 주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자신만의 알림 문구를 설정해 주기별 예정일 알림도 받을 수 있다.

이번에 선보인 W케어 서비스는 올리브영이 지난해부터 준비한 서비스다. 앞서 올리브영은 지난해 말 펨테크 시장 진출을 예고했다. 당시 헬스케어 분야의 주요 키워드로 ‘W케어’를 선정하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펨테크 시장을 선점하겠다고 발표했다. ‘W케어’는 여성들에게 건강한 습관을 제안하기 위해 올리브영이 만든 단어로, ‘우리(We), 여성(Woman), 웰니스(Wellness)’의 의미를 담았다. 올리브영의 주요 고객이 여성인 만큼 이들의 니즈를 파악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W케어의 카테고리는 4가지로 세분화했다. 밸런스(월경 솔루션), 클렌징(Y존 케어), 러브(성인 용품), 웨어(언더웨어) 등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여성 건강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다. W케어 서비스는 밸런스에 해당한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W케어를 별도 앱으로 분리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연내 스마트폰 위젯을 선보여 편의성을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하는 단계로 W케어를 제외하고는 별도로 펨테크 관련 서비스를 내놓지 않았다. 올리브영은 W케어의 성과를 지켜보며 추후 다른 서비스를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매년 15%씩 성장하는 펨테크W케어 론칭은 펨테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시도다. 펨테크는 2016년 월경 주기 관리 앱 클루(Clue)의 창업자 아이다 틴이 처음 사용한 용어로, 월경·임신·수유·갱년기 등 여성의 다양한 고민이 전부 펨테크에 포함된다.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의 기술로 맞춤형 케어를 제공하는 게 펨테크의 특징이다.

해외 플랫폼 펨테크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2020년 전 세계 펨테크 시장 규모는 217억 달러(약 28조원)에서 2027년 601억 달러(약 79조원)까지 매년 15%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 1월 보험연구원(KIRI) 역시 ‘해외 펨테크 기업 동향’ 리포트를 발간하고 “여성을 위한 건강 관리(생리, 임신·출산, 난임, 완경, 부인과 암, 골반저 질환 등) 산업은 높은 시장 잠재력을 바탕으로 향후 성장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여성은 남성 대비 평균 수명이 길고 임신·출산뿐만 아니라 예방 목적의 건강 관리에도 적극적”이라며 “향후 펨테크 기술 발전으로 여성의 건강 관리에 대한 접근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며 2030년 시장 규모는 약 1000억 달러(약 131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면서 여성 건강이 개인은 물론 기업과 사회에 중요한 과제로 부상했다”며 “아직은 펨테크가 헬스케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미미하지만 성 인식 전환, 조기 진단과 질병 관리 수요 확대로 관심이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월경 주기, 임신과 난임, 갱년기, 건강과 미용 관련 펨테크가 주요 키워드”라며 “여성 생애 주기별로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펨테크 역할이 더욱 다양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에서도 펨테크 산업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W케어 사용 모습. (사진=올리브영 앱)
W케어 사용 모습. (사진=올리브영 앱)
“계속 쓸까? 묻는다면 ‘굳이’” W케어 써보니올리브영이 선보인 월경 주기 관리 애플리케이션(앱) ‘W케어’의 특장점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3월 15일 앱을 다운받아 3월 22일까지 1주일간 사용해 봤다.

2013년부터 10년간 월경 주기 관린 앱을 꾸준히 사용하고 있고 W케어를 1주일간 써본 결과 장점은 △자세하게 나오는 건강 정보 △직관적이고 단순한 UI(사용자 인터페이스) △나만의 문구로 알림 받기 등이었다.

우선 자세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점이 가장 만족스러웠다. W케어는 월경이 시작되면 ‘힘든 시기에 휴식을 취하며 컨디션 조절을 해보세요’ 등의 문구가 나오고 시간이 지나면 ‘월경 초반보다 월경량이 조금씩 줄어들 거예요’, ‘가장 힘든 초반이 지나갔어요!’ 등이 화면에 뜬다.

또한 월경 일자별로 구체적인 건강 정보도 제공한다. ‘월경통의 원인은 월경혈을 밖으로 나오게 도와주는 프로스타글란딘이라는 물질이 자궁을 수축시키기 때문’, ‘월경 기간이 너무 길어지면 산부인과 진찰을 받아보는 것을 추천 드릴게요’, ‘월경이 끝나면 에스트로겐 수치가 높아져 신체 활동 에너지를 활발하게 충족시키는 작용을 해요’ 등의 문구를 통해 몸 상태를 확인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밖에 W케어 초기 화면에서 약 28일 주기로 반복되는 월경 시기를 시계 형태로 표현해 사용자가 쉽게 현재 월경 전 증후군(PMS) 시기에 돌입했는지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반면 단점은 △W케어 접근까지 거치는 여러 번의 단계 △광고 노출 거부감 △기존 앱과의 차별점 모호 등이다.

가장 큰 단점은 올리브영 앱에서만 W케어 서비스가 제공된다는 점이다. 자신의 월경 주기를 확인하려면 올리브영 앱을 실행한 뒤 W케어 카테고리로 들어가야 한다. 월경 달력까지 확인하려면 여기에서 ‘캘린더 보기’를 한 번 더 선택해 총 3번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

게다가 한 번에 저장된 정보를 확인하지 못하는 것도 불편했다. 기존에 사용해 온 앱에서는 이전 기록을 토대로 월별 주기 일자의 변화(주기가 28일에서 30일로 늘었다 등과 같은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지만 W케어에서 관련 서비스는 제공되지 않았다.

또한 초반 화면에서 보이는 광고도 앱 사용에 대한 거부감을 키웠다. ‘○○○님을 생각하며 골랐어요’라는 문구와 함께 특정 회사의 생리대·청결제 등이 첫 화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 캘린더를 배치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기존의 다양한 월경 주기 관리 앱과의 차별점도 보이지 않았다. 올리브영에서 여성 월경 주기별 맞춤형 상품을 큐레이션해 주고 이를 간편하게 바로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 대표적인 장점이고 이 밖에는 기존과 특별한 차이점이 없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