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카카오 불법 웹툰 검거 선두에 서…‘1차 사이트’ 막아야 효과적 단속 가능

[비즈니스 포커스]
2022년 7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어메이징 페스티벌’의 네이버웹툰 부스에서 인기 웹툰 작가들이 사인회를 하고 있다. (사진=네이버웹툰)
2022년 7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어메이징 페스티벌’의 네이버웹툰 부스에서 인기 웹툰 작가들이 사인회를 하고 있다. (사진=네이버웹툰)
‘밤토끼’, ‘먹투맨’, ‘어른아이닷컴’, ‘호두코믹스’…. 이 사이트들의 이름이 낯익다면 당신의 저작권 인식에 대해 되돌아 봐야 할 것이다.

2018년 한국 최대 불법 웹툰 사이트인 ‘밤토끼’가 문을 닫은 후에도 우후죽순처럼 불법 웹툰 사이트가 생겨나고 사라졌다. 최근에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한 불법 유통까지 더해지면서 이들의 수법은 더욱 치밀해지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21년 웹툰 불법 유통 시장 규모 추정액은 8427억원으로 2020년 5488억원 대비 53% 증가했다. 하지만 웹툰업계에서는 불법 웹툰의 시장 규모가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 사이트를 잡으면 또 하나의 사이트가 생겨나기 때문이다.

‘K-콘텐츠’ 인기와 비례하는 불법 웹툰

“마치 보이스 피싱 조직같아요. 맨 위에 총책이 수많은 파생 사이트를 낳고 파생 사이트는 몇 번씩 생겼다 없어져요.”

웹툰업계 관계자가 설명하는 불법 웹툰 사이트들의 실체다. 다단계 업체의 조직도처럼 피라미드 형태를 띠는 웹툰 불법 사이트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어마어마하게 생겨나고 없어지고 있다. 여기에 추적이 어려운 SNS 불법 유통까지 포함하면 불법 유통의 규모는 짐작하기도 어려운 수준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불법 웹툰 사이트들은 1차 불법 사이트가 업로드하면 2차, 3차 사이트들이 콘텐츠를 퍼 가는 형식으로 운영된다. 이 때문에 2차, 3차 사이트를 막는 것보다 1차 사이트를 막는 것이 효과적인 ‘검거’ 방법이다. 해외에서는 이러한 사이트들은 아무나 가입할 수 없다. 일정 시간 활동 내역을 쌓아야만 콘텐츠를 볼 수 있고 신원 인증 절차까지 거쳐야만 한다.

특히 ‘K-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서버를 외국에 둔 불법 웹툰 사이트는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불법 웹툰 사이트는 외국과의 저작권 인식에 관한 차이로 인해 더욱 성행한다는 후문이다. 일부 외국 소비자들은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인데 무엇이 잘못됐나”라는 반응을 나타내기도 한다.

불법 웹툰 사이트는 웹툰 작가들과 플랫폼의 수익을 감소시키는 직접적인 원인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2년 웹툰 사업체 실태 조사’에 따르면 웹툰업계의 애로 사항으로 35.3%가 ‘불법 복제 사이트’를 꼽았다. 2021년 기준 웹툰 불법 복제 사이트의 합법 웹툰 시장 침해율은 53.81%이고 이는 전년 대비 1.73% 늘어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불법 사이트들이 저작권 침해를 넘어 더 큰 범죄를 양산한다는 것이다. 불법으로 퍼 간 웹툰으로 이용자를 모은 후 불법 도박이나 성인물 등을 제공하면서 각종 음지의 영역으로 뻗어 나가고 있다.

불법 콘텐츠를 잡는 것은 수사 당국이 할 일이다. 하지만 사이버 범죄의 영역에서 불법 웹툰 콘텐츠는 아직까지 마약이나 불법 도박 등 다른 범죄에 비해서는 ‘후순위’인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웹툰 지식재산권(IP) 업체들은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단속에 나서고 있다. 사실상 불법 웹툰 콘텐츠 단속은 ‘시간과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네이버의 웹툰 저작권 보호 시스템 '툰레이더'.(사진=네이버웹툰)
네이버의 웹툰 저작권 보호 시스템 '툰레이더'.(사진=네이버웹툰)

‘K-웹툰’을 키워 낸 네이버와 카카오는 검거에 앞장서고 있다. 양 사는 모두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는데 대응법에는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다.

