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 점심시간은 ‘휴식 시간’의 의미 커···직장인 64.1%, “점심시간에 다른 활동하기 매우 어려워”
직장인들에게 점심시간은 허기진 배를 채우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오후 근무, 그리고 퇴근을 준비하기 위한 재충전의 시간이다. 코로나19 당시에는 재택근무, 그리고 외부 식당 출입을 꺼리는 분위기였지만 최근 이전 상황으로 돌아오면서 직장인들의 점심 문화가 부활한 모양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전의 분위기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삼삼오오 맛집을 탐방하거나 서로 내겠다는 빌지 쟁탈전은 사라졌고, 소수의 인원이 모여 각자 계산하거나 에어팟과 함께 혼자 점심을 해결하는 직장인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직장인 10년 차 이세환 씨는 코로나19로 재택근무를 하다 얼마 전 다시 회사로 출근했다. 재택근무 당시 팀이 재편되고, 팀원들도 바뀌어 점심을 함께할 팀원들이 많지 않다는 그는 “후배들에게 점심을 제안하기도 멋쩍은 분위기”라며 “굳이 말하지 않아도 점심시간이 되면 하나 둘 조용히 사무실을 나간다”고 말했다. 이 씨처럼 사내 분위기의 변화로 인해 홀로 점심을 해결하는 이들도 늘었지만 최근 물가 상승으로 많은 직장인들이 외부 식당에서의 점심식사를 부담스러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 평균 점심비용 8,000~9,000원 “점심값 인상 부담돼”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19~59세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직장인 점심식사 관련 인식 조사’를 한 결과 외식비 상승기조로 점심값에 부담을 느끼는 직장인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8,000원~9,000원의 점식식사 비용을 지출하는 편이었는데, 이전 조사 대비 식대 비용이 다소 높아진 결과다. 이 때문인지 간편식으로 점심을 때우거나(43.5%, 동의율) 아예 식사를 거르는 경우(32.6%)도 있어 점심값 인상에 따른 직장인들의 심적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직장인 10명 중 4명(37.2%)은 점심식사 이후 후식을 먹는다고 응답했지만 식사비용에 대한 부담 때문인지 후식을 자제하는 경우(30.7%)도 적지 않았다. 지역별로는 물가지수가 높은 서울 지역 직장인의 부담도가 높은 수준이었으며(서울 41.5%, 경기·인천 35.0%, 지방 광역시 24.7%, 기타 지방 30.2%), 서울 지역 내에서도 중구·용산구 직장인이 식대 비용에 대한 부담감을 높게 평가하고 있었다(마포·종로 34.0%, 중구·용산 54.8%, 여의도·영등포 41.2%, 강남·서초·송파 45.3%, 기타 지역 37.2%).
직장인들의 점심식사는 여전히 구내식당을 이용하거나(50.8%, 중복응답), 회사 밖의 식당을 이용하는(50.1%)경우가 많았으나 배달음식을 주문하거나(14.4%(2020) → 29.7%(2021) → 14.8%(2023)) 음식을 포장해(7.9%(2020) → 18.3%(2021) → 9.0%(2023)) 점심을 해결하는 직장인들은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상황이 안정화되면서 이전처럼 외부 식당을 일상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결과였다.
직장인 10명 중 3명 이상 ‘점심시간은 감정 노동 피하는 시간’
한편, 직장인들에게 점심시간은 ‘식사’와 동시에 ‘휴식’을 취하는 시간이라는 의미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 10명 중 8명(76.6%)이 점심시간을 휴식시간으로 여기는 편이었으며, 이러한 인식은 연령과 직급에 차이 없이 모두 높은 수준이었다. 또한 활력을 얻는 시간(32.3%, 중복응답), 정서적으로 안정을 찾는 시간(30.1%)이라는 응답도 적지 않아 점심시간만큼은 잠시나마 업무 스트레스를 풀고, 재충전의 시간으로 활용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33.0%(중복응답)는 회사 내에서의 ‘감정 노동을 피하는 시간’으로서 점심시간이 의미가 있다고 답해 있어 잠깐의 시간동안 직장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직장인들은 점심과 스트레스를 해결할 수 있는 물리적 시간에 만족하고 있을까. 현재 근무 중인 회사의 점심시간은 오후12시~12시 30분(42.2%)에 시작해 약 30분~1시간(44.1%) 내지 1시간~1시간 30분(48.1%) 정도의 식사 시간을 갖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직장인 절반가량인 46.0%는 점심시간이 너무 짧다고 평가했다. 이어 점심시간을 활용해 다른 활동을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64.1%, 동의율)이라고 언급했다. 식사 이외에 다른 활동을 할 여유가 있다는 응답은 36.6%에 불과했다. 대체로 특별한 활동을 하기보다 잠을 자거나(35.2%, 중복응답), 동료들과 수다를 떠는(31.1%) 경우가 많은 편이었다. 눈에 띄는 점은 이전 조사와 비교해 동료들과의 대화는 증가(25.1%(2021) → 31.1%(2023))하고 인터넷 사용은 소폭 감소(35.8%(2021) → 26.2%(2023))한 결과를 보인 것으로, 이는 코로나19 방역조치 해제와 함께 직장생활의 한 부분이었던 비대면 회의나 유연 근무 시행이 줄어든 점 등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해볼 수 있었다.
한편 여유 시간이 있는 경우 주로 수면을 취하거나(57.4%, 중복응답), 운동(30.1%), 동영상 시청(23.8%) 등을 하고 싶다고 응답했으며, 저연령 직장인(20대 66.4%, 30대 60.8%, 40대 48.8%, 50대 53.6%)이나 사원, 대리 직급의 직장인(사원급 61.8%, 대리급 58.6%, 과·차장급 56.0%, 팀·부장급 48.6%, 임원급 46.9%)들은 휴식을 취하고 싶은 것으로 나타났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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