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검색 엔진 ‘빙’으로 교체 고려 중? 애플 따돌리려면 ‘신의 한 수’ 필요한 때

[이명지의 IT뷰어]
2021년 구글 본사에서 만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사진=한국경제신문)
2021년 구글 본사에서 만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사진=한국경제신문)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습니다. 아마 지난해 출시한 갤럭시S23의 판매량 덕분으로 보입니다.

통상적으로 1분기는 삼성전자의 우세였습니다. 이 시기는 갤럭시 신제품의 판매량이 반영되기 때문이죠. 이번 1분기도 마찬가지였는데요, 다만 삼성전자가 점유율 1위를 탈환했다고 해서 마냥 안심할 순 없을 것 같습니다. 우선 지난해 4분기 왕좌 자리를 애플에게 넘겨준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지난해 1분기 6%포인트에 달했던 두 회사의 점유율 격차는 1%포인트로 좁혀졌습니다. 삼성전자가 전통적으로 유리한 1분기에 애플과의 격차가 갈수록 좁아진다는 점은 고민 거리일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삼성전자만의 고민은 아닙니다. 경기 침체로 스마트폰를 비롯한 IT기기 시장은 위축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스마트폰의 경우, 몇 년 전부터 이미 스펙이 오를 대로 올라 더 이상 차별화된 신제품을 내놓기 쉽지 않다는 의견이 있었죠. 5G 서비스의 시작, 화면을 접을 수 있는 ‘폴더블폰’이 그나마 스마트폰 시장의 반등을 가져다줄 요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갤럭시의 검색 엔진 교체를 고려한다는 외신의 보도가 나왔습니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즈는 그간 구글을 갤럭시의 기본 검색 엔진으로 사용해 온 삼성전자가 오픈 AI의 챗GPT를 탑재한 마이크로소프트의 ‘빙’으로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 보도했습니다.

그만큼 챗GPT를 탑재한 ‘빙’의 성장 속도가 무섭다는 뜻이죠. 좋은 검색 엔진을 탑재하는 것은 스마트폰의 경쟁력하고도 연결이 되니깐요. 제조사로서는 고민해 볼 일이긴 합니다.

다만 이는 그간 애플을 상대로 삼성과 구글이 형성해 온 ‘연합’이 깨질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스마트폰 시장을 넘어 IT 업계 전체에 상당히 충격적인 일로 여겨지고 있는데요, 그만큼 삼성과 구글의 동맹이 굳건했기 때문이죠.

삼성전자의 기본 검색 엔진 사용과 관련된 구글의 연간 매출액은 약 30억 달러(약 4조원)에 달합니다. 이 때문에 해당 보도가 나온 이후, 구글의 주가는 전달 대비 2.78% 하락했습니다. 그만큼 구글에겐 타격이 될 이슈였죠.

물론 갤럭시 검색 엔진의 교체는 단지 ‘검토 중’인 사안에서 끝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삼성전자 측은 "확인할 수 없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죠.

지난 10년간 삼성전자가 구글과 맺어 온 ‘안드로이드 동맹’은 어떻게 될까요. 구글과 ‘헤어질 결심’을 해서라도, 삼성전자는 그만큼 스마트폰에 터닝 포인트가 필요하다는 것으로 판단한 걸까요.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