네이버는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을 앞세웠다. 네이버웹툰은 웹툰 이미지에 보이지 않는 사용자 식별 정보를 삽입해 최초 불법 유출자를 식별하고 차단하는 기술인 ‘툰레이더’ 시스템을 도입해 2017년 7월부터 국내외 불법 웹툰 복제물 추적에 활용하고 있다. 이 ‘툰레이더’는 365일 24시간 가동되는데 네이버웹툰은 툰레이더가 보호한 저작물의 권리를 경제적 가치로 환산할 때 연간 최소 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사전에 원천 차단한 것까지 합하면 30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네이버웹툰에 따르면 툰레이더를 적용하기 시작한 2017년 7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웹툰이 불법으로 최초 공유되는 한국 1차 불법 사이트의 업로드 중지 및 테이크다운(웹툰을 직접 유포하지 못하는 2차 불법 사이트로 변경됐거나 웹툰을 업로드 못하는 상황 또는 서버가 내려간 상태) 비율은 97%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32개에 달하던 한국의 1차 불법 사이트는 31개 사이트가 업로드 중지 및 테이크다운됐고 해외 사이트는 68개 1차 불법 사이트 중 42개 사이트가 업로드 중지되거나 테이크다운됐다.

‘미리 보기’ 방지부터 텔레그램 잠입까지

툰레이더의 대표적 성과는 정식 플랫폼에 올라온 최신 유료 회차가 불법 공유 사이트에 올라가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지연시킨 것이다. ‘미리 보기’ 기능으로 제공되는 최신 유료 회차는 시간이 지나면 무료로 전환되기 때문에 불법으로 공유되는 시점을 최대한 늦추는 게 중요하다.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이미 불법 공유된 작품을 발견하고 해당 사이트에서 콘텐츠를 내리는 방법보다 사용자들이 불법 사이트를 방문할 요인을 사전에 없앨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에 현실적 방안으로 여겨진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네이버웹툰은 불법 사이트 운영자가 ‘미리 보기’ 회차를 구입하지 못하도록 사전에 예측하고 계정을 차단하는 기술적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그 결과 한국 웹툰은 툰레이더 도입 초기만 하더라도 작품이 올라오고 만 하루도 되지 않아 불법 공유됐지만 현재는 그 주기가 평균 3~4주로 길어졌다. 해외 사이트는 최대 2주까지 불법 공유 사이트에 업로드되는 시기를 지연시켰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불법유통 전담 조직 '피콕' 이 잡입한 텔레그램 웹툰 불법유통 채팅방.(사진=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불법유통 전담 조직 '피콕' 이 잡입한 텔레그램 웹툰 불법유통 채팅방.(사진=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는 업계 최초로 전담 조직을 통해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서 불법 콘텐츠의 유통을 막고 있다. 이 전담 조직 ‘피콕(P CoK)’의 구성원들은 기부 서비스, 채팅 서비스, 링크 연동 서비스 및 불법 사이트, 텔레그램, 디스코드 등 단속이 까다로운 각종 음성적 플랫폼을 수동 모니터링하고 단속한다. 경계가 심한 폐쇄형 커뮤니티에 접근하기 위해 일반 이용자로 가장하는 등 오랜 시간 공들여 잠입 수사를 진행한다는 후문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불법 유통에 대응하기 위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TF '피콕'은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11월 전담 인력을 배치했고 5개월간 웹툰 불법 유통을 225만 건 차단했다. 또 10만 명 이상 글로벌 불법 번역 SNS 서버 등 30곳을 신고해 일부 폐쇄를 이끌어 내는 등 2650억원 상당의 피해액을 예방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이와 같은 내용을 ‘불법 유통 대응 백서’로 펴냈고 이는 불법 유통에 관한 체계적 대응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아직 저작권에 대한 개념이 모호한 외국에서 효과를 얻고 있다는 점이 희망적이다. 피코크 체계화 이후 인도네시아 등에서는 “카카오웹툰의 단속이 활발해졌으니 카카오 작품은 업로드하지 말라”는 현지 유저들의 여론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중화권 단속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중화권의 저작권 단속은 까다롭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중국 법인과 함께 서면으로 협조문을 보내는 등 불법물 단속을 체계적으로 진행해 2022년 1월부터 11월까지 총 104만900건의 불법물을 삭제했고 50여 개의 사이트를 폐쇄했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