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교 24시간 통제하며 시민 불편 초래
일부 커뮤니티서 루이비통 기부금 문제까지 재점화

루이비통이 서울 잠수교에서 프리폴 패션쇼를 개최했다. (사진=루이비통)
루이비통이 서울 잠수교에서 프리폴 패션쇼를 개최했다. (사진=루이비통)
얼마 전, 프랑스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이 프리폴 패션쇼(환절기용 제품을 선보이는 자리)를 열기 위해 한국에 들어왔죠.

루이비통의 여성복 라인을 이끄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 니콜라 제스키에르의 첫 한국 행사이자, 루이비통이 우리나라에서 여는 첫 프리폴 행사인 만큼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루이비통은 지난달 29일 서울 잠수교에서 오후 8시부터 46명의 모델을 활용해 새로운 착장을 공개했는데요.

그런데, 기대와는 달리 비판이 거셉니다. 서울시민들이 불편을 겪은 탓입니다. 이 패션쇼를 위해 24시간 동안 잠수교 교통이 통제됐기 때문입니다. 강북과 강남을 잇는 795m 다리가 막히면서 잠수교 일대를 방문하려는 시민과 인근 거주자들 모두 다른 도로를 이용하기 위해 돌아가야 했기 때문인데요.

심지어 자전거 등 이륜차도 통제됐고, 도보까지 막았습니다. 고작 20분간의 런웨이를 위해 서울 시민들이 하루 종일 잠수교에서 운전을 하지도, 걷지도 못했습니다.

특정 공간이 아닌 일반 시민들이 이동을 위해 이용해야 하는 곳을 패션쇼 무대로 삼은 루이비통의 장소 선정 기준이 잘못됐다는 말도 나옵니다.

이번 결정으로 인해 루이비통뿐 아니라 서울시까지 비판의 대상이 됐습니다. 폭우와 같은 자연재해가 발생한 상황도 아닌데, 프랑스 회사의 이윤을 위해 시민들이 불편을 겪을 것을 예상하고도 도로를 통제했냐는 지적입니다. 잠수교 대여를 원한 루이비통도, 그들을 위해 모든 편의를 제공한 서울시도 다 문제라는 겁니다.

애초에 루이비통이 이곳을 원했던 것이 아니라는 루머도 있습니다. 후보지 가운데 서울시가 이곳을 권했다는 얘기지요. 정치적 상징성 때문에 세빛섬을 포함시켰다는 설명까지 보태졌습니다. "원래 후보지는 **상가였다"는 소문도 돕니다.

이번 논란으로 루이비통의 기부금 문제까지 다시 언급되고 있습니다. 루이비통은 지난해 한국에서 1조6923억원의 매출과 417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습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8.4% 증가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기부금은 '0원'입니다. 루이비통 감사보고서 그 어디에도 기부금 항목은 없습니다. 지난해만 그랬을까요? 2021년에도 '0원'이었고, 2020년에도 '0원'이었습니다. 기업의 기부는 강제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0원'이라는 것은 한국 시장과 한국 소비자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느낄 수 있는 루이비통의 태도를 엿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루이비통이 뭐라고 우리가 불편해야 하냐", "기부금도 안 내는 일개 프랑스 회사 아니냐", "아무리 대여료가 비싸도 이해하기 힘들다" 등의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루이비통, 고객 모으려고 했다가 반감만 샀네요.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