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와 정책 이해도 높여야
딥테크 기업, 탄소 감축 기술 보유한 스타트업 성장 기대

김승완 넥스트 대표가 탄소중립 기본계획에 대한 해설을 하고 있다.사진=조수빈 기자
김승완 넥스트 대표가 탄소중립 기본계획에 대한 해설을 하고 있다.사진=조수빈 기자
“탄소중립은 인류가 갖고 있는 모든 시스템과 문명체계를 전환하는 과정입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도 탄소중립은 시장에 진입했거나 이미 숙성된 기술만으로는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탄소 감축이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결국 새로운 영역, 즉 스타트업이 기회를 가져가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거죠.”

김승완 넥스트 대표 겸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전문위원이 27일 소풍벤처스가 주최한 ‘월간 클라이밋’에서 스타트업에는 기회와 남은 과제가 분명하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기회로는 정부 차원의 기대와 투자가 있다. 김 대표는 지난 21일 정부가 공개한 탄소중립 기본계획 국가전략에서 ‘민간이 이끌어가는 혁신적인 탄소중립·녹색성장’을 언급하며 민간에 대한 정부의 기대감이 드러나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기술 의존도가 높은 계획이 이행안으로 설정됐지만 산업에 대한 부담은 오히려 줄었다는 점은 아쉽다. 줄여야 하는 총량은 똑같다. 주요 섹터인 전환, 산업, 수송, 건물에서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 과정에서 기회를 얻기 위해 스타트업이 마주하게 되는 것은 규제와 정책에 대한 정확한 이해라는 조언도 덧붙였다.

이어서 부담이 큰 전환과 산업 부문의 과제도 제시됐다. 김 대표는 전환 부문에서는 전력 계통에 대한 부담이나 송배전망 신설, 입지 선정에 대한 어려움이 적은 지붕형 태양광을 대안으로 언급했다. 이미 테슬라는 관련한 가정용 태양광 가상 발전소(VPP)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산업 부문에서는 기존 공정 개선과 대체를 위한 딥테크(Deep tech) 기업의 부상을 전망했다. 딥테크 기업이란 과학, 공학을 기반으로 한 원천 기술이나 독보적인 기술을 보유한 고기술 기반 기업을 의미한다.
이옥수 딜로이트 ESG & Climate 파트너가 기후 기술 전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조수빈 기자
이옥수 딜로이트 ESG & Climate 파트너가 기후 기술 전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조수빈 기자
기후 기술은 새로운 헤게모니

이어 이옥수 딜로이트 ESG & Climate 파트너가 기후 기술에 대한 성장 전망을 설명했다. 이 파트너는 “기후변화 속도가 가속화되면서 기후변화를 완화하기 위한 감축기술에 포커스가 맞춰지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기후 기술에는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완화뿐 아니라 기후 영향을 조정하는 적응 부분도 포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하 기술집행위원회에서는 기후 기술을 ‘온실가스를 감축하거나 또는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기기, 테크닉, 실용적 기술 및 스킬’로 정의하고 있다.

기후 기술의 전망에 대해서는 ‘새로운 헤게모니’적 특성이 강하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국내 반도체, 전기차 사업과 직결된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유럽의 그린딜은 기후변화 대응뿐 아니라 차세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노력이라는 것이다. 결국 기후 기술에 대한 투자 동향과 성장 전망은 후퇴하지 않는다는 해석이 된다. 이 파트너는 핵심적인 유망 분야로 온실가스 감축 현황 데이터, 감축 효율을 높이기 위한 방법론을 제공하는 비즈니스와 탄소를 실제로 감축할 수 있는 기술 등을 꼽았다.

이날 현장에서는 탄소중립과 기술혁신에 대한 스타트업들의 많은 질문과 걱정이 쏟아졌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가 기술 시장에 대한 규제의 역할을 묻자, 김 대표가 “규제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규제가 없는 것이 또 다른 규제가 되는 상황도 많다. 법을 새로 만들거나 규제 샌드박스를 제정해야 하는데 샌드박스가 만들어지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도 만만치 않아 어려운 문제”라고 답했다.

온실가스 측정과 시장 접근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한 한 스타트업 관계자에게는 이 파트너가 “온실가스에 대한 측정이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의 기업은 하향식(톱다운) 접근으로 배출계수 등의 추정치를 가지고 1차 공시에 대처를 한 이후, 실제 측정치를 마련해 하향식으로 산정한 데이터의 정확도를 높이는 바텀업(상향식) 대처를 함께 하고 있다”며 “아직 시장도 측정의 단계이기 때문에 톱다운과 바텀업 두 가지 방식을 병행하면서 실 측정치를 기반한 공시를 진행하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

이후 각 분야에서 혁신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스타트업 소개가 이어졌다. 건설기계에서 낭비되는 탄소를 줄이기 위해 에너지 회수 시스템을 개발한 ▲레디로버스트머신, 기업의 탄소배출량을 측정하고 관련된 로드맵을 수립해주는 플랫폼 스타트업 ▲탄소중립연구원 ▲카본사우르스, 건축물 에너지 효율성을 높여 관리를 돕는 ▲케빈랩 등이 세션에 참여했다.

조수빈 기자 subin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