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명품 브랜드, 패션쇼서 플러스 사이즈 모델 축소하는 움직임 보여

스키니 유행이 돌아오면서 패션업계가 스키니진 등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은 프랑스 명품 브랜드 셀린느의 2023년 봄여름 컬렉션의 한 장면. (사진=셀린느 유튜브 갈무리)
스키니 유행이 돌아오면서 패션업계가 스키니진 등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은 프랑스 명품 브랜드 셀린느의 2023년 봄여름 컬렉션의 한 장면. (사진=셀린느 유튜브 갈무리)
2017년, 영국판 보그에서 최초로 플러스사이즈 모델(기존 모델보다 체격이 큰 모델)이 표지를 장식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키 175cm에 몸무게 80kg의 모델 애슐리 그레이엄을 앞세운 것은 영국 보그 100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죠.

이후 패션업계에서 하나의 유행이 생겨납니다. 패션쇼에 플러스 사이즈 모델을 세우는 겁니다. 샤넬은 2020년 유명 플러스사이즈 모델인 질 코틀레브를 패션쇼에 등장시켰죠. 샤넬을 50여 년간 이끈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가 별세한 뒤 방침을 바꾼 것입니다.

코틀레브는 비슷한 시기 샤넬뿐 아니라 펜디, 발렌티노, 알렉산더 맥퀸, 자크뮈스 등 다양한 브랜드의 패션쇼에 서게 됐습니다. '바디 포지티브(몸 긍정주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하고 건강한 삶을 살자는 운동)' 문화가 확산되자 '깨어있는 브랜드', '앞서가는 브랜드'라는 걸 강조하기 위해 주요 회사들이 플러스 사이즈 모델을 발탁한 것인데요. 전체 모델 가운데 한두 명은 필히 플러스 사이즈 모델로 발탁하는 분위기였죠. 그래서 일각에서는 플러스 사이즈 모델을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었죠.

당시 가장 큰 변화는 유명 속옷 브랜드 '빅토리아 시크릿'에서 나왔습니다. 빅토리아 시크릿은 매 시즌마다 브랜드를 대표할 인형처럼 생긴 모델에 '앤젤'이라는 별칭을 부여하는 등 마른 몸매를 선호하기로 유명한 브랜드죠. 바디 포지티브로 인해 소비자들의 비판이 확산되고, , 매출에 타격이 생기자 2021년 빅토리아 시크릿은 앤젤 제도를 폐지합니다. 대신, 앰버서더 형태로 미국 축구선수 메건 러피노, 트랜스젠더 모델 발렌티나 삼파이우, 사진작가 아만다 드 카데넷 등을 발탁했죠.

그런데, 최근 상황은 다른 것 같습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얼마 전 "루이비통, 구찌, 프라다에 플러스 사이즈 모델은 어디에 있나, 포용력에 대한 패션의 후퇴가 모두에게 나쁜 이유"라는 제목으로 주요 명품 브랜드들이 플러스 사이즈 모델을 제외시키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여성복 런웨이에 서는 플러스 사이즈 모델은 지난 시즌에 비해 24% 감소했지요. 특히 명품 브랜드에서 눈에 띄게 감소했다는 지적인데요. 뉴욕타임스(NYT) 역시 생로랑, 루이비통, 구찌, 프라다, 모스키노가 플러스 사이즈 모델을 전혀 캐스팅하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이런 변화는 '스키니' 유행이 돌아오면서 나타났다는 건데요. 스키니는 몸에 딱 맞게 입는 것을 뜻합니다. 상의도, 하의도 모두 체형이 드러날 정도로 달라붙는 건데요. 실제 셀린느가 최근 패션쇼에서 '스키니진'을 다시 선보였죠. 지방시, 돌체앤가바나 등도 스키니진을 내놓았고요.

영국 모델 찰리 하워드는 얼마 전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이번 시즌에는 다양성이 부족해서 실망스럽다"라며 "몸은 상품이 아닙니다. 패션이 후퇴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라고 지적했습니다. 패션업계의 변화로 '바지 포지티브'까지 힘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아무래도, 다시 그 유행이 시작될 모양입니다. 그 불편한 스키니가 다시 돌아온다니요. 업계에서 어떤 제품을 내놓는지는 자유지만, 선택도 소비자의 자유입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