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이자 예금 상품 출시로 유동성 의심…건전성 관리는 장기적 과제

[비즈니스 포커스]
서울 강남구 토스뱅크 본사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토스뱅크 본사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은행권 막내인 토스뱅크가 난데없는 위기설에 휩싸였다. 발단은 토스뱅크가 연 3.5% 금리를 가입 즉시 제공하는 선이자 예금 상품 ‘먼저 이자 받는 예금’ 출시였다. 토스뱅크가 단기 유동성이 부족해 선이자 상품을 출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여기에 토스뱅크의 자산 구조도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뒤따르면서 ‘위기설’이 확산됐다.

적자 이어졌지만…“올해는 흑자 이룰 것”

토스뱅크 측은 즉각 진화에 들어갔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3월 27일 열린 인터넷 전문 은행 출범 5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홍민택 토스뱅크 최고경영자(CEO)는 “선이자 정기 예금은 기존 금융권에 있던 상품으로 고객에게 이자를 먼저 제공해도 재무적으로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또 “선이자 예금 상품은 수신을 확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고객이 이자를 받는 불편한 경험을 개선하기 위해 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토스뱅크는 지난 3월에도 수시 입출금 통장의 이자를 매일 받을 수 있게 하는 ‘매일 이자받기’ 서비스를 출시한 바 있다. 이번 선이자 예금 상품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시작된 ‘마케팅’이었지만 시장은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SVB 사태의 여파로 한국 금융회사들의 안정성에도 의심 섞인 시선이 오갔기 때문이다.

위기설을 부인한 토스뱅크는 3월 31일 2022년 연간 실적 발표를 통해서도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섰다. 순손실을 내긴 했지만 하반기에는 반드시 흑자 전환될 것이라고 자신하면서 위기설을 진화했다.

2022년 연간 실적에서 토스뱅크는 2644억원의 당기 순손실을 기록했는데 전년 대비 3배 정도 늘었다. 토스뱅크는 순손실이 늘어난 이유에 대해 대손 충당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70%로 높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손 충당금은 금융회사가 대출 이후 예상되는 상환 불이행에 대비해 미리 적립금으로 쌓아 두는 금액을 말한다. 토스뱅크의 대손 충당금은 1860억원으로 적립률만 405%에 달한다. 이는 은행권 평균인 225%의 1.8배에 이르는 수치다.

토스뱅크의 대손 충당금이 높은 이유는 지난해 이 은행이 담보가 없는 신용 대출만 공급했기 때문이다. 담보가 없는 대출은 대손 충당금을 더 많이 쌓아 둬야 한다. 이 대손 충당금은 나중에 부실이 생기지 않으면 이익이 된다는 게 토스뱅크 측의 설명이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여신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해 늘어나는 신규 여신 규모 대비 새로 지출되는 충당금 비율은 축소될 것”이라면서 “올해는 적립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전월세 자금 대출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으로는 담보가 있는 전월세 자금 대출 등을 공급해 대손 충당금의 적립률을 낮춘다는 계획이다.

토스뱅크는 이제 설립 2년 차다. 신설 은행이긴 하지만 최근 불거진 위기설을 잠식시키기 위해서라도 ‘흑자 전환’에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다. 토스뱅크가 이례적으로 실적 발표와 함께 흑자 전환에 대한 의지를 표명한 이유이기도 하다.

시장에서는 토스뱅크의 올해 흑자 전환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 조아해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타 인터넷 은행들은 통상 대출 자산 규모가 8조~10조원을 도달했을 때 흑자 전환됐는데 토스뱅크의 지난해 4분기 기준 대출 자산은 8조5000억원”이라며 “대출 자산이 10조원까지 성장하려면 자기 자본이 1조원 정도가 돼야 하는데 3월 30일 유상 증자 납입 이후 토스뱅크의 자기 자본 규모는 약 1조2000억원으로 추정돼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가정’이다. 조아해 애널리스트는 차주들의 건전성 악화에 따른 대손 비용률 급증, 적절한 유상 증자의 지속 여부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SVB와 토스뱅크는 닮은꼴일까

토스뱅크 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의문이 남는 것이 있다. 토스뱅크가 보유한 ‘채권’이다. 미국 SVB를 파산으로 몰고 간 주요 원인이 보유 채권이 비율이 지나치게 높았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SVB는 일반 은행 대비 여수신 비율이 42.5%로 매우 낮았지만 보유한 채권의 비율은 55%로 높았다. SVB의 주요 고객은 정보기술(IT)·헬스케어 관련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 등이다. 이들이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유행) 기간 끌어온 막대한 투자 자금으로 SVB에도 예금이 늘어났는데 이렇게 불어난 예금을 SVB가 미국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에 투자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를 올리면서 SVB가 보유했던 채권의 가치가 크게 떨어졌다. 설상가상으로 주요 고객인 IT 기업 등이 위기를 겪으며 예금을 인출했다. SVB는 이 인출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큰 손해를 보며 채권을 매도할 수밖에 없었고 여기서부터 위기는 시작됐다.

토스뱅크의 자산을 살펴보면 60%가 채권이다. 채권의 비율이 높다는 점은 SVB와 비슷하게 보인다. 토스뱅크는 수신이 여신 대비 지나치게 높은데 이 자금을 국채와 금융채 등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이것이 ‘위기설’이 불거진 진짜 이유라는 게 금융권의 해석이다.

다만 다른 점은 채권의 만기다. 단기 채권의 비율이 높으면 손실을 보고 무리하게 매도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SVB와는 다르다고 볼 수 있다. 토스뱅크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보유 채권 중 만기가 3년 이내인 채권 자산의 규모는 10조3552억원이다. 3년 이상인 채권 자산은 6조7718억원으로 만기가 짧은 채권이 더 많다. SVB 사태에서 문제가 된 만기 5년 이상 장기채 비율은 토스의 전체 유가증권 중 0.36%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SVB의 채권 포트폴리오와는 전혀 다르다는 게 토스뱅크 측의 설명이다.

3월 기준 토스뱅크가 보유한 모든 유가증권의 평가 손실은 840억원대, 평가 손실률은 0.65%로 나타났다. 매도 가능 채권의 평가 손실은 680억원대로 지난해 말 대비 30% 이상 감소했다. 이에 따라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이 0.47%포인트 상승하는 효과가 발생했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평가 손실 규모는 계속 줄어들고 있고 보유 유가증권의 40% 정도가 2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 국공채”라며 “이른 시일 안에 수익 청산도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있다. 토스뱅크는 인터넷 은행으로 중저 신용자 대상 대출이 높다는 특징이 있다. 물론 토스뱅크뿐만 아니라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역시 이러한 면에서 건전성을 관리해야 한다는 공통적인 과제를 안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인터넷 은행 3사의 평균 연체율은 0.69%로 전 분기 대비 24bp(1bp=0.01%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중저 신용자의 비율이 높은 토스뱅크는 전 분기 대비 42bp 급증했다. 올해 목표한 흑자 전환을 위해서라도 토스뱅크의 건전성 관리는 상당히 시급한 과제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전월세 자금 대출, 지방 은행 공동 대출 등 여신 포트폴리오를 지속 강화하고 수익성을 개선해 올해를 흑자 전환의 원년으로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