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유행한 ARM대출 비율, 35%에서 현재 9%로 줄어
최근 미국에서 실리콘밸리은행(SVB) 등 몇 개 은행이 파산하면서 다음 불똥이 모기지 채권이 많은 은행으로 튀는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이 퍼지고 있다. 2007년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 대출) 부실 사태가 재현되지는 않을지 염려하는 것이다. 2007년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는 왜 발생했는지, 그때와 지금의 유사점과 차이는 무엇인지 알아보자.급격한 금리 인상이 서브프라임 사태의 원인대출을 받은 사람들이 보는 서브프라임 사태의 원인은 급격한 금리의 인상이라고 할 수 있다.2000년 초 정보기술(IT) 버블이 꺼지면서 미국 경제가 휘청거리자 미국 중앙은행(Fed)은 미국 기준금리를 1%까지 급격히 낮추게 된다. 이 덕분에 부채가 많은 기업들이 한숨을 돌리고 미국 경제가 살아나는 것까지는 좋았지만 저금리를 기반으로 미국 집값도 꿈틀거렸다. 그러자 Fed는 자산 시장에 끼기 시작한 버블을 제거하기 위해 2004년 6월부터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문제는 금리 인상 속도와 폭이었다. 미국 경제가 적응하기 어려운 속도로 금리가 인상됐던 것이다.
여기서 의문을 가져보자. 2000년대 초반에는 금리가 2006~2007년보다 높았는데 그때는 왜 서브프라임 사태가 벌어지지 않았고 2007년에 서브프라임 사태가 터졌을까. 그 비밀은 미국 주택 담보 대출 제도에 있다.
미국의 대출도 한국과 같이 고정 금리형이 있고 변동 금리형이 있다. 그런데 미국 사람들은 대부분 고정 금리형을 선호한다. 고정 금리형 대출의 장점은 원금과 이자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본인의 상환 능력에 따라 대출 규모를 정하면 된다. 다시 말해 미래를 설계하기 쉽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정 금리형의 대출 금리는 변동 금리형보다 높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돈을 빌려 주는 은행은 대출 기간이 길수록 불확실성이 커지기 때문에 금리를 높게 받는 것이 안전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금융 소비자는 낮은 금리를 원하면 변동 금리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한데 문제는 변동 금리는 금리 인상기에는 손해가 크다는 것이다.
2000년대 중반이 되자 미국에서 ARM이라는 대출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ARM은 변동 금리 저당 대출(Adjustable-Rate Mortgage)의 영문 약자로, 직역하면 변동 금리지만 그 당시 유행한 ARM은 고정 금리와 변동 금리를 혼합한 하이브리드형이 대세였다. 다시 말해 3년 또는 5년 정도는 변동 금리에 해당하는 낮은 금리로 고정해 주고 그 기간이 끝나면 순수 변동 금리처럼 시장 금리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2000년대 중반에는 이 ARM이 고정 금리형 대출 상품보다 금리가 상당히 낮았다. 고정 금리형은 장기 금리이기 때문에 10년 만기 미국 국채에 연동하지만 ARM은 미국 기준금리에 연동하는데 그 당시 미국 기준금리가 역사상 최저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ARM은 있었지만 전체 대출 상품의 비율이 10~20% 정도밖에 되지 않았는데 2004~2005년에는 35%나 됐다.
문제는 ARM의 금리 고정 기간이 끝난 후에 벌어졌다. 그 당시에는 3년 또는 5년 고정 상품이 대부분이었는데 3년 또는 5년의 기간이 끝난 후 금리가 급등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ARM 비율 현저히 낮아져
예를 들어 기준금리가 1%였던 2003년 6월~2004년 5월 사이에 3년 고정으로 ARM 대출을 받은 사람은 평균적으로 3.00%의 대출 금리를 내면 됐다(통상 은행 대출 금리는 기준금리보다 2%포인트 정도 높다).
그런데 이 사람이 3년 후 7.25%의 이자를 내야 하는 것이다. 한 달에 3000달러의 이자를 내던 사람이 갑자기 7250달러의 이자를 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소득이 갑자기 늘어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출을 갚지 못하는 사람들이 급격하게 늘어난 것이다.
이런 사람이 적으면 은행에서는 담보물을 경매에 넘겨 원리금을 회수하면 되는데 많은 사람들이 대출 상환을 멈추자 은행에서 경매를 통해 원리금을 회수하는 속도보다 부실 자산이 늘어나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경영 상태가 악화되기 시작했다. 바로 리먼브라더스 사태의 도화선이 된 것이다.
더구나 대출을 갚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대출을 갚을 능력이 있는 일부 사람들도 덩달아 대출을 갚지 않게 됐다. 소위 모럴 해저드(도적적 해이)가 발생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는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과 ARM이라는 대출 제도 그리고 일부 사람의 모럴 해저드가 만들어 낸 합작품이다.
그러면 서브프라임 사태 직전보다 금리 인상 속도가 더 빠른 지금, 서브프라임 사태가 재현될까. 그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서브프라임 사태의 원인 중 하나인 ARM의 비율이 그때에 비해 상당히 낮기 때문이다. 2004~2005년에는 전체 모기지 대출에서 ARM의 비율이 35%에 달했었다. 하지만 리먼브라더스 사태 발발 직후인 2009년부터는 모기지 대출 상품 중에서 ARM의 비율이 10% 아래로 떨어졌다. 해마다 차이가 있지만 평균적으로 5~9% 정도라고 할 수 있다.
또한 ARM에서 금리를 고정해 주는 기간도 예전보다 늘었다. 2000년대 중반은 3년 고정 상품과 5년 고정 상품이 대부분이었던데 비해 지금은 5년 고정 상품이 19.5%밖에 되지 않고 그 대신 7년 고정 상품이 47.8%, 10년 고정 상품이 32.7%로 늘어났다. 다시 말해 7년이나 10년 후 집을 팔 사람은 금리 상승기라고 해도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물론 전혀 문제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예를 들어 2012년께 10년 고정 ARM 대출을 받은 사람은 지금 4.50%포인트나 금리가 올랐으므로 원리금 상환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서브프라임 사태 때는 4.25%포인트 인상에 불과). 이런 사람들은 대출 상환액이 급격히 늘었기 때문에 집을 팔 수밖에 없다. 다행히 미국의 집값은 1월에 바닥을 찍고 재상승 중에 있으므로 이들이 집을 파는 것에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추가적으로 금리가 더 오르거나 집이 팔리지 않는다면 서브프라임 사태급은 아니더라도 금융 시장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상존한다. 다시 말해 ARM의 비율이 과거에 비해 현저히 낮으므로 은행의 관리 범위 내에 있는 것이지 급격한 대출 금리 인상의 피해자는 나타날 수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금리가 오른다면 금리 인상의 후유증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아기곰 ‘아기곰의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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