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 기업 미래 전략 - 풀무원

[ESG 리뷰]
“지속 가능 식품이 브랜드의 정체성이죠”
(사진 설명) 오경석 풀무원 바른마음경영실 상무 사진=서범세 기자

풀무원의 근간을 이루는 ‘이웃 사랑 생명 존중’, 즉 풀무원 정신은 법보다 까다로운 바른 먹거리 원칙의 출발이다. 풀무원은 식품업계 최초 완전 표시제, 냉장업계 최초 유통기한·제조일자 병행 표기, 식품 이력제 등을 선보이며 지속 가능한 식품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풀무원은 2022년 이를 토대로 ‘바른 먹거리로 사람과 지구의 건강한 내일을 만드는 기업’이라는 새로운 미션을 발표했다.

강남구 수서동 풀무원 본사에서 3월 23일 오경석 풀무원 바른마음경영실 상무를 만났다. 오 상무는 “풀무원은 사람과 지구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식물성 지향, 동물 복지, 건강한 경험, 친환경 케어 등 4대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며 “건강과 환경이 곧 기업의 미션인 풀무원의 역사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와 궤를 같이한다”고 말했다.

- ‘바른마음경영실’이라는 명칭이 흥미롭습니다. 어떤 조직입니까.

“과거에는 윤리 경영과 관련한 전반적 체계를 다루는 감사·교육·법무를 총괄하는 컴플라이언스(준법) 관련 조직이었습니다. 이후 풀무원의 경영 이념, 핵심 가치 내재화와 비재무 경영 성과를 관리하는 조직으로 확대돼 지금은 ESG 분야를 총괄하는 역할을 하고 있죠. 이사회 ESG위원회 간사 조직이기도 합니다.”

- 풀무원에서는 ‘풀무원 정신’을 중시하는 분위기인데 어떤 정신을 말하나요.

“풀무원 정신은 ‘한국 유기농의 아버지’라고 일컫는 풀무원농장 원경선 원장의 ‘이웃 사랑 생명 존중’ 가치를 계승한 것입니다. 유기농은 농약과 화학 비료에서 안전한 농산물이죠.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의 건강함을 회복하고 증진시킬 수 있는 가치입니다. 2000년 이후 풀무원의 기업 미션은 ‘사람과 자연을 함께 사랑하는 로하스(LOHAS : Lifestyles Of Health And Sustainability) 기업’이었습니다. 로하스는 건강과 지구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실천 활동이고 이는 곧 이웃 사랑 생명 존중과 일맥상통하는 개념이죠. 하지만 로하스라는 단어가 풀무원의 가치를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작년 신가치 체계를 발표했고 이에 따른 정관 개정을 추진 중입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른 먹거리로 사람과 지구의 건강한 내일을 만드는 기업’이라는 지금의 미션입니다.”

- 2019년 풀무원이 선언한 목적 중심 경영은 최근 주목받는 ‘퍼포스(목적) 경영’으로 이해됩니다.

“남승우 전 총괄 최고경영자(CEO)는 풀무원에서 일하는 사람을 ‘지식 작업자’라고 말했죠. 지식 작업자는 자신이 하는 일의 목적을 알고 목적에 따른 결과를 예측하며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이에요. 풀무원이 왜 우리 사회와 산업에 존재해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묻는 것과도 연결됩니다. 목적 중심 경영을 위한 방법론도 만들었죠. 대표적으로 ‘우리는 왜 일하는가(Why we work)’ 캠페인이 있습니다. 풀무원 정신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 기업 미션을 실천하기 위해 2018년부터 매년 ‘와이 위 워크’ 워크숍을 엽니다. 풀무원 내 각 조직이 기업 미션과 전략을 어떻게 실현하면 좋을지 함께 방법을 고민하는 자리입니다.”

- 풀무원이 생각하는 지속 가능 식품은 무엇입니까.

