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고 현상으로 경제 전반에 걸쳐 고비용 부담 가중.
초당적인 협력 필요할 때.
적기에 대응 못하면 국가적 큰 비용 지불해야

[경제 돋보기]
적색 경고등 켜진 경제, 싸우고 있을 때가 아니다[이정희의 경제 돋보기]
경기 침체에 따른 기업들의 재고 자산 증가로 유동성 부족의 위기가 커지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2월 산업 활동 동향에 따르면 광공업 생산은 전월 대비 3.2% 감소했고 전년 동기 대비로는 8.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의 평균 가동률은 68.4%로 전월 대비 2.4% 하락했다. 특히 반도체와 전자 부품 하락이 가장 크게 나타났다. 자동차는 전년 동월 대비로는 생산이 늘었지만 전월 대비로는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 최근 경기 하락에 따른 수요 감소가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영향으로 한국 주요 기업들의 작년 말 재고 자산 규모가 1년 전보다 30% 정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4월 4일 기업 분석 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매출 기준 상위 500대 기업 중 재고 자산을 공시한 212개 기업의 재고 자산 변동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 기업들의 작년 말 재고 자산은 175조5167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1년 말(135조3015억원)보다 29.7% 증가한 규모다.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이번 재고 자산 분석에서는 상품·제품·반제품·재공품이 포함됐고 원재료는 제외됐다. 업종별로 보면 정보기술(IT)·전기전자 업종의 재고가 가장 많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업종은 코로나19 사태 기간에 수출에 크게 기여하고 경제성장률 하락을 상당히 막아준 국가 경제에 효자 역할을 했던 업종이 이제 엔데믹(주기적 유행)과 함께 수요 하락에 따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국회 예산정책처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제조업체 27.1%가 한계 기업에 해당한다. 2021년 17.1%에 비해 10%포인트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한국 기업의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계 기업은 영업 수익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는 재무적 곤경에 처한 상황이 지속되는 기업을 의미한다. 한계 기업은 제조업뿐만 아니라 서비스업을 포함해 업종 전반에 걸쳐 증가하고 있다. 특히 기계·전기·전자 분야에서 증가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코로나19 사태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덮치면서 한국의 경제는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 현상에 따른 고통을 받고 있다. 이러한 3고 현상은 경제 전반에 걸쳐 고비용 부담을 안겨주며 국내 소비·수출 침체, 재고 자산 증가, 유동성 부족 등의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때도 양호한 성적을 보였던 무역 수지도 작년부터 누적 적자가 커지고 있고 지난 30여 년 동안 무역 수지 흑자를 이어 왔던 대중국 수출 부진이 이어지며 무역 수지는 적자로 전환됐다.

지난해 물가상승률 6%를 넘기며 고공 행진하던 물가는 지난 3월 4.2%로 떨어졌지만 유류와 농산물을 제외한 근원 물가는 4.8%로 여전히 고공 행진하고 있다. 기준금리는 3.5%로 미국 5%에 비해 1.5%포인트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미국 금리의 변동에 따라 여전히 인상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환율도 달러당 1300원 안팎에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미국과의 금리 차이에 따라 언제든지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 3고에 대한 전망이 분분한 상황에서 3고 현상이 단기간에 해소될 기미는 없어 보인다.

내수 부진에 수출 부진도 겹치면서 한국의 경제에는 적색등이 이미 켜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경제 위기를 인정하고 정부와 여야가 초당적인 협력을 해야 하지만 대치 국면이 이어지고 있고 도리어 심화되는 현상 앞에서 국민들의 고통과 우려는 커지고 있다. 우리 경제가 더 이상으로 위기가 커지기 전에 적절하게 제때 대응하지 못한다면 국가적으로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여야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특히 3고로 인해 가장 큰 고통을 받는 계층은 서민들이며 이미 고물가와 고금리로 고통을 크게 받고 있다. 3고 현상에 따른 성장 부진, 투자 위축, 일자리 감소, 소득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한국 경제를 회복으로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정치·정부·산업계 모두가 위기 극복을 위한 혁신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이제 위기 앞에서 지금까지 보여 온 갈등의 관계를 양보와 협력의 관계로 발전시키는 전향적인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 보인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적색 경고등 켜진 경제, 싸우고 있을 때가 아니다[이정희의 경제 돋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