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한 전망보다 확실한 증시 역사에 주목

미국 증시 100년 역사 속 바닥
지금 시장과 닮은 부분이 많아

[서평]
침체장 뒤 기회 온다…반드시 알아야 할 바닥의 신호는?
베어마켓
러셀 내피어 지음 | 권성희 역 | 한국경제신문사 | 2만8000원

장기 경기 침체 압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예측이 이어지고 있다. 앞을 가늠하기 힘든 금리와 환율,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물가, 지정학적 갈등 등 수많은 변화로 증시는 혼란스럽다. 각국의 정부와 은행, 투자 전문가들은 이제 공허한 전망에 매달리기보다 팩트에 주목한다. 바로 과거의 증시 흐름이다. ‘베어마켓’은 이러한 배경에서 출간 즉시 종합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주목받고 있다.

이 책은 미국 증시 100년 역사를 담은 고전으로 대표적인 침체장 네 개를 낱낱이 분석한다. 당시의 정치, 역사적 배경, 금융 시장의 구조와 같은 방대한 데이터뿐만 아니라 낙관론자와 비관론자의 반응, 군중 심리를 생생하게 담고 있는 점 또한 큰 장점이다. 이와 함께 침체장의 바닥에서 반등하는 신호들을 내밀하게 담고 있어 앞이 막막한 투자자들의 바이블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베어마켓’은 미국 현지에서 2005년 초판이 발행된 뒤 2008년 금융 위기 후에도 개정판이 나와 혼란에 빠진 투자자들에게 도움을 줬다. 개정판으로는 드물게 2008년 ‘주식투자자연감’ 등에 ‘올해의 책’에 선정되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투자 전문가들의 바이블로 빈번하게 인용됐고 절판 이후 중고가 수십만원에 거래되며 숨겨진 투자 필독서로 각광받았다. 이번 2023년 한국에서 출간된 ‘베어마켓’은 개정 4판 서문, 지금 시장에 맞는 한국어판 서문을 수록하고 누락된 원고들을 넣고 용어를 다듬어 내용을 완성도 있게 꾸며 돌아왔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네 개의 침체장은 기업 이익이 산업의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1921년 8월, 할부 금융이라는 부채가 쏘아 올린 1932년 7월, 대공황보다 거래량이 낮았던 침체장인 1949년 6월,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이었던 1982년 8월의 침체장이다.

이 침체장들은 미국 증시 역사에서 가장 바닥이자 투자했다면 가장 높은 수익률을 가져다줄 수 있는 반등의 장이기도 하다. 각 침체장마다 경제·정치·사회의 배경과 금융 시장 구조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 이 때문에 이 책은 월스트리트저널 신문 기사를 통해 당대 낙관론자와 비관론자의 의견을 담고 있어 지금의 잣대가 아닌 그 시대를 배경으로 더 증시 상황을 생생하게 이해하도록 한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인간의 판단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수많은 시장 참여자들의 반응에 따라 시장 가격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도 함께 보여준다. 침체장의 모습은 마치 데자뷔처럼 지금의 증시 모습과 닮은 부분도 많다. 제1·2차 세계대전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실리콘밸리 은행의 파산, 미국 중앙은행(Fed)의 정책. 침체장을 맞닥뜨렸을 때 낙관론자와 비관론자의 이야기 등이 그렇다. 바닥 때마다 공통된 신호를 정리하고 있어 투자자들이 주목할 만하다. 러셀 내피어가 정리한 바닥의 신호는 다음과 같다.

-토빈의 Q비율 : 제임스 토빈 예일대 교수가 만든 토빈의 Q비율에 주목해야 한다. 기업의 시장 가치를 기업의 실질 순자산으로 나눈 Q비율이 0.3 이하로 떨어질 때 투자자들은 최고의 매수 기회를 노릴 수 있다.

-자동차 판매량 : 대표적인 선행 지표로 경기가 침체되면 가격이 하락하고 금리가 낮아져 구매 비용이 낮아지는데 구매 비용이 낮아짐에 따라 수요가 늘어난다.

-Fed의 지속적인 금리 인하 : Fed가 지속적으로 금리를 인하한다면 경기 회복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물가 안정 : 전반적으로 불안정하던 상품 가격이 안정을 찾는 것이 핵심 신호다. 특히 구리 가격이 빠르게 안정을 찾았다.

-채권 시장의 회복 : 국채-회사채-주식 순으로 바닥을 치고 반등하며 1932년에는 채권 시장이 바닥을 치고 회복을 시작한 지 7개월 뒤 주식 시장이 바닥을 쳤다. 1921년과 1949년, 1982년 침체장 때는 주식 시장이 바닥을 치기 전에 각각 14개월, 9개월, 11개월 앞서 채권 시장이 바닥을 쳤다.

저자는 증시는 순환되고 영원한 호황도 불황도 없다고 강조한다. 침체장의 뒤에는 결국 반등의 기회가 오기 마련이다. 이 책은 낮은 주가 평가, 개선된 기업 이익, 거래량 증가, 채권 수익률 하락, 시장 참여자들이 시장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관점 등을 통해 시장의 미래를 가늠하는 지표를 알 수 있다.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대표, 홍진채 라쿤자산운용 대표, 오건영 신한은행WM사업부 부부장 등이 추천해 신뢰성을 더했다.

박혜정 한경BP 출판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