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ESG연구소 포럼...RE100으로 인한 실제 전력감축량도 살펴볼 필요 지적

"CF100은 RE100보다 달성 어려워…RE100 그린워싱도 경계해야"
"CF100은 RE100보다 결코 더 쉽지 않습니다. CF100에는 원자력이 포함됐지만, 24시간 내내 모든 소비전력을 무탄소 전력원을 통해 생산된 전력으로 대체하는 것입니다. RE100보다 CF100이행이 더 쉽다는 오해는 바로잡아야 합니다."

이선경 한국ESG연구소 센터장은 지난 27일 열린 '한·미 지속가능에너지 경쟁력과 정책 시사점' 포럼 주제발표에서 이 같이 말하고 RE100과 함께 최근 RE100의 대안으로 떠오른 CF100에 대해 비교 분석했다.

RE100은 재생에너지 전력 100%를 지향하는 기업들의 이니셔티브다. 가입 기업은 전세계 자체 운영 사업장에서 사용되는 에너지 사용량 중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를 통해 생산된 전력으로 이용해야 한다. 국내에서도 LG에너지솔루션, SK계열사 등 RE100 가입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RE100은 상당히 보편적인 개념이 됐다.

지난 2021년 9월에는 구글, 유엔 에너지(UN Energy)와 지속가능에너지기구(SE4ALL)의 협력 하에 CF100이 발족했다. CF100이란 24/7 CFE의 준말로 일주일, 매일 24시간 내내 모든 소비전력을 무탄소 전력원을 통해 생산된 전력으로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CF100 서명기관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111개이며 에너지 IT 분야 기업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CF100과 RE100과 가장 큰 차이점은 무탄소 전원으로 원자력을 포함했다는 점이다. 이와 함께 RE100과 달리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나 녹색프리미엄 등의 상쇄 개념을 인정하지 않는다. 시간단위 전력공급 수요측정 기술을 기반으로 전체 사용을 무탄소 발전원에 기반해야 한다. 오직 자가발전과 전력구매계약(PPA)만을 인정한다. 이 때문에 기업들로서는 전력시스템의 전반적인 변화를 꾀하지 않고서는 CF100 달성이 어려운 실정이다.

CF100을 주도한 대표적인 기업인 구글은 CF100 달성 정도를 측정하는 CFE지수를 만들어 매시간 단위 그리드믹스를 측정하고 있다. 이는 데이터센터 등에서 소비되는 전력의 양은 물론 전력 생산원과 탄소배출량이 얼마인지 등을 시간별로 추적 및 인증하는 솔루션이다.

이선경 센터장은 "RE100은 2014년부터 출범한 이니셔티브이기 때문에 운영에 많은 노하우가 쌓였지만, CF100은 2021년 출범했기 때문에 시장을 조성하는 단계에 있다"라며 "PPA 활성화 등 재생에너지 실 사용을 촉구한다는 점에서 CF100이 현실적으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더 앞당기는 협의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에서 이 센터장은 RE100 이행상황도 점검했다. RE100 가입 글로벌 기업은 총 403곳으로, 이중 아시아태평양 기업이 37%로 유럽(33%), 북미(27%) 등보다 높은 수준이다. 다만 아시아태평양 기업은 재생에너지 전환 시스템 미비로 유럽이나 북미 등에 비해 RE100 달성은 저조한 상황이다.

RE100 국내 기업은 3월말 기준 29개사로 LG에너지솔루션이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 44%로 RE100 달성도 최고를 기록했다. 2위는 아모레퍼시픽으로 18%다. 다만 실제 재생에너지 소비량을 보면 나중에 가입한 삼성전자가 527만7000MWh으로 LG에너지솔루션의 47만2500MWh 보다 높은 편이다. 전력에너지를 많이 쓰는 기업별 특성을 고려하면 삼성전자가 재생에너지 사용을 크게 늘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같은 산업분류상에 있는 애플과 삼성전자를 비교해 봤을 때도 전력사용량 차이는 크게 나타난다. 애플은 2019년 RE100을 달성했다고 하지만 애플은 미국에 데이터센터만 있을 뿐 공장이 없고 아웃소싱하는 해외 공급망에게 RE100 달성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하고 있다. 여기에 매출 단위당 전력사용량을 보면 애플이 0.006Wh/원인데 비해 삼성전자는 0.092Wh/원으로 삼성전자의 전력사용량이 훨씬 많아 RE100을 달성하기가 어려운 요건이다.

이 센터장은 "애플과 삼성은 사업장 운영방식에서 차이가 있어 전력 사용규모가 상이하고, 삼성전자가 애플 대비 전력 사용량이 9배 높다"라며 "단순히 같은 산업군에 있다고 전력 운영방식이 같은 것은 아니며, RE100을 달성하기 어려운 기업이 RE100을 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함을 알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으로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과 네이버를 비교했을 때도 차이는 크게 나타난다. 알파벳은 네이버에 비해 매출 단위당 전력사용량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전량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있다.

이 센터장은 "이와 같이 RE100도 그린워싱 우려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라며 "해당 사업장의 전력 비중이 크지 않다면 범위를 넘어서는 것 이상으로 RE100 달성에 대한 의미 부여를 하지는 말아야 한다고 보고, 실제 전력감축량을 기준으로 기업의 노력을 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