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버랜드 신드롬에 매해 커지는 키덜트 시장



그리고 20년도 훌쩍 지난 현재, 다시 웨딩피치 요술봉 열풍이 불고 있다. 절판된 상태라 중고마켓에서만 제품을 구할 수 있는데, 요술봉 단품이 160~200만 원대로 판매되고 있으며 박스 구성품까지 갖춰져 있는 경우 980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웨딩피치를 보고 자란 아이들은 현재 20대 후반~30대 초중반. 이제 구매력까지 갖춘 그들은 소비를 통해 추억을 회상하고 동시에 마음껏 동심을 펼치고 있다.
초기 버전으로 출시된 미미 인형도 중고마켓에서 최고 120만 원에 판매되고 있는 걸 보면 동심을 소비하는 이들이 한두 명이 아닌 게 확실하다.
이처럼 어른이 됐지만 여전히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어릴 적 감성과 분위기를 간직하고 싶어 하는 ‘키덜트(Kidult)’가 늘고 있다. 이들은 장난감뿐만 아니라 문화, 패션 등 전 분야에서 적극적인 소비를 통해 키덜트 문화를 즐긴다. 철없는 취급을 받던 이전과 달리, 현재 키덜트는 주류 문화로 자리 잡았다. 특히 MZ세대는 키덜트 문화를 트렌디하게 생각하고 오히려 이를 즐기는 것을 SNS에 인증하는 등 자랑스레 여긴다.

어린 시절을 회상하고, 나이 들기를 거부하며 취향에 맞는 소비를 통해 행복을 추구하려는 MZ들의 성향은 피터팬과 무척이나 닮아있다. 그 때문에 키덜트들의 문화는 ‘네버랜드 신드롬’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네버랜드는 피터팬이 영원한 아이로 살아가는 공간이자, 억압되지 않고 마음껏 열망을 표출하고 자유를 누리는 공간으로, 키덜트의 이상향으로 볼 수 있다.
결혼 및 출산을 하는 평균 연령이 높아지고, 자기관리를 하며 나이에 비해 젊게 사는 이들이 늘어났다. 자기만족을 중시하는 MZ세대는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취향대로 라이프스타일을 즐긴다. 또 OTT를 통해 애니메이션 등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과 SNS로 취향을 공유하는 문화도 키덜트 문화 형성에 큰 기여를 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키덜트 시장이 2014년 5,000억 원 규모에서 지난해 1조 6,000억 원까지 확대됐으며, 향후 최대 11조 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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