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이통사 뚜렷한 후보자 아직 못 찾아... '중간 요금제' 개편은 계속 이어질 듯

[이명지의 IT뷰어]
서울 시내 휴대전화 판매점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휴대전화 판매점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올해 초, 정부가 ‘독점’을 지적했던 곳이 몇 군데 있었죠. 그 중 하나가 통신이었습니다. 통신 3사가 시장을 독점하면서 서비스 품질이 저하되고 요금도 오른다는 거였죠.

이에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여러 가지 정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벌써부터 변화 조짐이 감지되는데요, 현재 통신 시장의 흐름을 짚어 봤습니다.

제 4이통사, 후보자 아직 없어

독점을 해소하기 위해선 시장에 여러 플레이어를 참가시키는 게 1순위죠. 이에 따라 정부는 ‘제 4이동통신사’의 시장 진입 허가를 시사했습니다.

지난 1월, 과기정통부는 ‘5G 28GHZ 신규 사업자 진입 지원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새로 이동통신 시장에 진입하는 사업자를 위해 초기 할당대가 인하, 4000억원 자금 지원, 세액공제율 상향 등의 ‘당근’을 제시했습니다.

이러한 유인책에도 불구하고 제 4이통사에 뛰어드는 사업자는 아직까지는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4월 23일 박윤규 과기부 제2차관은 “신규 이통시 진입 문제는 6월까지 TF를 통해 방안을 내놓고 관심있는 기업과 더 접촉할 생각”이라며 “지금까지 일부 관심을 표명한 기업도 있지만 뚜렷하게 사업을 하겠다는 것까지 성숙해있진 않다”며 “큰 투자이기 때문에 기업들도 신중하게 검토하는 단계”라 밝혔습니다.

이동통신은 워낙 큰 시장이죠. 웬만한 규모로는 사실 참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여기에 정부가 제시한 28GHz가 흥행 실패의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도달 거리가 짧은 28GHz 주파수는 수익성이 없다는 거죠. 기존 이통사들 역시 28GHz 주파수를 할당받았지만 그간 투자를 하지 않았습니다. 이미 시장성이 없다는 게 검증된 주파수라는 거죠.

제4이통사 후보로는 유통기업과 IT 기업들이 이름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이 중 쿠팡은 재무력과 사업의 유사성 등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곤 했죠. 하지만 아직까지는 다 '풍문'일 뿐입니다.

과거에도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총 7차례에 거쳐 새 이통사 사업자를 찾았지만 결국 성과를 내지 못했었습니다. 이번에도 제 4사 이통사는 결국 물거품으로 돌아갈까요?

'은행 알뜰폰' 또 출연하나

상황이 이렇게 되니 정부가 또 다른 대책으로 만지작거리는 카드가 ‘알뜰폰’입니다. 최근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사업이 금융위원회로부터 승인을 받으면서 금융권의 통신 사업 진출이 가시화됐죠.

그간 국민은행의 알뜰폰 사업은 4년이라는 일몰 시한을 두고 규제 샌드박스 특례로 서비스 됐는데요, 이번 승인으로 인해 기한 제약 없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와 관련해 기존 알뜰폰 사업자들의 반발이 이어졌습니다. 승인 과정에서 기존 알뜰폰 사업자들에게 적용된 규제가 리브엠에는 적용이 되지 않았다는 거죠.

여기에 국민은행에 이어 다른 금융권도 알뜰폰 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는 점은 기존 알뜰폰 사업자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금융권의 막대한 자금력에 기반한 통신 유통 질서 교란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며 도매대가 이하 요금제 제공 금지, 금융권의 알뜰폰 시장 점유율 규제 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국민은행의 알뜰폰 사업 진출에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시장 참여자가 많아질수록 경쟁이 치열해 진다는 것인데요. 국민은행의 사례를 지켜본 다른 금융 기업들도 알뜰폰 시장에 뛰어들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가 통신 시장의 과점을 해결하는 방안으로 제4이통사가 아닌 ‘알뜰폰’을 키울 것으로 해석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러한 와중에 통신사들이 할 수 있는 건 적극적으로 요금제 개편에 나서는 것 입니다. 올해 초 정부는 5G 요금제의 기본 요금을 낮추고 세분화하는 것을 통신 3사에게 요구했습니다. 현재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5G 중간요금제를 출시했고, KT도 이를 준비 중입니다.

하지만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나 봅니다. 박윤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은 최근 기자들에게 “아직까지 5G 요금제 가격대가 너무 높다는 지적이 있다”며 “통신사업자 투자비용도 감안해야겠지만 5G 요금제를 낮출 여지가 없는지 좀 더 살펴 봐야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통신비는 통신3사에 든든한 뒷배였죠. 5G 시대에 돌입하면서 통신비는 더 올랐고, 국민들로써는 통신3사를 제외하면 대체제도 사실상 없기 때문에 고가 요금제를 감내하며 쓸 수 밖에 없었죠. 오죽하면 통신 3사가 통신비로 벌어들인 돈으로 비통신을 키운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통신 장애 등 본업에서는 리스크가 발생하는데, 다른 쪽에만 신경쓴다는 비판이었죠.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통신비 인하 압박 이어 리브엠과 같은 강력한 자본을 지닌 알뜰폰 사업자를 밀어줄 의지를 보이면서 통신사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습니다. 당분간 통신 시장에 부는 변화의 바람은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