“결국 지속 가능성이 무엇이냐에 대한 정의가 중요합니다. 지속 가능한 발전을 예로 들어보죠. 지속 가능한 발전은 미래 세대의 기반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계속 발전해 나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식품도 마찬가지죠. 미래 세대에 대한 악영향을 최소화하고 건강과 환경의 가치를 담을 수 있는 식품을 지속 가능 식품이라고 봅니다. 공장식 축산에서 비롯되는 환경 문제와 육류 중심 식습관에서 오는 비만과 성인병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식물성 지향 식품과 동물 복지 식품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식물성 지향 식품은 100% 순식물성 식품과 식물성을 지향하지만 일부 동물성 원료를 사용한 제품을 포함한 개념이죠. 식품 사업 전체 매출에서 이러한 지속 가능 식품이 차지하는 비율을 2025년 62%까지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 지속 가능 식품에 대한 연구·개발(R&D)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풀무원은 이미 자체 개발한 콩 고기(TVP : Textured Vegetable Protein)에 대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식물성 지향 제품군 중 하나인 낫토와 청국장 등 국산 종균 개발에도 성공했죠. 풀무원은 세계 최고 두부 제조·식물성 단백질 R&D 기술을 보유한 기업입니다. 이러한 기술적 우위가 비건·식물성 대체육 시장을 선도하는 바탕이 되죠. 최근 생물 다양성과 관련된 지속 가능한 해양 생태계에 대한 연구 끝에 김 육상 스마트 양식 기술도 개발했습니다. 기존 양식업의 해양 쓰레기로 발생하던 미세 플라스틱, 해양 환경 오염, 해양 생물 자원 고갈 등을 막을 수 있습니다.”

- 식품 산업의 온실가스는 대부분 스코프 3에서 발생합니다. 이에 대한 대책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풀무원은 온실가스 배출량의 90% 이상이 스코프 3(공급망을 포함한 총외부 배출량)로 분석됐습니다. 특히 최근 공장 증설, 인수·합병(M&A) 등 사업 규모와 탄소 배출량이 동시에 성장하고 있어 내부적으로도 고민이 많았습니다. 탄소 배출의 절대량을 줄이는 데는 막대한 규모의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재생에너지 조달 계획을 포함해 종합적 감축 전략을 짜는 넷 제로 프로젝트를 준비 중입니다. 온실가스 감축은 비용이 아니라 새로운 사업으로 도약하는 기회로 보고 이를 위한 현실적 방안을 찾는 것이 핵심이라고 봅니다.”

- 친환경 포장재 도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식품 산업은 생산뿐만 아니라 패키징에 사용하는 플라스틱 사용량도 큰 부담입니다. 풀무원은 지속 가능한 그린 패키징 개발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한국 최초로 바이오 원료를 기반으로 한 PET 샐러드 용기가 친환경 인증을 획득했습니다. 또 드레싱 소스 용기는 뚜껑을 100% 바이오 폴리레틸렌(PE) 소재로 생산하고 있습니다. 낫토의 트레이는 물리적 재생이 가능한 플라스틱을 개발해 사용하는 등 재활용 가능한 소재로 바꿔 나가고 있습니다. 이 밖에 플라스틱 PET 트레이를 종이로 바꾸거나 녹즙 부산물을 활용한 친환경 달걀 난좌 트레이 개발 등 친환경 소재 개발에서도 성과를 거뒀습니다. 올해 플라스틱 예상 사용량에서 약 269톤을 절감할 계획입니다.”

- 올해 ESG 분야에서 주력하는 목표는 무엇입니까.

“환경 분야는 넷 제로 프로젝트를 잘 수행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입니다. 스코프 3 산출, 기후 리스크 측정 등을 포함해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넷 제로 로드맵을 짤 예정입니다. 비콥(B Corp) 인증 취득도 목표 중 하나입니다. 풀무원은 2018년 비콥 인증 신청 이후 인증 기관(비랩)과 인증 평가(BIA) 범위를 확정하는 인증 범위 선택 단계에 있어요. 풀무원은 여러 사업이 개별 법인으로 나뉘어 이들 간 가치 창출 수준에 차이가 있죠. 비콥은 모든 개별 사업 단위가 일정 수준 이상 점수를 취득해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롭습니다. 한국의 중견 규모 이상 기업 중 현재 인증 단계까지 간 곳은 없습니다.”

- ESG 경영을 준비하는 기업에 어떤 조언을 해주시겠습니까.

“2가지 중요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ESG 경영을 주도하는 전문·전담 조직을 만들고 패러다임 변화를 내재화하라는 것입니다. ESG 경영은 기존 운영 방식을 바꾸는 일이라 재무적·비재무적 성과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어요. 변화가 명확한 성과로 이어지려면 ESG 평가 대응이나 벤치마크 분석 등이 이뤄져야 하고 ESG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전문 조직에서 명확한 지침과 방향을 설계해야 합니다. 또 ‘하기 싫지만 해야 하는 것’으로 ESG 경영에 접근하면 원하는 목적과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어요. 지속 가능한 기업의 역량은 재무적 가치뿐만 아니라 비재무적 요소에 대해 기업이 얼마나 잘 정의하고 있고 어떤 전략과 방법론·프로그램으로 성과를 내는지를 총망라한 것입니다. 기업의 체질과 역량을 개선할 수 있는 기회로 ESG 경영에 접근해야 합니다.”

대담 = 장승규 한경ESG 편집장
정리 조수빈 기자 subin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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