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 글로벌에서 새 활로 찾는 IB 강자 [2023 파워 금융인 30]
‘투자은행(IB) 강자.’

한국투자증권을 잘 설명하는 수식어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레고랜드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우려에 더해 기업공개(IPO) 시장까지 위축된 상황에서도 IB 수익률 1위를 기록하며 IB 명가로서의 위상을 지켜 냈다.

이러한 성과 뒤에는 한국투자증권을 4년째 이끌고 있는 정일문 사장이 있다. 자타 공인 ‘정통 IB맨’으로 불리는 정 사장은 1988년 한신증권(한국투자증권의 전전신)에 공채 신입 사원으로 입사한 이후 30년 재직 기간 중 27년을 IB본부에서 근무했다.

2004년 LG필립스 LCD 한국 대표 주간사 회사를 맡아 한국과 미국 증권거래소 동시 상장 성공, 2007년 IPO 선진화 방안 적용 첫 사례인 삼성카드 상장, 2010년 공모 규모 4조8000억원의 역대 최대급 삼성생명 상장 등 모두 정 사장이 진두지휘한 IPO 성공 사례다.

정 사장은 2019년 1월 한국투자증권 신임 사장에 취임하며 ‘샐러리맨의 신화’를 선보였다. 한투에서는 공채 사원이 사장으로 취임한 첫 사례다.

IB 시절 영업 현장을 누비며 수백만 km를 달려 왔던 경험을 바탕으로 정 사장은 늘 고객을 최우선으로 여기며 현장에서 답을 찾았다. 지금 그가 주력하는 현장은 해외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미국 금융회사인 ‘스티펄파이낸셜’과 합작회사 설립을 위한 계약을 체결하면서 세계 금융 중심지의 사모 대출 시장에 진출할 채비를 갖췄다.

올해 합작사 ‘SF크레딧파트너스(SFCredit Partners)’는 출범해 미국 현지에서 인수금융 및 사모 대출 비즈니스에 주력할 계획이다. 급성장한 글로벌 기업 대출 시장을 겨냥하는 한편 세계 금융의 중심지에서 기업금융(IB) 역량과 네트워크를 빠르게 확대해 나간다는 복안이다. 이미 글로벌 IB 시장에서 눈에 띄는 행보도 이어 오고 있다.

미국 내 IB 전담 법인(KIS US)은 한국 IB 부문과의 시너지 제고는 물론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한 딜 소싱과 실사까지 전담하는 핵심 거점 역할을 맡고 있고 홍콩과 베트남 현지법인도 굵직한 거래를 이끌어 내며 글로벌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