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 달째 대표 선임절차만 네번째... 상반기 리더십 공백 피할 수 없게 돼

[이명지의 IT뷰어]
(사진=한국경제신문)
(사진=한국경제신문)
재계 12위 KT의 리더십 공백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27일, 윤경림 KT 사장이 대표이사 후보에서 사퇴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윤 사장은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기대 수준을 넘어서는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새로운 CEO가 선출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전했습니다.

윤 사장의 사퇴 배경은 대통령실과 정치권의 반대라는 게 유력합니다. 표면적으로는 주요 주주들의 반대가 큰 몫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당장 구현모 대표가 1대 주주인 국민연금에 반대에 부딪혀 연임을 포기했죠. 국민연금이 누구의 지시에 따라 실적도 괜찮았고, 새로운 사업도 개척한 구 대표를 반대했을지는 굳이 말 안해도 될듯 합니다. 윤 사장 역시 그런 배경이겠지요.

문제가 되는 것이 ‘리더십의 공백’입니다. 3월 31일로 예정된 KT 주주총회도 대표 자리를 비워놓고 열리게 됐습니다.

여기에 이사회도 총 11명 중 3명의 사외이사만 남게 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사내이사인 구현모 대표와 윤 사장의 임기가 만료됐고 주총 안건으로 상정된 사외이사 재선임건도 부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면 KT 이사회에는 김대유, 유희열, 김용헌 사외이사만 남게 됩니다. 남은 사외이사도 전 정권과 관련있는 인사들이란 점에서 만약 1명만 더 사퇴한다면 이사회 운영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KT는 벌써 넉 달째 대표이사 선정 작업만 네 번 돌입했습니다. 구성원들의 사기 저하는 물론, 주주들의 원성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증권가들도 KT의 목표 주가를 하향 조정했죠. 안재민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주주총회를 1주일 앞두고 CEO 후보자가 사의를 표하면서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6개월은 CEO가 부재한 가운데 경영의 불확실성이 부각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KT 앞에 놓인 과제는 산더미입니다. 우선 본업인 ‘통신’에서는 5G 중간 요금제 개편이 남아있습니다. 지난주 SK텔레콤이 5G 중간 요금제 개편안을 내놨는데, KT와 LG유플러스도 5월 안에는 가시안을 내야할 것으로 보입니다.

상반기 KT는 초거대 AI ‘믿음’의 출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AI가 각 산업군의 비즈니스 모델과 어우러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초거대 AI는 향후 KT의 비통신 산업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최근 국내 기업들이 ‘챗GPT’에 버금가는 결과를 낼 수 있을까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에서 초거대 AI의 패권을 쥐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중요한 시기에 KT의 리더십 공백은 분명 뼈 아플 수 밖에 없습니다. 그 사이 주가는 하락하고 KT를 둘러싼 '외부'의 입김은 더욱 거세지고 있습니다. KT는 "조기 경영 안정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 사이, 속절없이 시간은 흘러가고 있습니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