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순 씨티은행장, ‘기업 금융’ 넓혀야…강신숙 수협은행장은 ‘지주사’ 전환 나서

[비즈니스 포커스]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사진=한국경제신문)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사진=한국경제신문)
한경비즈니스는 2019년부터 매년 ‘파워 금융인 30’을 선정해 발표한다. 이들은 금융권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최고경영자(CEO)들이다. 올해도 30명의 CEO를 선정했다. 이 중 여성 CEO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박정림 KB증권 사장 단 1명뿐이었다.

금융권의 ‘유리 천장’은 타 산업군보다 견고하다. 특유의 보수적인 문화 때문이다. 최근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금융권 역시 여성 임원의 숫자를 늘리는 것에 몰두하고 있다. 하지만 2023년에도 여성 CEO는 1명밖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금융권 중에서도 특히 은행의 벽은 더욱 견고했다. 한국의 은행 산업이 체제를 갖춘 이후 현재까지 은행장을 역임한 여성은 단 세 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중 두 명의 임기가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은 향후 은행권에서 또 다른 여성 리더의 탄생을 기대할 수 있게 하는 부분이다. 물론 이들 역시 최근 은행 산업이 ‘격변의 시대’에 돌입함에 따라 다양한 과제를 안고 있다는 점은 여느 CEO들과 다를 바 없다.

역대 둘째 여성 행장이 된 ‘기업 금융 전문가’

한국 은행권의 최초 여성 행장이었던 권선주 전 IBK기업은행장(현 KB금융 사외이사)에 이어 둘째 여성 행장에 이름을 올린 이는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이다.

유 행장은 2020년 취임했다. 당시 씨티은행은 소비자 금융을 단계적으로 폐지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었다. 미국 씨티그룹은 한국 등 13개 국가에서 소매 금융 사업 철수를 발표함으로써 재작년부터 이러한 작업이 본격화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행장직을 부여받은 유 행장은 ‘기업 금융 전문가’로서 소매 금융 대신 기업 금융을 키워야 하는 씨티은행의 새 리더에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는 유 행장의 이력에서 알 수 있다. 1964년생인 유 행장은 이화여대 영어교육과를 졸업하고 서강대 MBA와 서울대 최고경영자 과정을 수료했다. 1987년 씨티은행 서울지점 기업심사부 애널리스트로 입행하면서 씨티은행과의 인연을 맺었다. 그 후 서울지점 기업심사부장, 씨티은행 다국적기업 본부장, 기업금융상품본부 부장을 거쳐 기업금융그룹 수석부행장을 역임했다. 이처럼 기업 금융에서 다년간의 경력을 쌓은 점이 좋은 평가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씨티은행이 소매 금융을 폐지하자 당장 비용 증가가 발생했다. 2021년에는 소비자 금융 부문 철수로 희망퇴직 비용만 1조1920억원을 지출했다. 이로 인해 796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2022년부터 사정이 달라졌다. 씨티은행은 지난해 146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면서 흑자 전환했다. 총수익은 전년 대비 6.3% 감소한 9680억원을 나타냈다. 이자 수익은 전년 대비 7.3% 증가한 8374억원을 기록했다. 비이자 수익은 채권·외환·파생 상품 관련 수익과 자산 관리 수익이 감소함에 따라 전년 대비 48.2% 급감한 1306억원으로 집계됐다.

소비자 금융을 철수하면서 지난해 말 기준 고객 대출 자산은 전년 대비 16.6% 감소한 20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예수금은 전년 대비 10.5% 줄어든 25조원을 나타냈다. 지난해 말 예대율은 59.8%를 기록했다.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과 보통주 자본 비율은 각각 20.72%와 19.83%였다. 2021년 말과 비교해 각각 3.80%포인트, 3.69%포인트 상승했다.

소매금융을 접은 상황에서 씨티은행은 기업 금융에 ‘올인’해야 하는 상황에 접어들었다. 우선 씨티은행은 지난해 성과에 대해서는 기업 금융으로의 전환이 본격적으로 이뤄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유 행장은 “지난해 주력 사업부문인 기업금융그룹이 지속적으로 고객과 관계를 강화했고 전년 대비 45% 성장한 수익을 냈다”며 “견실한 내부 통제 시스템과 자본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차별화된 기업 금융 서비스를 계속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지주사’ 전환 노리는 수협의 과제는
강신숙 수협은행장.(사진=연합뉴스)
강신숙 수협은행장.(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1월 한국에서 셋째 여성 은행장이 탄생했다. ‘고졸 신화’, Sh수협은행의 둘째 내부 승진 행장 등 다양한 수식어를 앞세운 강신숙 Sh수협은행장이다.

지난해 11월 취임한 강신숙 Sh수협은행장은 1961년생으로 전주여자상업고를 졸업한 후 1979년 수협중앙회에 들어왔다. 이후 수협중앙회와 Sh수협은행에서 개인고객부장·심사부장·중부기업금융센터장·강북지역금융본부장·강남지역금융본부장·마케팅본부장·상임이사 등을 거쳐 2018년 수협중앙회 부대표(상무)에 선임됐다.

강신숙 행장의 취임과 함께 Sh수협은행은 체질 개선에 앞장서고 있다. 임기 시작과 함께 비이자 이익을 강조해 온 강 행장은 올 1분기 성과를 거두면서 비이자 이익 부문을 성공적으로 늘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Sh수협은행의 2023년 1분기 당기순이익은 90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85% 증가했다. 고정 이하 여신 비율은 0.52%로 0.11%포인트 상승했다. 1분기 총자산은 62조6350억원이었다.

강 행장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 가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부족한 저비용성 예수금과 핵심 예금, 비이자 이익 증대에 더욱 노력하고 또한 연체 대출 감축을 위한 리스크 관리에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행장과 Sh수협은행은 지주사 전환이라는 큰 과제를 안고 있다. 이를 위해 Sh수협은행은 지난 3월 주주 배정 유상 증자를 통해 2000억원의 투자금을 받았다. 유상 증자에 따라 Sh수협은행의 총자본 비율은 13.9%에서 14.6%로 개선됐다. 자본을 늘려야만 지주사 전환을 위한 체력을 보충할 수 있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강 행장 역시 지주사 전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올해 초 취임 기자 간담회에서 강 행장은 “정부 등 대외 기관과 협조 체제를 구축해 신속한 금융 지주사 전환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를 해결해야 한다. 첫째는 수협법 개정, 둘째는 자회사 인수다. 수협의 지주회사 설립은 금융 사업을 분리해 지주사를 설립해야 한다는 조항을 추가해야만 금융 지주사 체제로 전환할 수 있다. Sh수협은행은 수협법 개정 이후 2030년까지 지주사 전환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특히 수협이 역점을 두는 것은 자회사의 인수다. 금융지주 전환을 위해 Sh수협은행과 최적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자회사 인수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중 1순위로 거론되는 것은 자산 운용사와 캐피털사다. 비교적 적은 돈으로 인수할 수 있고 계열사의 임무를 이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산 운용사가 가장 적합한 매물로 꼽히고 있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