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이후 4년 만에 방문
자동차보다 ‘로봇’에 관심
곽재선 KG모빌리티 회장과도 담소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023 서울모빌리티쇼 테슬라 부스를 찾아 차량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023 서울모빌리티쇼 테슬라 부스를 찾아 차량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4일 오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리고 있는 2023 서울모빌리티쇼(구 서울모터쇼) 현장을 찾았다. 2019년 이후 4년 만이다.

정 회장은 면 바지에 운동화를 신은 편안한 차림으로 1시간 30분 가량 현장을 누볐다. 완성차 브랜드뿐 아니라 로봇 제품에도 많은 관심을 드러냈다.

특히 테슬라 부스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테슬라봇’ 모형을 유심히 살펴봤다. 성인 평균 체형과 비슷한 모습으로 제작된 테슬라봇은 테슬라 자율주행차와 똑같은 반도체를 적용하고 8개 카메라를 탑재했다. 시속 8㎞로 이동하며 20㎏ 무게의 물체를 들어 올릴 수 있다. 현대차 임원에게 관련 설명을 들은 정 회장은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재차 질문을 반복하기도 했다.

로봇 기업 고스트로보틱스 부스에서도 발걸음을 멈췄다. 고스트로보틱스 부스에는 현대차그룹이 인수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스팟과 모양이 비슷한 사족 보행 로봇 ‘비전 60’이 있었다. 정 회장은 비전 60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모습을 주의 깊게 살펴보며 “배터리는 어디 것을 쓰는지”, “커버리지는 어떻게 되는지”, “물 속에서도 작동되는지” 등을 물었다. 수심 1m에서도 작동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그것만 해도 대단하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KG모빌리티(구 쌍용차) 전시 부스도 방문했고 현장에 있던 곽재선 KG그룹 회장과 잠시 대화를 나눴다. 곽 회장은 정 회장에게 틈새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취지로 “우리가 감당할 정도의 시장은 세상 속에 많이 있다”며 “글로벌 메이커가 아니니 곳곳에 떨어진 낙숫물을 줍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 정 회장은 메르세데스-벤츠의 럭셔리카, 테슬라의 자율주행차 기술 등도 꼼꼼히 살펴봤다.

행사장을 떠난 정 회장은 기자들에게 “(둘러본 것들이) 다 인상 깊었다. 좋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미국 시장 성적표가 좋다는 질문에는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답했고, 최근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부지침과 관련된 질문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 3월에도 미국 시장에서 역대 월간 최다 판매 실적을 이어갔다. 3월 한 달 동안 전년 대비 27% 증가한 7만5404대를 팔았다. 다만 전기차 판매가 감소했다. 현대차의 주력 전기차인 아이오닉5가 22% 감소한 2114대 판매에 그쳤다. 기아의 첫 전용 전기차 EV6도 68% 줄어든 988대를 판매했다. 아이오닉5와 EV6는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어 IRA에 따른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미국은 지난해 8월 기후변화 대응을 이유로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를 대상으로 최대 보조금 7500달러(약 1000만원)을 지급하는 IRA를 발효했다. 세부 지침 규정안은 오는 4월 18일부터 시행한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