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 결제·초거대 AI에서 협력 강화…‘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한 전략

[비즈니스 포커스]
삼성페이와 네이버페이의 협력으로 소비자들의 편리함은 커졌다.(사진=한국경제신문)
삼성페이와 네이버페이의 협력으로 소비자들의 편리함은 커졌다.(사진=한국경제신문)
삼성전자와 네이버가 손잡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연말 ‘초거대 인공지능(AI)’에 활용된 반도체 솔루션 개발을 위한 업무 협약을 시작으로 금융과 정보기술(IT) 등에서 협력 범위를 넓혀 나가고 있다.

최근 가장 화제를 모은 만남은 간편 결제 시장, 즉 ‘페이 서비스’다. 오프라인 결제 시장을 점령한 삼성페이와 온라인 간편 결제에 특화된 네이버페이의 협력으로 소비자들은 양 사의 혜택을 모두 누릴 수 있게 됐다.

공통의 목표는 ‘애플페이’ 견제

협력 방식은 이렇다. 결제 부문에서 QR 결제에 기반한 네이버페이 현장 결제 서비스에 삼성페이의 마그네틱 보안 전송(MST) 결제 방식이 추가된다. 삼성페이 이용이 가능한 전국의 모든 오프라인 가맹점에서 네이버페이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또 네이버페이 온라인 주문형 가맹점에서도 삼성페이 결제가 가능해진다. 네이버페이 온라인 주문형 가맹점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와 독립 온라인 쇼핑몰의 상품 페이지 내 ‘N 페이(Pay) 구매하기’ 버튼이 노출돼 네이버의 회원 정보를 통해 주문이 진행되는 가맹점 유형이다. 삼성페이 사용자들은 보다 많은 온라인 가맹점에서 삼성페이 간편 결제를 경험할 수 있게 됐다.

이번 협력으로 네이버페이는 오프라인 간편 결제 시장에서, 삼성페이는 온라인 간편 결제 시장에서 사용자들과의 접점을 확대해 나갈 수 있게 됐다. 소비자들은 혜택이 더 강화되기 때문에 환영할 수밖에 없다.

속내를 들여다보면 양 사가 손을 맞잡은 배경에는 애플페이의 서비스 시작이 있었다. 그간 한국의 오프라인 결제 시장을 지배해 온 삼성페이는 조금 더 급했다. 페이 서비스는 곧 스마트폰 점유율과도 연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애플페이는 글로벌 온라인 간편 결제 시장을 평정한 절대 강자다. 한국에서도 애플페이 서비스 개시를 기다리는 소비자들이 꽤 있었다.

온라인에 비해 오프라인에서는 위세를 떨치지 못했던 네이버페이로서는 삼성페이와 손잡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양 사 모두 판도를 바꿔 놓을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하자 서로 힘을 합하는 방안을 택한 것이다.

최근 글로벌 AI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초거대 AI’ 경쟁에서도 양 사는 협력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 삼성전자와 네이버는 AI 시스템의 데이터 병목을 해결하고 전력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새로운 반도체 솔루션 개발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었다. 양 사는 기존 그래픽 처리 장치(GPU) 대비 10분의 1 크기의 모델 사이즈, 4배 이상의 전력 효율성을 갖춘 경량화된 AI 반도체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초대규모 AI의 성능 향상을 위해서는 처리할 데이터와 연산량의 기하급수적인 증가를 소화할 수 있는 반도체가 필요하다. 하지만 기존 컴퓨팅 시스템으로는 성능과 효율 향상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새로운 AI 전용 반도체 솔루션의 필요성이 급증하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초거대 AI를 구축하기 위한 필수 조건으로 AI 전용 반도체 솔루션의 경쟁력을 꼽고 있다.

한국 반도체의 자존심 삼성전자와 AI 분야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는 네이버가 손잡았다는 점에서 오는 7월 출시될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X’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초거대 AI를 주도하는 오픈AI는 챗GPT를 빠른 속도로 발전시키고 있다. AI업계에서는 올해가 ‘골든 타임’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눈 깜짝할 사이 글로벌 기업들에 끌려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는 반도체업계도 마찬가지다. GPU를 앞세운 엔비디아를 시작으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초거대 AI ‘이후’를 위한 반도체 생산 경쟁에 돌입했다. 최근 침체를 겪고 있는 반도체 시장에서 AI 전용 반도체 솔루션은 이러한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기회로 여겨지고 있다.
“요새 사이 좋네” 삼성전자와 네이버, 손잡는 이유는

네이버의 뿌리는 삼성SDS의 사내 벤처

양 사의 협력은 겹치는 분야에서는 최대한 힘을 합쳐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자는 의도다. 최근에는 이들의 ‘본업’인 IT와 반도체뿐만 아니라 계열사로도 확장되는 분위기다.

4월 발표된 협력 사례만 해도 크게 두 가지다. 네이버웹툰은 4월 10일 삼성카드와 손잡고 첫 상업자 표시 신용카드(PLCC)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네이버웹툰 삼성 iD 카드’는 네이버웹툰·네이버시리즈·네이버시리즈온 결제 금액의 50% 네이버페이 포인트 적립 혜택을 포함해 온라인 쇼핑몰이나 커피 전문점 등 일상 영역에서도 다양한 적립 혜택을 제공한다. 이번 제휴는 네이버웹툰의 유료 이용자 혜택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기존에도 애플리케이션(앱) 내에서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했지만 결제 금액의 50%를 네이버페이 포인트로 적립해 주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적립된 포인트는 다시 콘텐츠 결제에 사용할 수 있어 유료 이용자의 만족도를 극대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4월 19일에는 삼성카드가 주요 기업들과 ‘데이터 얼라이언스(MOU)’를 체결했는데 이 안에도 네이버의 자회사 네이버클라우드가 포함됐다. 데이터 얼라이언스는 데이터 상품과 서비스 개발, 사업 공동 진출 등에서 협력하는 이른바 ‘데이터 동맹’이다. 삼성카드는 네이버클라우드를 포함해 협력을 맺은 기업들과 데이터 상품을 기획, 판매하고 각종 데이터 사업에 공공으로 참여할 계획이다.

사실 두 기업의 협력 사례는 올해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사물인터넷(IoT)이 각광 받던 2016년에는 삼성전자의 IoT 기기 개발 플랫폼을 네이버의 AI 기반 스마트홈 서비스에 활용했다. 지난해에는 네이버 제2 사옥 ‘1784’에 깔리는 5세대이동통신(5G) 특화망에 전용 5G 장비를 삼성전자가 도입했다.

이처럼 가장 전도 유망한 분야에서 양 사가 힘을 합치는 일은 많았다. 그도 그럴 듯이 한국 기업 중에서는 삼성과 네이버가 신기술에 대한 투자에 가장 앞서 있다. 즉 양 사는 파트너를 찾다 보니 최적의 파트너가 ‘서로 였다’는 분석이다.

네이버를 창업한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이력에서도 ‘삼성’을 찾아볼 수 있다. 이해진 GIO는 삼성SDS에서 사내 벤처를 설립했는데 1999년 이 사내벤처를 독립시켜 자본금 5억원으로 ‘네이버컴’이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2023년 시가 총액 30조원으로 성장한 네이버의 전신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삼성이 없었으면 오늘날 네이버는 없었다’는 평가도 나오곤 한다.

양 사는 한국을 넘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기업들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의 협력은 더 견고해질 가능성이 높다. 초거대 AI부터 간편 결제까지 이들이 최근 역점을 두고 있는 분야는 모두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